소안도와 마라도에서 만나는 아주 특별한 시낭송

한국문학평화포럼 9월 6일과 7일 소안도와 마라도에서 문학축전 행사 잇따라 개최

등록 2008.09.02 15:43수정 2008.09.0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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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등대. 땅의 끝에서 길잡이를 하는 마라도 등대. 우주선 같은 건물은 마라도 성당이다.
마라도 등대.땅의 끝에서 길잡이를 하는 마라도 등대. 우주선 같은 건물은 마라도 성당이다.강기희

평소 작은 땅이라고 여겼던 대한민국. 하지만 아직 발을 딛어 보지 못한 땅이 더 많고 중앙 무대에 가려져 소외되거나 잊혀져 가는 역사적 사실들과 잊혀진 아픔이 더 많다. 문학의 힘으로 아픈 국토를 치유하기 위해 국토대장정에 나선 한국문학평화포럼(회장 김영현 소설가)은 지난 2003년부터 이슈가 있고 현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아픈 땅, 아픈 사람들 만나러 먼 길 떠나는 문학인들


더구나 역사 속에서 잊혀져 가는 땅을 새롭게 조명하는 일과 금강산과 평택 대추리와 같이 민족적 아픔이 있는 곳을 문학이 찾아가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다. 문학이 도시에 갇혀 있어서도 안될 일이고, 시와 소설이 책상 서랍이나 아스팔트에서만 탄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 문학의 부활이 무엇보다 절실해졌을 때 한국문학평화포럼은 어둔 방문을 열어 제끼고 현장으로 향하는 길을 떠났다.

지금까지 찾아간 현장만도 40곳이 넘는다. 그럼에도 아직 갈 곳이 많은 아픈 땅. 그래서 문학인들은 또 떠난다. 그들이 이번엔 전남 완도군의 작은 섬인 소안도에 이어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까지 찾아간다. 한국문학평화포럼은 지난 2005년 5월 백령도와 2006년 5월 독도, 그리고 이번엔 최남단 섬인 마라도까지 이 땅의 극점에다 문학의 혼을 심고 그 땅에 살고 있는 상처 받은 이들을 만난다.

출발은 5일 오후 6시 사당동. 밤을 꼬박 달린 버스는 자정이 넘어서야 완도에 도착하고 문학인들은 완도의 한 사우나에서 밤을 보낸 뒤 다음 날 아침 소안도로 향한다. 그들이 찾아가는 곳이 그 많고 많은 섬 중에서 하필이면 왜 소안도였을까. 지명조차 생소한 소안도는 뭍에서 한 시간이나 떨어진 섬마을이다.

세상에 잊혀져도 될 만큼 작은 섬인 소안도로 문학인들이 대거 발걸음을 하는 이유는 그 섬이 항일운동의 거점 지역이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소안도는 함경도 북청과 경상도 동래와 함께 3대 항일운동지로 일컬을 정도로 항일투쟁을 치열하게 전개한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1920년대 소안도에 살았던 지역주민은 약 4천명이라고 한다. 그 중 800명이 일제에 의해 불령선인으로 낙인찍혔다. 청년과 어른들은 거의 불령선인으로 낙인 찍혔던 소안도. 그래서였을까. 소안도는 전국의 면, 군 단위 지역에서 가장 많은 애국지사를 배출한 항일의 성지이기도 하다.


소안항일운동기념탑. 항일의 땅 해방의 땅 소안도. 소안문학축전이 열리는 곳이다.
소안항일운동기념탑.항일의 땅 해방의 땅 소안도. 소안문학축전이 열리는 곳이다.한국문학평화포럼

항일의 땅이요, 해방의 땅인 소안도가 배출한 대표적 애국지사는 송내호 선생과 정남국 선생 등 88명의 독립애국지사와 20여 명이나 되는 건국훈장 서훈자들이다. 작은 섬마을에서 이렇게 많은 항일운동가들을 배출할 수 있었던 연유는 소안도가 항일의 땅이기도 하지만 신간회 상무간사를 역임한 송내호 선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항일의 땅 해방의 땅 민주의 땅 '소안도'


김영현 소설가와 효림 스님, 이승철 시인, 김정희 아동문학가 무용가 김기인 등 30여명의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걸음하는 김삼웅 역사학자이자 전 독립기념관장은 소안도 독립지사의 후손이기도 하다. 김삼웅 선생은 소안도 현장에서 '소안도의 항일운동'에 관해 기조강연을 할 예정이다.

과거의 역사를 잊은 채 건국 60주년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일제의 잔재는 아직도 생생한데, 우리는 결코 오래되지 않는 서글픈 역사조차 잊으라 하고 잊어야 한다고 한다. 김삼웅 선생에게 듣는 소안도의 항일역사는 일제강점기의 처철한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귀중한 시간으로 자리매김 할 것 같다.

소안도 앞바다에 떠 있는 게 제주라지만 수영으로는 어림도 없는 거리. 소안도에서 '소안도문학축전'을 마친 문학인들은 그 길로 완도항으로 가서 제주행 배에 오른다. '아픔의 땅 비극의 땅 4.3의 땅'인 제주는 소안도와 달리 숱한 죽음으로 한라산과 오름의 땅을 지켜낸 제주 사람들이 여전히 강한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살아가는 섬이다.

축전포스터. 평화를 위한 걸음들.
축전포스터.평화를 위한 걸음들.한국문학평화포럼
제주항에 내린 문학인들은 급히 버스와 배를 갈아타고 마라도로 간다. 소안도에서 마라도까지 먼 거리를 이동했지만 아직은 9월 6일이다. 전남 소안도에서 제주섬까지, 제주섬에서 최남단 섬인 마라도까지 아픈 땅을 찾아가는 여정이 순탄치만도 않다.

파도여, 날 데려가 줍서, 날 데려가 줍서.
소녀는 바다를 향해 빌었네. 해가 지고 달이 지고 까무룩 잠들었다 깨어나 빌고 빌었지만 한 번 잠든 바다는 기척이 없었네. 배 띄우면 거센 풍랑이 일고, 배 묶으면 한없이 부드러워지던 바다였네. 큰섬 사람들은 소녀를 제물로 바치고 떠났네.

일찍이 해송이 우거지고 조막만 한 이파리를 둥글게 말고 자라는 둥글게 말고 자라는 난쟁이풀들이 땅을 뒤덮었네. 섬의 주인은 바람이었고 수억 년 동안 사람을 들이지 않았네. 그러던 어느 하루, 큰섬 사람들을 불러들였던 것이네. 아니, 소녀를 불러들였던 것이네. 수풀 속에 버려진 갓난아기였던 소녀는 여덟 살 아이 때부터 아기를 업고 다닌 아기업개였네.

홀로 남겨진 소녀를 따라다니던 그림자가 부풀고 부풀어 섬을 뒤덮을 무렵, 큰섬에는 석 달 내리 비바람이 불었고 날 데려가 줍서, 날 데려가 줍서 울음소리 들려왔네. 먼 훗날, 큰섬 사람들이 다시 왔을 땐 뼈만 남아 있었네. 검은 바위 틈에서 새하얀 기저귀가 깃발처럼 펄럭이고 있었네. - 류외향 시 '아기업개 이야기' 중에서

마라도를 지켜주는 여신인 '아기업개당'은 마라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토의 경계를 지킨다. 한치 앞이 일본 땅이라는 이유로 어느 곳보다 살육과 침탈이 많았던 제주. 넓은 벌엔 아직도 일본 비행기 격납고가 남아 있고, 송악산 해안 절벽으로는 일제 전투함이 정박하던 굴이 남아있다.

국토최남단비. 마라도는 대한민국 남쪽 땅끝. 마라도 문학축전이 열리는 곳이다.
국토최남단비.마라도는 대한민국 남쪽 땅끝. 마라도 문학축전이 열리는 곳이다.한국문학평화포럼

문학인들, 국토 최남단 섬인 마라도에서 문학잔치 벌인다

제주 모슬포항에서 마라도까지는 배로 30분 거리. 마라도와 제주 사이엔 급류가 흘러 뱃길조차 험난하다. 그래서 방문객들은 멀미를 자주 일으킨다. 모슬포항을 떠난 배가 형제섬을 지나 가파도를 지나면 마라도가 비로소 뚜렷하게 보인다. 지명 때문일까. 그 지역 사람들은 빌린 돈을 두고 '가파도 되고 마라도 된다'라며 우스개소리로 말하기도 한다.

마라도는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섬 전체를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섬이다. 울창하던 초목은 큰 불로 사라졌고 이젠 푸른 초지만 남았다. 뭍에서 가지고 와 심은 소나무는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자꾸만 눕는 섬이 마라도이다.

땅의 끝이자 더 큰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섬인 마라도는 사람과 사람의 경계를 불어온 바람이 대신 허물어 준다. 문학인들은 마라도에서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고 다음 날인 7일 마라도의 유일한 사찰인 '기원정사' 앞마당에서 마라도 문학축전 행사를 연다.

마라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문학인들이 대거 '입도' 하기는 처음이라 마라도 주민들이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그날 행사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친필 사인이 들어있는 자신의 작품을 주민들에게 증정하는 시간도 있어 작은 섬마을은 흥겨운 문학잔치판이 될 듯도 싶다.

저 바다는 우리 편이 아니야
아니야가 아니야 아니야
휴전선 철책처럼 완고한 고집으로
살피를 두르고 버티어 섰구나
전선의 이상 유무는 당분간 묻지 말라고
군사우편 소인 찍힌 편지를 쓴다
더 갈 수 없는 섬의 끝
아니 반도의 끝에 서서
- 강덕환 시 '남도에서 쓰는 편지' 중에서

소설가 강기희의 사회로 9월 6일 오전 10시 30분 소안항일운동기념탑 광장에서 펼쳐지는 <2008 국토, 모심, 평화를 위한 소안문학축전>과 9월 7일 오전 10시 30분 마라도 기원정사 앞에서 잇따라 열리는 <2008 국토, 모심, 평화를 위한 마라도문학축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문학평화포럼 주관하는 이 행사는 국무총리복권위원회, 한미약품, 완도군, 광주전남작가회의, 제주작가회의, 기원정사 등의 후원으로 개최되는 긴 여정이다.

평화시 낭송에는 백담사 만해마을에 머물고 있는 이상국 시인을 비롯  박설희 시인, 조진태시인, 이지담 시인, 홍일선 시인, 조성국 시인, 고영서 시인, 임효림 시인, 차주일 시인, 유명선 시인, 방남수 시인, 류외향 시인, 강덕환 시인 등이 참여하며 김기인과 스스로춤모임의 무용과 생명평화가수 수니가 노래공연을 준비했다.

섬에서 섬으로, 섬의 아픔이 섬의 아픔으로 이어지는 문학인들의 대장정에서 그들이 아픔의 땅에 남기고 오는 것은 무엇이며, 그들이 가슴에 품고 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은 이번 주말이면 확인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라도. 마라도는 바다 위에 떠 있는 한 점의 그림.
마라도.마라도는 바다 위에 떠 있는 한 점의 그림.강기희

덧붙이는 글 | 문학축전 행사 참여 문의 :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 이승철(010-2214-1902) , 사무국장 정용국(010-3704-3905)


덧붙이는 글 문학축전 행사 참여 문의 :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 이승철(010-2214-1902) , 사무국장 정용국(010-3704-3905)
#한국문학평화포럼 #소안도 #마라도 #문학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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