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이었다. "등기 왔습니다" 하는 집배원 아저씨 목소리가 나자 난 재빠르게 현관으로 뛰어나갔다. "아저씨 그렇지 않아도 아저씨 만나면 고맙다는 인사 전하고 싶었어요. 이사 왔는데도 잊지 않고 이리로 갖다 주시고…. 감사합니다."
"그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지난번 내가 휴가를 갖다오니깐 먼저 살던 곳에 우편물이 잔뜩 와있더라고요. 그것도 이 우편함에 갖다 놨으니깐 내려가 보세요" 한다. 더욱 고마웠다. 그렇지 않아도 먼저 살던 주소로 도착한 우편물에는 집배원아저씨가 주소를 고쳐 적어 새로 이사한 곳으로 갖다 주곤 했었다.
6월 중순경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서 호수만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 하는 날 마침 다른 집에 등기를 갖다 주고 내려가는 집배원 아저씨를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났다. 한 달에 한 번 꼴은 등기가 오니깐 아저씨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나보고 "어디로 이사하세요?" 하며 묻는다. 같은 아파트로 이사한다고 하니깐 이사하는 곳의 동호수를 물어보았다.
그리곤 고정적으로 오는 우편물이 있으니깐 주소변경을 아직 다 못했으면 바뀐 주소로 우편물 배달을 해달라고 우체국으로 신청하라고 가르쳐 주었다. 3개월 동안 무료서비스가 된다고 하면서. 나도 그러마하고는 깜빡하곤 우체국에 주소변경 신청을 미처 못 하고 있었다. 이사 하고 얼마 안 되어서는 먼저 살던 곳으로 가서 새로운 우편물이 도착을 했나 확인을 하곤 했었다. 어쩌다 그곳 편지함에 꽂혀있는 것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는 주소변경을 하지 않은 것도 새로 이사한 곳으로 계속 오고 있는 것이다. 모두 친절한 집배원 아저씨 덕분이었다. 이사 하던 날 이사 하는 곳의 주소를 물어보았지만 그날 메모도 하지 않았는데 주소를 잊지 않고 전달해주니 그보다 더 고마울 수가 없는 것이다.
이사하기 전에도 내가 없을 때에 등기우편물이 오면 아저씨는 몇월 며칠 몇시 정도에 다시 방문을 하겠다고 메모를 남겨놓고 다시 시간을 내어 등기우편물을 전해주곤 했었다. 하여 난 아저씨한테 미안해서 "아저씨 내가 없을 때 등기가 오면 경비실에 그냥 맡겨주세요. 그래도 괜찮아요" 하니깐 아저씨는 "그래도 괜찮겠어요" 하며 2~3번을 확인을 한 후에야 경비실에 맡겨놓기 시작했었다.
등기우편물이 오기 전까지는 아저씨를 만나지 못해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파트 살림이다 보니 편지함에 우편물을 꽂아 놓고 가니깐 아저씨를 만나기가 그리 쉽지가 않은 것이다. 두 달이 지나서야 아저씨를 만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그런데 오늘(3일)에도 우편물이 도착해 있었다. 그런데 주소변경을 한 줄 알았는데 그 우편물 역시 집배원 아저씨가 주소를 수정해서 지금 사는 곳으로 갖다 주었다.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언젠가 집배원이 우편물을 땅속에 묻어놓고 전달이 되지 않은 우편물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것도 모르고 꼭 받아야 할 우편물을 사람들은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 생각을 하니 아저씨에게 더욱 고마운 마음이 생겼다. 아저씨처럼 자신이 맡은 일을 욕심 없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기기를 바라본다.
"아저씨! 건강하시고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2008.09.03 19:52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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