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00) 전통적 2

― ‘전통적인 놀이’,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다듬기

등록 2008.09.05 10:20수정 2008.09.0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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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전통적인 놀이

 

.. 대책 없는 산업시대의 후유증, 농촌은 그 정서가 메마르면서 전통적인 놀이마저 잃어버렸다 ..  《윤정모-황새울 편지》(푸른숲,1990) 27쪽

 

‘후유증(後遺症)’은 ‘뒤탈’로 다듬어 줍니다. ‘정서(情緖)’라는 말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이 자리에서는 ‘마음’으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 전통적인 놀이마저

 │

 │→ 전통놀이마저

 │→ 옛날부터 즐겨 오던 놀이마저

 │→ 오래도록 이어오던 놀이마저

 │→ 그동안 함께 즐기던 놀이마저

 │→ 우리 삶과 문화가 깃든 놀이마저

 └ …

 

우리는 우리 놀이를 잃고 우리 일을 잃으며, 우리 말과 글도 잃고 있습니다. 잃는 줄 제대로 못 느끼면서 잃고 있습니다. 우리 삶도 잃고 역사도 잃고 문화도 잃기 때문이겠지요. 우리한테 있던, 우리 곁에 늘 함께하던 것들을 업수이 여기거나 하찮게 여기기 때문에, 정작 우리한테 소중한 것들은 사라지곤 합니다.

 

‘전통놀이’란 전통이 깃든 놀이, 곧 옛날부터 즐겨 오던 놀이입니다. 오래도록 이어오던 놀이입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다 함께 즐기던 놀이입니다. 바로, 우리 삶과 문화가 깃든 놀이입니다. 이런 우리 놀이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달리 나타내어 가리킬 수 있겠지요. ‘-적’붙이 말버릇에서만 벗어날 수 있으면.

 

ㄴ. 전통적으로 남자한테는

 

.. 드라마 속 회사 사장은 대체로 남자이고, 비서는 여자입니다. 전통적으로 남자한테는 이처럼 서열이 정해진 사회에서 적극적이며 지도력 있는 역할과 기질이 요구되었습니다 ..  《권인숙-어린이 양성 평등 이야기》(청년사,2008) 48쪽

 

 “드라마 속”은 “드라마에 나오는”으로 손봅니다. ‘대체(大體)로’는 ‘거의’로 손보고, “서열이 정(定)해진”은 “서열이 짜인”이나 “서열로 나뉜”으로 손봅니다. “적극적(積極的)이며 지도력(指導力) 있는”은 “적극 나서며 사람을 잘 이끄는”이나 “씩씩하고 이끄는 힘 있는”으로 다듬어 줍니다. “역할(役割)과 기질(器質)이 요구(要求)되었습니다”는 “노릇을 바랐습니다”나 “구실을 해야 했습니다”로 고치고요.

 

 ┌ 전통적으로 남자한테는

 │

 │→ 예부터 남자한테는

 │→ 옛날부터 남자한테는

 │→ 오래도록 남자한테는

 │→ 여태껏 남자한테는

 │→ 그동안 남자한테는

 └ …

 

이 자리에서는 우리 사회가 예부터 남자와 여자 성 노릇을 얄궂게 나누어 왔다고 비판을 합니다. 그래서 살짝 비아냥거리는 느낌으로 ‘전통에 따라’ 이렇게 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다른 한편으로 보면, 남녀 성 노릇을 억지로 갈라 놓는 일은 올바르지 못하니 ‘전통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볼 수 있어요.

 

글쓴이 생각이 앞쪽이었다면 “우리 전통에서 남자한테는”으로 다듬어 줄 때 어울립니다. 글쓴이 생각이 뒤쪽이었다면 ‘전통’이라는 말을 털고 ‘예-옛날-예전’을 넣거나 ‘여태껏-오래도록-오랫동안’이나 ‘그동안’을 넣으면 됩니다.

 

ㄷ.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역관문법

 

.. 《국문정리》에서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역관문법을 계승하여 우리 말 문법의 정리를 꾀하고 있지만 ..  《최경봉-우리 말의 탄생》(책과함께,2005) 101쪽

 

‘계승(繼承)하여’는 ‘이어받아’로 다듬습니다. “우리 말 문법의 정리(整理)를”은 “우리 말 문법을 정리하려고”나 “우리 말 문법을 추스르려고”로 다듬어 봅니다.

 

 ┌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

 │→ 예부터 내려오던

 │→ 예전부터 내려오던

 │→ 옛날부터 내려오던

 │→ 대물림되어 내려오던

 │→ 스승들한테 내려오던

 └ …

 

이 자리에서는 “전통처럼 내려오던”이나 “전통으로 내려오던”으로 손질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전통’이란 “이어져 내려오는 무엇”을 가리키고 있으니, “오랜 전통인 역관문법을 물려받아”로 고쳐씁니다. 딱히 ‘전통’이라는 낱말을 넣지 않더라도,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던 역관문법”이라고 다듬거나 “오랜 세월에 걸쳐 내려오던 역관문법”이라고 다듬어 주어도 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09.05 10:20ⓒ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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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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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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