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도 등대 앞 벤치아버님이 마지막 여행지. 백야도 이 자리에서 경관에 감탄하시며 큰 며느리 오면 구경시켜 주라고 하신 벤치였다. 가족들이 모여 앉아 과일을 깎아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양동정
마침 이번 추석에는 형수도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고, 4남 2녀 중 4형제 내외 모두가 모였다. 차례 음식 준비를 서둘러 마치고 형수께 백야도 구경을 시켜줘야 한다며 모두가 차에 올랐다.
아버님이 말씀하셨던 백야도 그 장소, 등대가 있는 곳의 벤치에서 아버님이 하신 말씀을 형제들에게 들려주며 아버님 생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로써 아버님의 중요한(?) 유지 한 가지는 받든 것이 아닌가 싶다.
생전의 아버님은 목욕탕 가는 것을 매우 싫어하셨다. 그래서 집에서 물 받아놓고 목욕을 하셨다. 목욕비도 문제였지만 유교사상이 몸에 배어 모두가 맨 몸인 공중목욕탕이 싫으셨던 듯하다. 그래서 언젠가 아버님을 모시고 목욕탕에 가서 등을 한 번 밀어드려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백야도 다녀오는 길에 형이 찜질방을 가자는 '예상치 못한' 제안을 했다. 매우 보수적인 우리집에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잠시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했으나 눈치 빠르고 재치있는 막내 제수씨의 환호성에 힘을 받은 3명의 며느리들이 좋다고 동의했다. 그리하여 난생 처음으로 4형제 내외가 어머님을 모시고 여수시에 있는 대형 찜질방 나들이를 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찜질방에서 먼저 나와 차에서 가족들을 기다리며 "보수적이셨던 아버님이 계셨으면 오늘 같은 경우 어떻게 되었을까?"하며 "우리집도 많이 변하는구나"라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