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일암 가는 길아래의 선홍빛 동백이 푸른 바다와 잘 어울린다.양동정
오랜만에 가보고 싶으신 곳을 둘러보신 부모님과 함께 매운탕 집에 들렀다. 신선한 생선 매운탕에, 시장기까지 더하신 듯 맛있게 점심을 하신다. 반나절 정도의 나들이를 마치고 고향집에 들려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 쌀가마니와 무 구덩이에서 꺼낸 무며, 나물거리, 비닐하우스 안의 상치, 갓김치, 된장 등 바리바리 실어 주신다.
동구 박까지 나오셔서 조심해서 가라고 하시며 손을 흔들어 주시는 그렇게 강인하시던 두 분이 너무나 연로해 보인다. 6남매를 키워 다 서울로 내보내시고 두 노인만 외롭게 선산을 지키며 고향에서 노후를 보내시는 모습이 너무도 불쌍하고 안타까워 보인다.
서울에 도착하여 "차 밀리지 않고 잘 도착했습니다"하고 전화를 드린 아내에게 어머니께서 "아가! 상추 봉달이 안에 좀 잘봐라!" 하신단다. "어머니 뭘 잘봐요?" 하고 여쭈니 "그냥! 잘 봐라" 하신단다.
고향집 마당의 비닐하우스에서 뜯어와 싸주신 상추봉지를 펼쳐보니 꼬깃꼬깃한 돈 5만원이 들어 있다. 설에 용돈 드렸다고 이번에는 "용돈도 못 드리고 왔는데…" 하며, "참! 어머님도!" 하는 아내가 오늘따라 "나에게는 최고의 반려자다" 싶다.
아마도 며느리가 용돈을 주시면 안 받을 것 같으니 살짝이 상추봉지에 넣어 두시고 서울에 도착한 후에 알려주시는 이 마음이 정녕 모든 부모님의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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