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수다포럼에 참가한 각국의 이혼당사자 모임 대표들.
여성신문
[김재희 기자]
"정규직을 찾아 20군데 이상 면접을 보았지만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어요. 파견직 이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일본 싱글맘 마루야마)
"우리 사회는 아직 이혼녀에 대해 짐스러워하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고 있었요."(한국의 싱글맘 탁모씨)
"이혼에 대한 법적 체계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필리핀에서 가정폭력을 당해도 결혼 이외의 선택지가 없어요."(필리핀의 싱글맘 조안)지난 5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는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각국의 언어가 뒤섞인 가운데 수다 난장이 벌어졌다. 한국의 이혼당사자 모임인 '당나귀(당당한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임)'가 일본과 홍콩의 싱글맘 당사자 모임을 초청해 '싱글맘의 수다'라는 포럼을 연 것. 한국, 일본, 홍콩,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각국에서 온 이혼 또는 비혼 당사자들은 한 부모 여성으로 살아가는 어려움들을 토로하며 국적을 잊은 채 서로를 다독여주었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국경을 초월해 이혼 당사자들이 겪는 문제는 '빈곤'이었다. 홍콩의 가정폭력 피해 여성 쉼터 '하모니하우스'의 싱글맘 모임인 'WA그룹'에서 활동하는 미셸 리는 "싱글맘이라면 정규직을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라며 이혼 당사자들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빈곤한 워킹맘을 꼽았다.
일본의 경우 43.6%(2006년 기준)가 파트타임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연 근로수입은 170만 엔에 불과하다. 한국의 한 부모 가정의 경우도 79.2%가 50만~100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최근 한부모학회 포럼서 밝힌 바 있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 싱글맘이 겪는 어려움의 차이도 드러났다. 도시에서 과보호를 받으며 자라는 외동아이인 '소황제(小皇帝)'가 증가하는 중국의 경우 자녀와의 소통문제가 싱글맘들의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베이징 홍풍 여성심리상담소 호우 지밍 부주임은 "중국의 한 부모 여성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모와 자녀 간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며 "자녀를 통제할 수 없는 한 부모 여성들이 아이들을 착하게만 대해 아이들의 버릇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같은 나라라도 도시화의 정도에 따라 받아들이는 이혼에 대한 무게감은 달랐다. 전라남도 영광에서 온 싱글맘 탁모씨는 이혼 후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이혼에 대해 아직 폐쇄적인 지역의 경우 이혼녀를 가문의 수치로 여기는 경향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싱글맘으로서 가슴앓이를 하는 이들에게 싱글맘 네트워크는 든든한 지지자가 되고 있다. 마루야마씨는 남편의 폭력으로 이혼한 뒤 극심한 과식증에 시달렸지만 이혼 당사자 모임 활동을 하며 자립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한다.
다양한 논의가 진행된 가운데 참가자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당차게 살아갈 수 있는 싱글맘 노하우를 공개했다. 각국의 싱글마더들은 '자녀에게 이혼을 설명하는 좋은 방법' '홀로서기 내공쌓기' '남자를 가늠하는 법' 등 일상에서 유용한 다양한 싱글맘 노하우를 나눴다.
이날 진행을 맡은 변화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의 네트워크가 서로에게 힘을 주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국제적 연대를 지속하자는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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