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라기엔 너무 차분한 미국 언론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미국의 모습

등록 2008.09.17 14:32수정 2008.09.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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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산 신청을 한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파산 신청을 한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 연합뉴스

파산 신청을 한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 연합뉴스

지난 일요일(14일)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과 세계 최대 보험회사 AIG의 위기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세계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금융위기는 어느 정도는 예견되어 온 것이다.

 

지난해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주택저당증권(Mortgage Backed Security, MBS)의 부실을 가져왔고, 이는 여기에 투자한 미국 주요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졌다. 올 3월에는 굴지의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사실상 헐값에 제이피 모건(J. P. Morgan)에 인수되면서 금융기관 부실 문제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오늘자 신문 1면은 역시 금융위기

 

기자가 살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의 대표 신문인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1면 기사 역시 평소와는 달리 금융위기에 관한 기사이다. 만일 이러한 위기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월요일 저녁에 있었던 미식축구 경기 결과가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경제지가 아닌 미국의 신문에 경제기사가 1면 톱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만큼 미국에서도 이번 위기가 상당히 커다란 이슈로 자리 잡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한국과는 달리 자산의 상당 부분을 펀드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미국인들로서는 주식시장 변동에 큰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 언론들의 보도와 비교해 보았을 때, 오히려 한국에서 이번 사태를 더욱 관심 있게 보고 있는 듯하다.

 

위기라기엔 조용한 미국 언론

 

이러한 분위기는 미국 언론이 이끌고 있다. 미국 언론은 이번 사태를 보도하면서 상당히 이성적인 대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많은 뉴스채널이나 신문들이 이번 사태를 속보로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 금융시장이 붕괴될 것 같다는 등의 선정적 보도는 지양하는 분위기다. 주로 이번 사태를 분석하고 속속 들어오는 속보에 따라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함과 동시에 많은 다른 견해들을 소개함으로써 시장참여자들의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려 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 언론의 보도는 미국시장의 붕괴와 그에 따른 세계시장의 공황을 예측하는 등 상당히 선정적인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을 불러오고 근본 요인이 아닌 심리적인 원인으로 인한 시장 붕괴를 촉진하게 된다.

 

실제로 이번 사태가 미국 내에서 훨씬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은행의 대량 인출 사태나 시장에서 대거 탈출하는 현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위기라기엔 너무 조용한 미국이 현재의 상황이다. 이러한 미국의 분위기는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화요일(16일)에 시장이 반등에 성공함으로써 이번 위기가 조기에 수습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시장의 신뢰 회복, 위기의 불씨 여전히 남아

 

이번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의 금융시장에서 신용위기는 곧바로 금융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또한 금융 위기가 실물 부문 위기로 직결될 수 있음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시장에 대한 신뢰의 회복이 이번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또한 미국의 주택시장이 침체일로에 있는 지금, 모기지 시장의 부실이 더욱 심각해진다면 더 큰 위기의 불씨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붕괴로 이어지기에는 아직도 많은 기회가 남아있다. 다만, 미국 역시 양극화 심화에 따른 소비 위주 경제의 한계가 다시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게 된다면 침체의 시기는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2008.09.17 14:32ⓒ 2008 OhmyNews
#금융위기 #리먼브라더스 #서브프라임모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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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소재 Augsburg University 경영학과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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