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핵 제로화 바라지 않을 수도"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대전통일교육센터 특별 강연에서 주장

등록 2008.09.19 10:34수정 2008.09.1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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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대전 아드리아호텔에서 '국제환경 변화와 남북관계의 전망'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고 있는 정세현(전 통일부장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18일 오후 대전 아드리아호텔에서 '국제환경 변화와 남북관계의 전망'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고 있는 정세현(전 통일부장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오마이뉴스 장재완
18일 오후 대전 아드리아호텔에서 '국제환경 변화와 남북관계의 전망'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고 있는 정세현(전 통일부장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미국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의 핵이 완전히 제로가 될 때가 더 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조금이라도 남은 상태에서 자신들의 말을 잘 들을 때 더 득이라고 생각하나? 후자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핵이 사라지고, 미사일 문제도 해결되면 분명히 남한 내에서 미군철수 얘기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정세현(전 통일부장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18일 오후 대전 아드리아호텔에서 열린 '2008 남남대화 다름의 소통 그리고 어울림' 토론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정 의장은 이날 '국제환경 변화와 남북관계의 전망'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소위 방범비를 받으려면 약간의 방범 불안요인이 남아 있어야 하는 것처럼, 미국은 북한이 자신들의 말만 잘 듣는다면 북한에 핵의 일부가 남아 있는 것을 인정할 수도 있다"며 "파키스탄과 인도가 300~4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는 것을 미국이 인정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핵이 제로화되어야 하고, 그렇게 북한과 미국에 요청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북핵문제에 있어서 남북이 주도권을 쥐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부에서는 김정일이나 북한은 끝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김정일이든 그 다음 사람이든 간에 핵도 제대로 가지지 못하면서 국민도 다 굶겨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일정 상황이 되면 분명히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관계 우선해야 한반도 평화 가능"

 

그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이른바 '비핵개방3000'에 대해 비판하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는 이유는 정부가 편벽된 정보와 국제관으로 핵연계론적인 입장, 즉 핵문제를 앞세우고 그 후에 남북관계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핵문제에 있어서 인질이나 다름없고, 그 모든 피해는 우리가 받기 때문에 핵문제에 앞서 남북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북관계를 우선해야 북핵문제 해결 후 한반도 평화체제도 가능하고, 남북이 주도적으로 이를 정착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서 "만일 남북관계가 적대적인 상황에서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한반도 평화체제는 미국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고, 과연 한반도의 분단된 상황으로 국가의 이익을 유지하던 사람들이 남북의 통일에 발 벗고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관계를 앞세우는 것은 북미관계를 해결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지만, 한미관계에도 순기능을 하고, 미국도 우리를 더 높게 평가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편에만 서면, 중국도 싫어하고, 북한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텐데 과연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미국도 우리를 무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관계 잘 돼야 남북관계 잘 된다' 주장 이해 안 가"

 

 정세현(전 통일부장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정세현(전 통일부장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오마이뉴스 장재완
정세현(전 통일부장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그는 이러한 한-미-북의 관계를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 비유하면서 "어떤 일만 발생하면 부모에게 맡기고, 해결해 달라고 하면 어느 부모가 좋아 하겠느냐"며 "웬만하면 스스로 해결해야 좋아하는 것이다, 외교도 인간관계와 똑 같다"고 소위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 사람들은 한미관계가 잘 풀리면 남북관계도 잘 될 것이고, 북미관계도 잘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의아해했다.

 

정 의장은 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성사과정에서 남한이 주도적으로 외교를 펼친 과정을 설명한 뒤 "북한을 끌어 낸 것이 대북협력이었고, 6자회담을 성사시킨 것이 바로 '퍼주기'다, 그것이 왜 나쁜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또 동독통일의 과정에서 서독이 동독에게 조건 없이 지원한 것을 예로 들면서 "속된 말로 코가 꿸 때까지 퍼 준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가 사회주의 국가를 변화시키는 것은 지원에서 시작한다"면서 "그런데 왜 대북지원에 대해 '빨갱이에게 퍼주느냐'라는 비난을 하느냐"고 분개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지금 북한과 '기싸움'이나 '힘겨루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제정세가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구축으로 가고 있다면, 그 과정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갖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의장의 강연 이후에는 김학성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평화안보학과장과 이윤환 자유총연맹대전광역시 전문위원, 이정순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 이충재 대전YMCA 사무총장, 탁현배 대전615청년회 회장, 한광석 천주교대전교구 신부 등이 토론자로 나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2008.09.19 10:34ⓒ 2008 OhmyNews
#정세현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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