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지대에서 바라본 반구정
이승철
"반구정과 압구정, 이름이 비슷하네요, 강변에 세워진 것도 그렇고."
파주시 문산읍 사목리에 있는 조선 초기 청백리로 유명했던 황희정승의 반구정 앞에서 아우는 갑자기 서울 한강변 압구정이 생각났던 모양입니다. 이름이 비슷했기 때문이겠지요.
"이름은 비슷해도 두 정자의 주인공이나 정자에 담긴 정신은 아주 다를 걸요?"
막내가 모처럼 숙부의 말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평생을 벼슬아치로 지내고 특히 세종대에 18년 동안이나 영의정을 역임했지만 멍석자리를 깔고 살았을 정도로 검소하고 청렴결백했던 황희정승의 반구정이 압구정과 비교되는 것이 싫었던 모양입니다.
"그건 그려. 어떻게 청백리의 표상 황희정승과 정의보다 권력에만 집착했던 한명회가 비교될 수 있겠어? 그냥 정자이름이 비슷하다는 거지, 강가에 세워진 것도 그렇고."
아우는 조카가 거들고 나선 말뜻을 금방 알아차리고 변명을 합니다. 황희의 넉넉한 인간성과 평화로운 정신이 깃든 반구정과 한명회가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 세운 압구정은 정말 이름이나 뜻이 거의 비슷합니다. 반구(伴鷗)나 압구(狎鷗), 모두 한가하게 갈매기를 벗 삼는다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강가에 세워진 정자라는 것도 비슷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