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없는 홍보예산, 지역신문 난립 부추겨"

지자체 홍보예산 기준 마련 세미나 "충남도, 언론인 지급 현금만 5000만원"

등록 2008.09.26 17:27수정 2008.09.2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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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대전 유성 아드리아호텔에서 열린 '지방자치단체 홍보예산실태 및 합리적인 예산편성 기준 마련을 위한 세미나'
26일 오후 대전 유성 아드리아호텔에서 열린 '지방자치단체 홍보예산실태 및 합리적인 예산편성 기준 마련을 위한 세미나' 오마이뉴스 장재완

지자체 홍보예산 문제유형을 분석한 결과, 홍보예산을 배분하는 특별한 기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무분별한 홍보예산 '나눠주기'로 인해 '지역신문 난립'을 부추기고, '관언 유착'의 관행을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남재영)은 26일 오후 대전 유성 아드리아호텔에서 '지방자치단체 홍보예산실태 및 합리적인 예산편성 기준 마련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민선 지방자치시대의 도래로 자치단체의 홍보비 집행이 확대되고 있으나,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집행되어 혈세낭비는 물론,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것.

이 자리에서 발제에 나선 이병남 강원민언련 사무국장은 '지방자치단체 홍보예산실태 및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대구참언론과 강원·대전충남·광주전남·부산·충북·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전국 8개 지역 언론단체가 공동으로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각 지역별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정보공개청구에서 요청한 자료는 ▲언론사에 집행된 공고료·광고료, ▲기자들과 가진 오찬·만찬 비용, ▲언론사 주최 각종 행사 등 협찬금·후원금 ▲자치단체 및 자치단체 행사광고 홍보비 ▲언론사에서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지출금액 ▲언론인등에게 지출된 현금 및 물품내역 등이다.

이 국장이 분석,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의 부적절한 홍보 예산 집행관행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사례 첫 번째로는 특정사안과 관련 보도자료를 기사화해주는 대가로 홍보예산을 지급하는 대가성 기사가 양산되고 있다는 것.


실제 강원지역의 사례를 살펴보면 자치단체 출범 평가 기획 보도 및 시정 홍보 기획보도 사례비로 한 언론사에 적게는 550만원에서 많게는 11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렇게 양산된 기사를 분석해 보면, 대부분 객관적인 평가기사가 아닌 칭찬일색의 홍보성 기사들로 채워져 지역언론이 자치단체 및 의회의 일방적인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이러한 대가성 기사는 지자체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홍보수단일 수는 있지만, 이는 결국 지역언론이 언론의 정론기능을 훼손하고, 지자체의 홍보물로 전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널리즘 기능과 관련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충남도, 언론인에게 지급한 현금만 5000만원

 이병남 강원민언련 사무국장
이병남 강원민언련 사무국장오마이뉴스 장재완
두 번째 사례로는 '근절되지 않는 촌지관행'이다. 충남도의 경우 언론인에게 현금으로 지급된 금액만 5000만원이었으나 세부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충남도는 지난 2005-2006년 2년 동안에도 총 99건에 8255만원이 홍보사례비나 격려금 명목으로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었다.

전북의 경우에도 '도정발전 시책추진 격려금'이라는 명목으로 3360만원이 지출됐고, 정읍시에서는 격려금으로 9524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는 언론사 행사지원비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에서는 언론사 행사비 및 프로그램 지원액이 2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계올림픽 유치활동과 관련한 비용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집행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전북의 경우, 언론사에서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에 대해 2007년에만 1억1950만원이 지원됐고, 경남에서는 4억8000만원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은 행사 후원에도 1억8700만원을 집행했다.

마지막 네 번째로는 언론인과의 오·만찬 비용도 상당했다. 지난 2007년 한 해 동안 조사된 7개 지역에서 지출된 오·만찬 비용은 무려 12억4100만원이 넘게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언론홍보비와 관련한 정보공개 성실도도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충남의 경우 46개 지방자치단체 및 의회 중 겨우 16개 자치단체 및 의회만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공개를 했다고 해더라도 세부항목을 공개하지 않고, 총액만 공개하는 등 불성실한 공개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와 관련, 이 국장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고 있는 신문사들 중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또는 신문발전위원회로부터 지원을 받고 경우가 상당수"라며 "기금 지원을 받고 있는 지역신문사들이 공적지원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신문의 민주적 여론형성과 지역감시 역할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부적절한 홍보예산에 대한 근절과 부적절한 유착관계들에 대한 개혁이 전제되지 않으면 지역신문들에 대한 공적지원은 독버섯에 거름 준 것과 다름없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홍보예산 배분, 지역신문발전기금 선정과 연계해야"

 이용성 한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용성 한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오마이뉴스 장재완
'자치단체 홍보예산 집행 기준 마련 필요성과 정책제언'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이용성 한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자체 홍보예산의 편성과 집행이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 없이 다수의 신문사에게 균등 배분되거나 자의적으로 지원되다 보니 지역신문의 가장 큰 문제인 시장난립구조를 고착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지자체가 사별 균등배분을 지향하거나 자의적인 집행을 하는 것이 지역신문의 매체력을 부담스러워 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는 지자체의 신문사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와 대가성 기사를 중심으로 하는 언론 관리의 측면도 강하다는 문제가 있다"며 "결국 홍보예산 배분문제가 지역신문 난립구조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권언유착을 통한 지역저널리즘의 위기, 권력감시기능과 정론기능의 위기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또 "지역자치단체의 홍보예산은 현재 효과적인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선정효과가 결합하면 강력한 난립구조 개선을 실현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투명하고 합리적인 지역자치단체의 홍보예산 편성 및 집행기준의 마련과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와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는 대구참언론 사무국장과 소영진 대구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박정희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김순기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김성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전문위원,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등이 참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전북민언련이 전북지역 자치단체에 요구했던 홍보예산 집행기준>

▲지역 신문사에 발행부수 및 유가부수 공개를 요구하고 발행부수 및 유가부수에 따라 홍보예산을 차등 지급할 것.
▲발행부수 및 유가부수와 관련된 사항은 광고주협회에 협조를 구하고,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발전위원회의 자료를 활용할 것.
▲정확한 부수 공개를 하지 않는 신문사에게는 홍보예산 집행 시 불이익을 줄 것.
▲기자들에 대한 정상적인 월급이 지급되지 않고 있는 신문사에는 홍보예산 집행 시 불이익을 줄 것.
▲기자가 비리 사건에 연루된 신문사에 대해서는 홍보예산 집행 시 불이익을 줄 것.
▲발행인 및 지배 주주가 언론사 운영과 관련한 범법 행위를 한 신문사에는 홍보예산을 집행하지 말 것.
▲정상적인 발행이 이뤄지지 않는 신문사에는 홍보예산을 집행하지 말 것.

#홍보예산 #민언련 #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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