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YMCA가 함께하는 '라온아띠(함께하는 즐거운 친구!)' 태국 해외봉사단은 2008년 8월부터 2009년 1월까지 '환경과 에너지 보존 및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고민과 활동을 하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해도록 노력하겠다. - 기자 주
어렸을 적 역사책을 보노라면 한반도가 외세의 침입을 무수히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순신, 을지문덕, 강감찬 등과 같은 시대의 영웅들이 우리가 처한 위기를 구해주는 구세주로 등장하는 모습도 위인전에서 접할 수 있었다.
대학에 와서 이런 위인의 상이 어쩌면 우리의 소중한 가치 중 하나를 망각시켜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수많은 외세의 침입을 막아내고,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회복하는 과정에는 분명 영웅들의 뛰어난 지도력과 통찰력이 있었겠지만, 이른바 '무지랭이'라고 일컬어지는 민초들의 수많은 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변국에 비해 소규모 영토와 소규모 인구들이 모여살던 우리 한민족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하나로 단결한 민초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물론 시대의 영웅들이 길을 제시하고 말이다.
태국은 아시아의 대부분 국가들이 열강의 식민지로 전락할 때도 독립국으로 존속되던 나라다. 덕분에 우리가 보기엔 낮은 경제수준을 영위할지 몰라도 곳곳에 밴 자긍심과 문화의 우수성은 어느 나라도 쉽게 볼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자신들이 못산다는, 자신들이 불행하다는 사고 자체가 없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10여개의 학교에 들어가서 교육을 하고 함께 뛰어놀 때 선생님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다름아닌 '즐거움'과 '행복'이란 가치다. 그들은 도착한 우리에게 항상 묻는다.
"지금 행복합니까? 태국에서의 일상을 즐기고 있습니까?"
부끄럽게도 항상 굳어있고, 심각한 표정의 까올리(한국사람을 일컫는 태국말)가 걱정됐으리라. 그래서 커리큘럼과 수업형태도 '즐겁고 행복하면 된다'는 굳은 철학을 가지고 행해지고 있었다.
이런 영향은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었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살아가는 대부분 학생들은 다들 해질 때로 해진 양말을 신고 다니지만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낡은 옷이 대부분이지만 누구보다 해맑은 미소로 우리를 맞아주곤 했다. '즐거움'과 '행복'이란 두 가치는 학생들의 자율성과 자치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스스로 하는 것 만큼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것도 없기에.
일단 모든 조회와 종례를 학생들 스스로가 주관하고, 훈시도 학생들 스스로가 행한다. YMCA에서 진행하는 태권도 수업에서는 상급생이 하급생을 지도하고, 겨루기를 할 때에는 코치로 상급생이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각 동작의 자세나 품새도 모두 상급생이 봐주며, 사범은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학생 수가 많아서, 그리고 집중이 안돼서 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선생의 위치에 선 사람은 교육의 가치에 대해 순간순간 고민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태국에선 우리가 보편 타당하게 생각하는 교육의 가치와 다른 가치가 발현되고 있었다. 어느 샌가 우리 안에 자리잡은 '경쟁'이나 '일등지상주의'가 잘못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또 어느 샌가 사라진 '즐거움'과 '행복'이란 소중한 가치에 대해 우리는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casto와 푸타파타의 세상바라보기(http://blog.daum.net/casto)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9.30 11:00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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