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21) 최소화

[우리 말에 마음쓰기 435] '커지다'와 '대규모화하다'

등록 2008.10.01 11:36수정 2008.10.0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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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최소화하다

 

.. 이 책은 디자인 결정과 디자인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든 환경문제를 인식하며 또한 환경적인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도로시 맥킨지/이경아 옮김-그린 디자인>(도서출판 국제,1996) 7쪽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 해도, '좋은 말'로 손쉽게 이야기를 펼치지 않으면 이맛살을 찌푸리게 됩니다. 그래도 줄거리가 살뜰하다면 꾹 참거나 다른 생각은 않고 끝까지 읽어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아쉽습니다. 좀더 쉽고 깨끗하고 알맞는 낱말과 말씨로 이야기를 펼쳐 나갈 수 있었으니까요.

 

보기글을 보면 "디자인 프로세스"라든지, "환경문제를 인식하며"라든지 "환경적인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는"이라든지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같은 대목이 얄궂다고 느낍니다. 이런 말을 꼭 써야 했을까요? 누구나 알아듣기 좋도록 좀더 마음을 기울여서 풀어내기란 어려웠을까요?

 

 ┌ 최소화(最少化) : 가장 적게 함

 │   - 부작용을 최소화하다 / 홍수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

 ├ 환경적인 문제를 최소화하는

 │→ 환경 문제를 가장 적게 하는

 │→ 환경 문제를 크게 줄이는

 │→ 되도록 환경에 적게 문제가 되는

 │→ 되도록 환경을 지킬 수 있는

 └ …

 

'최소화'라는 말씨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최소가 되게 하다"라는 뜻을 담아서 '最少 + 化'로 적었을 테고, '最少' 또한 "가장(最) 적게(少)"를 가리키려고 적었을 테지요. 국어사전 말풀이 그대로 "가장 적게 함"이 '최소화'입니다. 낱말을 하나하나 뜯으면, "最(가장) + 적게(少) + 함(化)"입니다.

 

이런 말짜임을 돌아본다면, '최소화'라는 말씨는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얼마든지 쓰임직합니다.

 

 ┌ 부작용을 최소화하다 → 부작용을 줄이다 / 잘못을 되도록 줄이다

 └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 피해를 줄이려고 / 피해를 덜려고

 

그러나, 한자로 '最 + 少 + 化'라고만 말을 지었어야 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들은 한자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한글로, 토박이말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 한자로 빚은 낱말이 많다고 해도, 우리 말 속살은 토박이말이지 한자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서양옷을 입었어도 서양사람이 아닌 한국사람이듯, 우리가 서양집에서 살더라도 서양사람이 아닌 한국사람이듯, 우리 말에 한자말이 퍽 많이 깃들게 되었더라도 우리 말은 '토박이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자를 드러내어 쓰는 한국말이 아니라, 한글로 적어서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하는 한국말입니다.

 

 ┌ 가장 줄이다 / 가장 적게 하다

 └ 줄이기 / 덜기

 

말뜻 그대로 "가장 적게 한다"고 하면 됩니다. "크게 줄인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되도록(될 수 있는 대로) 줄인다"고 해도 어울리며, 보기글에서는 "환경 문제를 크게 줄인다" 뿐 아니라 "환경을 되도록 지킨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ㄴ. 대규모화하다

 

.. 만약 그렇게 된다면 교통 혼잡은 대규모화 할 것이고, 높은 속도의 도로 또한 도시의 인간적 특성과 구조 자체를 완전히 파괴할 것이다 ..  <박용남-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시울,2006) 24쪽

 

'만약(萬若)'은 '앞으로'나 '모르지만'이나 '모르는 일이나'로 다듬습니다. "교통(交通) 혼잡(混雜)"은 '차막힘'이나 '길막힘'으로 손질하고, "높은 속도(速度)의 도로(道路)"는 "빨리 달리는 길"로 손질합니다. "도시의 인간적(人間的) 특성(特性)과 구조(構造) 자체(自體)를"은 "도시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얼거리를"로 손보고, '완전(完全)히'는 '남김없이'나 '송두리째'로 손봅니다. "파괴(破壞)할 것이다"는 "무너뜨리리라"나 "무너뜨리고 만다"로 고쳐 줍니다.

 

 ┌ 대규모화 : x

 ├ 대규모(大規模) : 넓고 큰 범위나 크기

 │   - 대규모 행사 / 대규모 집회 / 대규모의 공사를 벌이다

 │

 ├ 교통 혼잡은 대규모화 할 것이고

 │→ 교통 혼잡은 커질 테고

 │→ 차는 훨씬 많이 막힐 테고

 │→ 길막힘은 아주 대단할 테고

 │→ 길은 더욱 어지러워질 테고

 │→ 찻길은 그지없이 어수선해질 테고

 └ …

 

커지니 '커진다'고 할 뿐입니다. 그러나 '크다'나 '작다'라는 낱말을 쓰지 않고 '대규모(大規模)'와 '소규모(小規模)'라는 낱말만 쓰는 분들은 '대규모 + 화'와 '소규모 + 화'라고만 적고 말아요. 크기가 커지면 '커짐'이고, 크기가 작아지면 '작아짐'인데. 부피가 늘어나면 '늘어남'이고, 부피가 줄어들면 '줄음'인데.

 

 ┌ 대규모 행사 → 큰 행사 / 큰잔치

 ├ 대규모 집회 → 큰 집회

 └ 대규모의 공사 → 큰 공사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느끼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보이는 모습을 꾸밈없이 바라보고, 우리 모습 또한 겉치레나 껍데기가 아닌 야무진 속살과 튼튼한 알맹이로 가꾸어야 합니다. 삶을 알뜰히 가꾸어야 말을 알뜰히 가꾸게 되고, 삶을 차근차근 다스려야 말을 차근차근 다스리게 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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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1 11:36ⓒ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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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한자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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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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