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밤 한 되 3천원 토실토실하게 잘 여문 지리산 토종밤 한 되가 3천원이었다.
박종국
시장 초입에 사과를 맛보기로 내놓아 그것을 한 점을 집어 드는데, 때뜸 상인이 말문을 열었다. 하루 종일 팔아봤자 남는 게 없다는 볼멘소리가 크다.
"올해 과일은 졌어. 사과든 배든 가격이 너무 싸서 재미가 없어.""왜 그런지 알아요? 추석이 너무 빨리 들어서 그래요." "이까짓것 한 차 다 팔아봐야 기름값 제하고 나면 남는 거 없어, 헛장사야."과일행상을 하는 자기네들도 별 이윤을 남기지 못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추석이 빠르게 지났고, 이제 출하가 시작되는 과일량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풍작이지만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과일들"더구나 올해는 아직까지 태풍이 안 오고, 수확기에 비도 안 와서 과일이 풍작이지. 그렇지만 다 좋은 것만은 아니야. 추석을 즈음해서 대부분 소비가 됐어야 했던 과일이 이제 출하되니 올해 수확량 모두가 처치 곤란할 지경이야." 옆자리에서 배를 팔고 있는 상인이 말을 거들었다. 그는 나주에서 배를 떼다 파는데 너무 헐겂이라 기름값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마른담배를 연거푸 빨아댔다.
"우리 같은 과일행상들도 이런 형편인데, 정작 과수농민들은 울상이지. 잘 익은 과일을 그대로 매달아 놓은 형편은 못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일손을 사서 애써 따지만 정작 과수농민들은 손에 쥐는 돈이 없어. 과일 풍작인데도 도리어 애물단지가 돼버린 거지."
신세타령을 하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채소도 마찬가지다. 한 아름의 총각무가 천원, 장딴지만한 무 한 개, 대파, 쪽파 한 단이 역시 천원이다. 단돈 만원으로 시장바구니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이와같은 현상은 농투성이들한테는 최악이다. 시장바닥에서 천원 정도의 구실밖에 못하는 생물이라면 산지 논밭에서는 거의 '똥값'이었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