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석씨 '군대반대' 누드시위'태환아 너도 군대 가'라는 글로 화제를 모았던 강의석씨(22.서울법대 휴학)가 1일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이 펼쳐진 강남 대치동 현대백화점앞에서 군대 반대 누드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한다" "군대를 폐지하기 위해 기습시위를 벌였다"고 이유를 설명한 강씨는 퍼레이드가 벌어지는 도로에 뛰어들어 20여초동안 쿠키로 만든 총으로 총 쏘는 시늉을 하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연합뉴스 이정훈
의석씨의 행위가 매체를 통해 토론되는 것은 당연합니다의석씨는 이렇게 쓰셨죠.
"제게 공개편지를 쓰는 분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개인의 생각과 삶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문제제기를, 문제제기된 방식으로 했으니까요."제가 의석씨의 주장, 박태환씨에게 병역거부를 하라고 했던 것을 비판한 것은 그의 삶과 생각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가 아니라, 뜬금없이 왜 가만있는 박태환에게 병역거부를 제안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병역특례와 병역거부의 거리는 멀어도 한참 멉니다. 제 주장은 감옥행과 동일시되는 병역거부가 그렇게 마구 제안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박태환이 단지 유명해서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라면 정말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의석씨는 자신의 주장을 담은 공개적인 정치적 행위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행위로 많은 논쟁들이 많들어졌구요. 그것에 대해서 제가 공개적인 비판 글을 쓰는 것은 제가 의석씨에게 왜 박태환을 가지고 글을 쓰느냐고 비판할 때와는 전혀 다른 맥락입니다.
의석씨는 글에서 평화활동가들에게 서운한 점을 하나하나 적어주셨습니다. 왜 그 때 나에게 발언을 시켰냐, 왜 전화를 받지 않았냐. 정리해보자면 "글에서는 같이 하자고 했지만 결국 밀어낸 것은 당신들이 아니냐"였습니다.
주장이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제 비판에 의석씨는 책이 가득 꽂힌 자신의 책장 사진을 찍어서 올려주시기도 했습니다. 조금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정확하게 답변하고 사실관계를 따질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양심선언 이길준 의경의 기자회견과 관련된 부분은 필요하다면 하나하나 이야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글의 초점은 다른 곳에 맞추고자 합니다. 먼저, 이 공간에서 그렇게 자세한 부분들을 일일히 따지는 것이 생산적이라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의석씨의 글을 읽으면서 제 생각이 잘못 전달된 부분과, 저의 부족함도 확인할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의석씨의 구체적인 고민을 느낄 수 있었구요. 그 과정에서 이제는 조금 더 명확하게 논쟁의 지점을 잡을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제는 사회운동을 하는 강의석씨의 태도입니다저의 비판은 "의석씨의 행동보다 다른 평화활동가들의 행동이 더 낫다. 그렇기에 당신의 것은 잘못되었고 내가 하는 방식을 따라야 한다"와 같은 오만과 독선에 기반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 그것이 다른 활동에까지 악영향을 끼친다면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연대입니다.
조금 거친 예가 되겠지만, 저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방식의 선교가 전체 기독교에 악영향을 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면, "그 분들에게도 자기식대로 포교할 자유가 있으니까 상관하지 않겠어"가 아니라 기독교의 발전을 위해서 진심을 담아서 그 분들의 행위를 비판하고 다른 방식을 제안할 것입니다.
물론 의석씨의 행위를 '예수천국, 불신지옥'과 비교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말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의석씨가 군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에, 그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진심을 담은 비판을 하고 싶었다는 말씀입니다.
사회운동을 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의석씨가 대광고 시절 하셨던 1인 시위와 단식과 같은 방식도 있을 것이고, 구체적인 정책제안이나 입법운동이 있을 것입니다. 의석씨가 택하셨던 알몸 시위도 외국에서는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저항의 방식입니다. 하지만 그 다양한 방식은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선택되어야 합니다.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군대를 없애는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박태환과 같은 유명인을 걸고넘어지면서 자신의 주장을 알리는 방식이나 탱크 앞에 알몸을 던지는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아니 적절하지 않은 것을 넘어서서 군대에 비판적인 운동 전체에 대한 반감과 비난을 더 크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이즈 마케팅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하죠. 신규 브랜드가 등장할 때 사용하는 기법인데 특정 사건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끄는 방식입니다. 최근 연예계에서도 자주 사용되고 있는데 인지도가 생명인 연예인의 특성상 좋건 나쁘건 간에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것이 최고의 홍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노이즈 마케팅이 계속적으로 사용될 경우에는 최소한의 신뢰성마저도 잃게 하여 결국에는 사람들의 불신만을 초래할 수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전 의석씨가 사회운동을 대하는 방식이 이 노이즈 마케팅과 닮아있다고 느껴집니다. 의석씨에게는 일단 많이 알려야 한다는 강박과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언론이 주목할 이슈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사회운동은 많이 알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진지하게 설득해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 설득의 가장 중요한 방식은 자신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없다면 사회운동은 힘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연예인에게는 안티도 팬이지만 사회운동은 다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강의석씨가 알몸으로 탱크 앞에 선 모습에 '비무장은 아름답다'가 아닌 '강의석 또 한 건 했네'를 이야기는 것은 노이즈 마케팅의 한계와 닮아있습니다. 반복되는 과정에서 의석씨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지요.
심지어 의석씨의 생각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진보적인 사람들조차 강의석 본인이 유명해지고 싶어서 저러는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랬기에 전 의석씨가 언론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소비되었으며, 결국 실패했다고 한 것입니다. 진정성을 전달하는 것에 실패한 것이지요.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송승헌씨 병역문제가 터졌을 때, 한 팬이 저희 단체로 이런 연락을 해 주셨습니다. "송승헌씨가 병역거부를 하게 해주세요." 아마 그 팬은 병역거부를 하면 감옥에 가는 것이 아니라 면제가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 때 만약 병역거부운동이 "송승헌씨, 병역거부는 어떻습니까?" 같은 글을 썼었다면 당장 화제야 되었겠지만, 결국 병역거부운동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