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무기 판매 나선 미국, 좌시하지 않겠다는 중국

[2008 미국 대선과 세계4] 미중관계와 한반도

등록 2008.10.06 16:55수정 2008.10.0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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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대만에 65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판매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미국-중국-대만 관계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결정은 미국 대선을 불과 20여일 앞둔 시점에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양안 관계가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무기 판매 목록에는 31억 달러 상당의 패트리어트 최신형 미사일인 PAC-3, 25억 달러의 아파치 공격헬기를 비롯해 대만 정찰기인 E-2T의 성능 개량, 대함미사일인 하푼, F-5 및 F-16 전투기 부품, 유도미사일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부시 행정부가 전격적으로 무기 판매를 승인하자, 대만과 중국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만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대만 정부는 강력한 국방력을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며 미국에 사의를 표했다.

 

그러나 중국은 주중 미국 고위 관리를 소환해 미국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는 무기 거래에 강력히 반대하며, 만약 이 계획이 철회되지 않으면 미중관계에 훼손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대만, 밀월관계 끝나나?

 

부시 행정부가 대만에 대규모의 무기 판매를 추진한 것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만은 민진당의 천수이벤이 독립 노선을 강하게 주창하고 있었고, 부시 행정부 역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부르면서 중국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그러나 대만 의회를 장악한 국민당의 반대에 막혀 무기 거래는 계속 무산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국민당의 마잉주 정부가 곧 백악관을 떠나는 부시 행정부와 대규모 무기 거래를 성사시킨 것은 중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천수이벤 시대에 대만 독립 문제로 날카롭게 대립했던 중국과 대만은 마잉주 정부 출범을 계기로 본격적인 화해 국면으로 접어들었었다. 양측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빈번히 접촉을 갖는 한편, 경제협력과 인적 교류도 대단히 활발해졌다. 특히 마잉주 정부는 ‘통일도, 독립도, 무력충돌도 하지 않겠다’는 3불(不) 원칙을 표방했고, 중국 정부 역시 군사적 위협을 줄이고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가입 반대 입장을 철회한 데 이어 대표사무소 개설에도 합의하면서 양안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대만 간의 무기 거래 합의로 중국-대만 사이의 밀월관계도 불안해질 전망이다.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간주해온 문제일 뿐만 아니라, 판매 목록에는 PAC-3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용 무기를 수입할 경우,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MD 체제에 대만도 사실상 포함되는 것으로 간주해왔기 때문이다.

 

오바마 "중국은 적도 친구도 아니다"

 

일단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의 공은 미국 의회로 넘어간 상태이다. 미국 의회가 30일 이내에 반대하지 않으면, 무기 판매는 최종 승인되게 된다. 그러나 미국 의회 역시 대만의 군사력 강화의 필요성에 대체로 동감해왔고,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무기 판매를 불허할 가능성은 낮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차기 미국 정부에게 미중관계의 부담까지 넘겨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책과 관련해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는 '협력'에, 공화당의 존 메케인은 '견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역시 중국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있다. 그의 기본적인 중국관은 "중국은 적도 친구도 아니다. 그들은 경쟁자"라는 말로 요약된다. 다만 부상하는 중국을 다루는 방법과 관련해 "충분한 군사 교류를 갖고 양자 관계를 강화시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새로운 틀을 짜기 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지적재산권, 위엔화 저평가, 인권, 수단과 이란 등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 중국의 정책에 대해 명확히 밝히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08년 3월에 발생한 티벳 사태와 관련해서도 중국의 강경 진압을 비난하는 한편, 중국은 티벳에 진실되고 유의미한 자치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4월에는 부시 대통령에게 중국이 티벳 및 수단의 다르푸르 사태와 관련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올림픽 개막식 참가 불참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양안관계와 관련해 오바마 역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대만과의 신뢰구축 조치로 중국 동남부에 집중 배치된 군사력을 감축하고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부통령 후보인 조셉 바이든은 지속적으로 미중협력관계를 강조해온 대표적인 상원의원으로 분류된다. 또한 오바마 캠프의 핵심적인 외교안보 참모인 제프리 베이더 역시 대표적인 '중국 포용론자'로 분류된다.

 

매케인 "동맹 강화로 중국의 부상 대비해야"

 

오바마와 비교할 때, 매케인의 중국 정책은 '군사적 봉쇄'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는 부시 행정부의 대중 정책인 '양면 전략'(hedging strategy)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혀왔다. 개념적으로 봉쇄(containment)와 포용(engagement)의 합성어인 '컨게이지먼트(congagement)'에 기초하고 있는 양면 전략은 한마디로 중국의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외교적, 경제적으로는 협력을 추구하되 군사적으로는 봉쇄도 병행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매케인은 "양면전략은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반대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미국의 이익과 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미군을 동아시아에 계속 주둔시키고 일본 등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말해준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말하는 '평화발전론'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군사력에 대해 투명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매케인의 정책 노선은 중국을 "국제사회의 이익상관자"라고 부르면서도 군사력과 동맹 강화를 통해 견제 및 봉쇄를 병행해야 한다는 부시 행정부의 대중전략의 판박이라고 할 수 있다.

 

미중관계는 어디로?

 

대중 정책과 관련해,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인권과 무역에서 강경 기조를, 공화당은 안보 문제에 있어서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왔다. 그러나 '부시 8년'을 거치면서 미국이 전략적 우위를 즐기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국 관계 및 국제사회의 '게임의 법칙'을 정하는데, 미국의 영향력은 눈에 띠게 감소한 반면에 중국의 영향력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금융위기는 이러한 권력 이동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 미국 경제력의 쇠퇴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또 하나의 물리적 기초였던 군사력의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백악관의 새 주인은 한층 약화된 미국의 권력을 가지고 한층 강해진 중국을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1차적인 관심의 초점은 중국이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 방침에 어떤 카드를 사용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일단 외교적으로 강한 경고를 보낸 상황에서, 미국이 이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다. 가령 중국은 1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채권의 일부를 팔거나, 추가적인 매입을 중단해 미국 경제의 옥죄기에 나설 수 있다. 또한 북핵이나 이란 핵문제 등 중국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외교적 사안에 대해 미국과 엇박자를 낼 수도 있다.

 

미중관계의 불안한 앞길은 한반도의 불확실성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과 대책을 요하는 사안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는 '전략 동맹'을, 중국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중관계가 원만하게 전개될 때 비로소 양립할 수 있다. 두 강대국 관계가 긴장상태에 빠지면, 한국은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한미동맹을 "냉전시대의 지나간 유물"이라고 부르면서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올인 정책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결국 미중관계에 한반도의 운명이 종속되는 결과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유일하고도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남북관계 개선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와 발언권을 강화해줄 뿐만 아니라, '전략 동맹'과 '전략적 동반자' 사이의 딜레마도 상당 부분 해소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8.10.06 16:55ⓒ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 #중국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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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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