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주 일렉바이올리니스트
곽진성
7일 인천의 한 공연장에서 만난 박은주는 밝고 순수한 모습이 인상적인 26살의 젊은 여성이었다. 이번이 첫 인터뷰라며 즐거워하던 모습에서 <베토벤 바이러스> 드라마 속 밝은 김주희의 모습이 연상됐다. 마치 '명랑소녀 바이러스'라고나 할까?
"주희라는 배역이랑 저랑 너무 잘 맞아 떨어져요. 오죽하면 감독님이 '은주씨는 있는 그대로 연기하면 돼!'라고 말씀하시겠어요?" 자신의 실제 성격과 닮은 배역이라지만 사실 박은주에게 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연기자가 아닌 일렉 바이올리니스트이기 때문이다. <베토벤 바이러스> 홈페이지에서 들리는 타이틀곡 '알비노니 아디지오'는 바로 박은주의 작품이다. 알비노니의 느리고 서정적 아다지오 곡을 박은주 본인이 직접 편곡하고 연주했기 때문이다. 아다지오의 슬픔 속에 일렉 바이올린의 강렬함이 가미된 박은주의 연주는 파격적이고, 또한 매력적이다.
"원곡인 알비노니 아다지오는 잔잔하게 슬프잖아요. 저는 빠른 분위기 속에 슬픔 느낌이 나게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역설이잖아요. 그래서 편곡을 하고, 몇몇 음율을 집어넣어서 새롭게 바꿔봤죠(웃음). 기회가 닿아서 베토벤 바이러스 홈페이지 음악이 되었네요."드라마 속에서는 그저 천진난만한 주희. 하지만 그 역을 맡은 박은주는 직접 곡을 창작하고, 편곡하는 실력파 일렉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이 놀라운 사실에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일렉 바이올리니스트 박은주는 <베토벤 바이러스> 연기자들의 연주 연기를 어떻게 평가할까? 그 물음에 박은주는 연기자 모두가 정말 대단하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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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주 톡톡 인터뷰 ⓒ 곽진성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을 하면서 많이 보고 배워요. 연기자분들은 절 보고 바이올리니스트가 어떻게 연기를 하냐고 대견해하지만, 전 저대로 연기자 분들이 어떻게 저렇게 음악 감성을 잘 구현해내는지 놀라곤 하죠" 특히 김명민(강건우 분)씨와 송옥숙(정희연 분)씨에 대해 둘 다 대단한 노력파라는 공통점을 들며 칭찬했다. 박은주는 그 중 김명민씨에 관한 한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사실, 지휘자 역할인 김명민씨는 높은 곳에 위치하는 지휘자 석에서 연기를 하셔서인지는 몰라도 뭐랄까, 거리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멀게만 느껴졌는데 어느날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눠보니 정말 성격이 다정다감하시더라고요.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시고, 사진도 막 찍어주시고(웃음). 그 때 이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강마에 역은 한순간이라도 긴장을 놓으면 할 수 없는 역할이라서 평소 성격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요. 그만큼 대단한 분 같아요. 자신의 일에 대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부분은 정말 배우고 싶어요."꿈같은 현실, 일렉 바이올리니스트드라마 촬영에 공연장 공연에 너무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박은주, 힘들고 피곤할 만도 하지만 그는 그저 연주하는 게 좋다고 한다.
사실 2008년은 박은주에게 꿈같은 시간이다. 올해 여름. 꿈에 그리던 첫 앨범을 발매했고, 최근 <베토벤 바이러스>에 출연해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제가 일렉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것 자체가 꿈인 것만 같아요"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박은주에게 음악이란 길은 쉬운 길만은 아니었다. 돈이 없어서 음악을 포기했던 <베토벤 바이러스>의 하이든(쥬니 분)은 그의 삶의 초상처럼 보였다. 학생 시절의 박은주 역시 중요한 입시를 앞두고 돈이 없어서 레슨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들의 1/5 정도 레슨을 받은 것 같다고 말하는 박은주는 쑥스러운 듯 멋적은 웃음을 짓는다. 그래도 자신 때문에 바이올린을 포기했던 여동생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기에 클래식 CD를 들으며, 부족한 레슨을 독학으로 때웠다고 말한다.
"그래도, 극중 하이든보다는 제가 더 행운아죠. 하이든은 돈이 없어서 예고를 그만뒀지만, 전 그래도 졸업은 했으니까요. 하하하." 그렇게 입학한 예고, 박은주는 남들보다 현저하게 부족한 레슨 수업을 클래식 CD 무한 반복 듣기로 때우며 어렵게 대학(경원대)에 합격한다. 하지만 박은주는 대학 학업생활에서는 모범생만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결석으로 빠지기 일쑤였고, 성적도 보통 수준이었다.
하지만 말이다. 만약 학업을 삶에 대한 열정으로 평가한다면 박은주는 전체 평점은 달라진다. 왜냐하면 대학을 다니는 동안 그는 자기 스스로 등록금을 해결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집에서 등록금 달라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말한다고 받을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스스로 등록금을 만들기 위헤 음악 공연을 해야만 했다. 밤낮없이 학비를 벌기위해, 공연이란 공연은 다 다녔다고 그는 말한다. 등록금을 다 채우지 못하기라도 하면 자연히 학교를 결석하고 일하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