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높은 곳의 강마에, 알고보니 다정다감"

[인터뷰] <베바> '주희' 일렉 바이올리니스트 박은주

등록 2008.10.13 10:41수정 2008.10.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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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덩어리'를 비롯해 유행어를 양산하며 음악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김명민·이지아·장근석 등 화려한 스타들이 빛나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또 다른 한 명의 예비스타가 주목받고 있다. 극중 김주희 역을 맡은 박은주(26)가 그 주인공이다.

그가 주목받은 이유는 연기자가 아닌, 실제 일렉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점이다. 그는 드라마 홈페이지 곡 '알비노니 아다지오'를 직접 편곡하고 연주까지 선보였다.  박은주를 만나 그의 특별한 삶에 대해 들어보았다.

명랑소녀, <베토벤 바이러스> 박은주

a  박은주 일렉바이올리니스트

박은주 일렉바이올리니스트 ⓒ 곽진성

7일 인천의 한 공연장에서 만난 박은주는 밝고 순수한 모습이 인상적인 26살의 젊은 여성이었다. 이번이 첫 인터뷰라며 즐거워하던 모습에서 <베토벤 바이러스> 드라마 속 밝은 김주희의 모습이 연상됐다. 마치 '명랑소녀 바이러스'라고나 할까?

"주희라는 배역이랑 저랑 너무 잘 맞아 떨어져요. 오죽하면 감독님이 '은주씨는 있는 그대로 연기하면 돼!'라고 말씀하시겠어요?"


자신의 실제 성격과 닮은 배역이라지만 사실 박은주에게 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연기자가 아닌 일렉 바이올리니스트이기 때문이다. 

<베토벤 바이러스> 홈페이지에서 들리는 타이틀곡 '알비노니 아디지오'는 바로 박은주의 작품이다. 알비노니의 느리고 서정적 아다지오 곡을 박은주 본인이 직접 편곡하고 연주했기 때문이다. 아다지오의 슬픔 속에 일렉 바이올린의 강렬함이 가미된 박은주의 연주는 파격적이고, 또한 매력적이다.


"원곡인 알비노니 아다지오는 잔잔하게 슬프잖아요. 저는 빠른 분위기 속에 슬픔 느낌이 나게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역설이잖아요. 그래서 편곡을 하고, 몇몇 음율을 집어넣어서 새롭게 바꿔봤죠(웃음). 기회가 닿아서 베토벤 바이러스 홈페이지 음악이 되었네요."

드라마 속에서는 그저 천진난만한 주희. 하지만 그 역을 맡은 박은주는 직접 곡을 창작하고, 편곡하는 실력파 일렉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이 놀라운 사실에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일렉 바이올리니스트 박은주는 <베토벤 바이러스> 연기자들의 연주 연기를 어떻게 평가할까? 그 물음에 박은주는 연기자 모두가 정말 대단하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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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톡톡 인터뷰 ⓒ 곽진성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을 하면서 많이 보고 배워요. 연기자분들은 절 보고 바이올리니스트가 어떻게 연기를 하냐고 대견해하지만, 전 저대로 연기자 분들이 어떻게 저렇게 음악 감성을 잘 구현해내는지 놀라곤 하죠" 

특히 김명민(강건우 분)씨와 송옥숙(정희연 분)씨에 대해 둘 다 대단한 노력파라는 공통점을 들며 칭찬했다. 박은주는 그 중 김명민씨에 관한 한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사실, 지휘자 역할인 김명민씨는 높은 곳에 위치하는 지휘자 석에서 연기를 하셔서인지는 몰라도 뭐랄까, 거리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멀게만 느껴졌는데 어느날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눠보니 정말 성격이 다정다감하시더라고요.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시고, 사진도 막 찍어주시고(웃음). 그 때 이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강마에 역은 한순간이라도 긴장을 놓으면 할 수 없는 역할이라서 평소 성격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요. 그만큼 대단한 분 같아요. 자신의 일에 대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부분은 정말 배우고 싶어요."

꿈같은 현실, 일렉 바이올리니스트

드라마 촬영에 공연장 공연에 너무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박은주, 힘들고 피곤할 만도 하지만 그는 그저 연주하는 게 좋다고 한다.

사실 2008년은 박은주에게 꿈같은 시간이다. 올해 여름. 꿈에 그리던 첫 앨범을 발매했고, 최근 <베토벤 바이러스>에 출연해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제가 일렉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것 자체가 꿈인 것만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박은주에게 음악이란 길은 쉬운 길만은 아니었다.  돈이 없어서 음악을 포기했던 <베토벤 바이러스>의 하이든(쥬니 분)은 그의 삶의 초상처럼 보였다. 학생 시절의 박은주 역시 중요한 입시를 앞두고 돈이 없어서 레슨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들의 1/5 정도 레슨을 받은 것 같다고 말하는 박은주는 쑥스러운 듯 멋적은 웃음을 짓는다. 그래도 자신 때문에 바이올린을 포기했던 여동생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기에 클래식 CD를 들으며, 부족한 레슨을 독학으로 때웠다고 말한다.

"그래도, 극중 하이든보다는 제가 더 행운아죠. 하이든은 돈이 없어서 예고를 그만뒀지만, 전 그래도 졸업은 했으니까요. 하하하."

그렇게 입학한 예고, 박은주는 남들보다 현저하게 부족한 레슨 수업을 클래식 CD 무한 반복 듣기로 때우며 어렵게 대학(경원대)에 합격한다. 하지만 박은주는 대학 학업생활에서는 모범생만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결석으로 빠지기 일쑤였고, 성적도 보통 수준이었다.

하지만 말이다. 만약 학업을 삶에 대한 열정으로 평가한다면 박은주는 전체 평점은 달라진다.  왜냐하면 대학을 다니는 동안 그는 자기 스스로 등록금을 해결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집에서 등록금 달라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말한다고 받을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스스로 등록금을 만들기 위헤 음악 공연을 해야만 했다. 밤낮없이 학비를 벌기위해, 공연이란 공연은 다 다녔다고 그는 말한다. 등록금을 다 채우지 못하기라도 하면 자연히 학교를 결석하고 일하는 수밖에 없었다.

a  박은주의 꿈은 꿈은 단순했다. 하지만 빛났다.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박은주의 꿈은 꿈은 단순했다. 하지만 빛났다.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 곽진성


"이곳 저곳,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서 정말 열심히 공연을 했어요. 한 번은 백화점 꼬마아이들 앞에서 세일러복 복장을 하고 에니메이션 음악을 쳐주는데, 같은 음악을 하는 듯한 사람들이 안좋게 쳐다보는 거예요. 재는 왜 저런 우스꽝스런 공연을 하나? 하는 눈치였죠. 그래도 전 좋았어요. 많은 사람들한테 음악도 알리면 좋은 거고, 공부를 할 수 있게 학비를 벌 수 있었으니까요."

박은주에게 수백만 원에 달하는 학비를 아르바이트로 메꾸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단 한번도 휴학을 하지 않았다. 휴학을 하면 자기 자신이 나약해질 것이라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런 억척스러움으로 박은주는 고단한 대학생활을 이겨냈다. 졸업이 가까워 보여서 그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하지만 진로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어요. 계속 음악가의 길을 걸을 수 있었는지도 고민이 되었어요. 그런데 그때 우연히 하게 된 게 나훈아 밴드였죠. 대학교 4학년 때였는데, 그때 나훈아 밴드에서 솔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한 게 제 인생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너가 솔로 연주할 때는 자신보다 더 주인공 같아야 한다는 나훈아 선생님 말을 듣고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졌어요."

기억에 남는 바이올리니스트이고 싶다

a  일렉 바이올리니스트 박은주가 연주한 '알비노니 아다지오'는 강렬함 속에서도 슬픔을 지닌, 매력적인 곡이었다

일렉 바이올리니스트 박은주가 연주한 '알비노니 아다지오'는 강렬함 속에서도 슬픔을 지닌, 매력적인 곡이었다 ⓒ 곽진성


대학 졸업 후, 박은주는 1년 정도 MBC 관현악단에서 활동을 했다. 관현악단 생활은 만족스러웠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어느날 문득, 박은주는 나훈아밴드의 경험을 떠올렸다. 무대의 주인공이 된 듯한 꿈을 꿨던 바로 그 시절 말이다.

관현악단의 현실과 무대 위 주인공의 꿈 사이에서 고심 끝에 박은주는 꿈을 선택했다. 다시 한 번 무대의 주인공을 꿈꿨다. 꿈이 있었기에 그를 용기 내서 관현악단을 그만두는 것을 실행에 옮겼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그는 당당하게 미래를 준비했다.

"무대위 주인공이 되고 싶었어요. 관객들의 환호성이 절 꿈꾸게 만들어요. 일렉 바이올리니스트는 짜릿하잖아요. 얼마 전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제 대본보고 깜짝 놀랐어요. 사실 제가 일렉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이유랑 똑같았거든요. 왜 일렉 바이올린을 하느냐는 물음에 답하는 제 대사가 이거였어요. 짜릿하잖아요. 하하하."

짜릿하다는, 단 한마디 강렬한 문구가 그의 꿈을 대변했다. 선택은 빠르고 간결했다. 관현악단을 나와 박은주는 일렉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었다. 자신의 음악성을 알아주는 사람들을 만나 첫 앨범도 준비해 갔다. 물론 도중에 고비도 있었다. 음반을 준비하는 도중 800만원이라는 거액을 사기당했던 것이다.

"아찔했죠. 사장님도, 저도 울 뻔 했다니까요. 800만원이 별거 아닌거 같아도, 공연으로 한푼 두푼 모으며 앨범을 준비한 저희로서는 정말 낙담하게 만드는 일이었어요. 그래도 다행히 인내하며 준비한 끝에 조금 지나서 꿈을 이룰 수 있었어요. 첫 앨범으로 말이에요."

a  짜릿하다는, 강렬한 단 한마디가 그의 꿈을 대변한다

짜릿하다는, 강렬한 단 한마디가 그의 꿈을 대변한다 ⓒ 곽진성


첫 앨범은 그렇게 세상의 빛을 보았다. 그리고 한껏 들뜬 박은주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어느날, 우연히 음악 드라마의 오디션 공고를 신문에서 본 것이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단원들이 별 기대없이 석란시향 오디션을 봤던 것처럼, 박은주도 공연 스케줄 중 잠시 짬을 내어 오디션에 참여했다.

그런데 얼마후  결과가 발표됐다. 합격, 오디션에 통과를 한 것이다. 바로 지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베토벤 바이러스>말이다. 그렇게 박은주는 많은 드라마 시청자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은 고되지만 재밌어요. 배우는 점도 많이 있고요. 한가지 아쉬운 점은 촬영 때문에 거리 공연을 많이 할 수 없다는 점이에요. 공연장이나 길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는데 말이에요."  

올해 26살 박은주의 꿈은 또렷하다. 70살이 넘어서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것이다. 그 꿈을 위해 박은주는 서점가, 대형 식당, 공연장을 마다 않고 관객들을 찾아간다. 공연이 끝나면 어김없이 터지는 환호성과 수차례 반복되는 앙코르 요청은 박은주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일렉 바이올리니스트 박은주는 힘든 현실 속에서도 실망하지 않는 '명랑소녀 바이러스'를 세상에 퍼트리며 한발 한발 전진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이는 그의 일렉 바이올린이 유난히 빛나 보였다.
#박은주 #베토벤 바이러스 #일렉 바이올리니스트 #알비노니 아다지오 #나훈아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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