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황지에는 아이를 업은 채 홍수에 가라앉는 집을 뒤돌아보다 그대로 돌이 되고 말았다는 황부잣집 며느리의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다
이종찬
깜빡 뒤돌아보다 그만 돌이 되고 만 황부잣집 며느리낙동강의 자궁 황지에는 아이를 업은 채 홍수에 가라앉는 집을 뒤돌아보다 그대로 돌이 되고 말았다는 황부잣집 며느리의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다.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은 연못이 되어버린 황부잣집 전설을 빗대 3개의 연못 중 상지는 집터, 중지는 방앗간터, 하지는 화장실터라 여기고 있다.
태백시 안내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30여 년 앞까지만 하더라도 연못에 큰 나무기둥이 여러 개 잠겨 있었다. 이 지역 사람들은 그 나무기둥들이 황부잣집 대들보와 서까래라고 여겼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연못 주변에 있는 지반이 약해 오래된 나무가 연못에 쓰러져 썩지 않고 있었을 것으로 어림짐작하고 있다.
황지에 얽힌 전설을 간략하게 더듬어보자.
아주 오랜 옛날, 한 노승이 황부잣집으로 시주를 받으러 왔다. 이때 욕심 많은 황부자는 노승에게 시주 대신 쇠똥을 퍼준다. 이를 바라본 놀란 며느리가 노승에게 시아버지의 잘못을 빌며 쇠똥을 털어주고 쌀 한 바가지를 시주한다. 그러자 노승은 "이 집 운이 다해 곧 큰 일이 생길 테니 살려거든 날 따라오시오"라고 말한다.
노승은 아이를 업고 뒤따라오는 며느리에게 "절대로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되오"라고 말한다. 며느리가 도계읍 구사리 산등에 이르자 갑자기 집 쪽에서 뇌성벽력이 치며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비가 쏟아진다. 이 때 며느리가 노승의 말를 깜빡 잊고 자신도 모르게 뒤돌아보는 순간 그대로 돌이 되고 말았다.
황부자 또한 그때부터 연못으로 변해버린 자신의 집에서 사는 큰 이무기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연못은 1년에 한두 번씩 갑자기 흙탕물로 변하기도 하는데, 이 지역 사람들은 이를 보고 이무기가 되어 연못 속에 살고 있는 황부자가 심술을 부려 그런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