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미국 구제금융 안의 부결 여파로 장중 한때 1230원대로 돌파한 가운데 지난 9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유성호
유학생들은 설상가상으로 9~10월에 시작하는 가을학기를 맞아 학비를 내야하는 상황이어서 환율이 더욱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맨체스터대학교 등 일부 대학들은 "학비를 사전에 내야만 학교에 등록되고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2100~2400원의 엄청난 환율에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송금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박사과정을 밟거나 연수 온 공무원 가족들 사이에는 "왜 진작 송금을 하지 않았냐" "이렇게 많이 오를 줄 알았냐!"며 부부간에 옥신각신 한다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어떤 유학생들은 한국에서 송금해봤자 전보다 파운드로 20%이상 적게 받으니까, 이 기회에 아예 아르바이트를 해서 파운드를 벌겠다고 나서고 있다. 한 유학생은 "인터넷으로 당장 아르바이트 할 곳을 찾아보고 있다"며 "한국의 한 공공기관에서 받기로 한 돈도 환율이 올라서 나중에 주겠다고 늦추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영국의 경기가 사실상 '침체(recession)'로 접어들면서, 한국 유학생들이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외식업·청소 같은 일들도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줄고 중국 등 다른 나라 유학생들도 가세할 것이어서 이마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사실 나도 올 초에 환율이 폭등하면서 인터넷에 '환율'을 즐겨찾기로 해놓고 매일 아침에 컴퓨터를 켜면서 확인해왔다. 그래서 송금시기를 저울질 하곤 했지만, 예상치 못한 유례없는 금융위기에서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환율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면서, 최대한 아끼고 절약하고 버텨내는 수밖에 없다. 우리 가족의 엥겔지수는 아마 최고수준이 될 것이다.
시장에 신뢰주는 경제수장 임명해야 최근 무디스가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관료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오히려 최근의 경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한 언론이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강만수 장관이 은행들의 유동성 부족 발언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자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는 것. 경제는 기본적으로 '신뢰'가 중요하다.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신뢰를 얻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지표와 결과를 제시해도 시장은 믿지 않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장에서 이미 신뢰를 잃은 지 이미 오래된 인물이다. 고환율 정책과 계속되는 실책과 실언은 시장에서 그를 신뢰할 수 없는 인물로 '낙인'이 찍힌 지 한참됐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개인적인 관계 때문인지, 그 수많은 국민과 야당의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를 고집하고 있다. 그로 인한 피해는 기업인을 비롯해서 일반 서민, 나아가서 이렇게 이역만리 떨어져 있는 유학생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위기 상황일수록 시장의 신뢰를 줄 수 있는 실력있는 인물을 경제 수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자명할 것이다. 위기의 순간일수록 더욱 섬세하고 전문가적인 정책과 운용 기술이 발휘되어야 한다. 한국 경제가 근본적으로 이런 위기에 취약한 구조로 만들어져서 당장 그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할 지라도, 시장의 생리를 알고 안전하게 이 위기를 넘어갈 수 있는 신뢰있는 인물이 경제수장이 되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재빨리 제자리를 찾고, 예전처럼 원 파운드 환율이 1800~1900원대로 돌아가서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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