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 만수무강 하세요’
처음 입장하는 선수단이 들고 나오는 플래카드를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할아버지 할머니 오래 사세요.’
두 번째 입장하는 선수단이 들고 나오는 플래카드를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입장하는 선수단마다 오로지 할아버지 할머니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나올 때 난생처음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뜨겁게 올라오는 감동의 액체가 전율처럼 온 몸으로 퍼져나감을 느꼈다.
10월 12일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26회 이북도민체육대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북 5도위원회와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에서 주최한 이번 체육대회는 한 많은 이북도민들의 해후와 화합의 장이었고 진하디 진한 그리움의 향수를 달래는 요람 같은 만남의 장이었다.
취재차 아침 일찍 타게 된 지하철 6호선은 온통 효창운동장으로 가는 이북도민 어르신들로 만원사례였다. 내심 짐작으로 알만하면서도 확인 차 알아보았다.
-이렇게 일찍부터 어르신들이 어디를 가시나요?
“아, 오늘 효창운동장에서 이북도민 체육대회가 있어서요.”
-그럼 어르신들도 선수로 나가시나요?
“아니, 우리야 구경꾼이지만 모처럼 고향친구들 얼굴이라도 보려고 너도나도 다 일찍부터 집을 나선거지요.”
-그러시군요, 사실 명절보다도 더 의미가 있는 날이시겠어요.
그랬다. 운동장에서도 서로서로 인사하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그 옛날 내 고향 시골운동장에서 운동회를 할 때보다도 몇 십 배나 더 많은 사람들이 모두가 이웃사촌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손을 잡고 흔들었다.
하긴 이 체육대회도 벌써 26회째가 되니 그럴 만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해마다 만났던 얼굴들이 자꾸 하나 둘 사라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자연현상이니, 입장하는 선수들이 오로지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나오는 것도 실은 뼈가 저리도록 절절한 진심에서 우러나온 거라는 걸 절감할 수 있었다.
조국통일의 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끝내 고향 땅을 못 밟아보고 한이 되어 돌아가신 어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왔다. 오늘 체육대회에 참석한 국무총리도 송해MC도 모두 북한이 고향이란다. 그래선지 합창단이 부르는 ‘조국찬가’는 유난히 더 감동과 전율을 느끼게 했다.
삼군의장대의 동작시범으로 시작된 입장식, 개회식이 끝나고, 식후행사로는 염광여상의 밴드가 퍼레이드를 벌이며 포문을 열었다. 구기종목은 축구, 육상, 공차고 달리기, 줄다리기가 있었고 친선종목으로 바나나 릴레이, 과자 먹고 달리기(어린이들)등이 있었으며 끝으로 시상식과 경품추첨이 있었다.
그동안 애써온 이북5도민 유공자들에 대한 표창은 국민훈장 8명, 국민포장 8명, 대통령표창 13명, 국무총리 표창 13명, 행정안전부장관 표창 13명, 통일부장관 표창 31명인데 수상식은 별도로 15일에 하기로 했다.
어떤 이는 프로그램에 기재된 표창자 명단을 보고 ‘웬 표창을 이렇게 많이 하냐?’고 반문도 했지만, 어떠랴, 그 무서운 포화 속에서 사선을 넘어와 이역 땅에서 정착하기 까지 온갖 고생을 해온 그 분들을 생각하면 이북도민 모두를 표창한들 어떠랴?
2008.10.14 09:2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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