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국교(國交)
.. 고향은 경상남도인데, 그때는 한국과 일본이 아직 국교國交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태어난 고향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어요 .. 《김황/김정화 옮김-황새》(우리교육,2007) 72쪽
‘고향(故鄕)’은 “태어난 곳”을 뜻합니다. 그래서 “태어난 고향”처럼 적으면 겹치기입니다. “고향은 경상남도인데”는 “태어난 곳은 경상남도인데”로 손볼 수 있고, “태어난 고향으로는”은 “태어난 곳”이나 “태어난 마을”로 손질합니다.
┌ 국교(國交) : 나라와 나라 사이에 맺는 외교 관계
│ - 국교 교섭 / 국교 수립 / 국교 재개 / 국교의 정상화 / 국교를 맺다
│
├ 국교國交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 외교를 맺지 않아서
│→ 사귀지 않을 때라서
│→ 사이가 나쁠 때라서
│→ 이어져 있지 않을 때라서
│→ 길이 막혀 있어서
└ …
나라와 나라가 사귀는 일을 ‘국교’라고 합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와 사귄다고 할 때에는 ‘외교’라 합니다.
나라와 나라가 ‘사귄다’고 하면, 어쩐지 느낌이 살아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들은 한자로 ‘사귈 交’로는 썼어도, ‘交’가 뜻하는 ‘사귀다’라는 토박이말로는 ‘이웃나라와 주고받는 정치나 문화나 경제’ 이야기를 안 해 왔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누군가 한 번 ‘사귀다’라는 낱말로 물꼬를 텄다면, 이리하여 우리들이 우리 토박이말로도 ‘나라와 나라가 사귀는 일’을 가리켜 왔다면, ‘나라사귐’ 같은 말이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을 텐데요.
┌ 나라사귐이 없다
└ 나라사귐이 있다
동무끼리 사귀고 이웃끼리 사귑니다. 학교끼리 사귀고 마을끼리 사귑니다. 겨레끼리 사귀고 나라끼리도 사귑니다. 말 그대로 사귀기입니다. 사귀니 사귄다고 하고, ‘동무사귐-이웃사귐-학교사귐-마을사귐-겨레사귐-나라사귐’처럼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들은 우리 스스로 이렇게 우리 말을 써 보고자 마음을 기울이지 않을 뿐입니다. 우리 스스로 안 쓰고 있기에, 여태껏 못 써 왔고, 앞으로도 쓰기 힘듭니다.
ㄴ. 교사(校舍)
.. 일본의 경기가 거품 전성 시절에 주한 일본 상사들의 기부로 지어진 훌륭한 4층 건물의 교사(校舍)와 체육관, 넓은 운동장은 나의 모교의 5배나 되었다 .. 《다카노 마사오-마음의 조국, 한국》(범우사,2002) 83쪽
“일본의 경기(景氣)가”는 “일본 경제가”로 손보고, “거품 전성(全盛) 시절(時節)”은 “거품이던 때에”로 손봅니다. “주한(駐韓) 일본 상사(商社)들의 기부(寄附)로 지어진”은 “한국에 있던 일본 회사들이 돈을 내어 지어진”으로 다듬고, “나의 모교(母校)의 5배(倍)나”는 “내가 다닌 학교보다 다섯 갑절이나”로 다듬어 줍니다.
┌ 교사(校舍) : 학교의 건물
│ - 신축 교사 / 지금의 자리에다 교사를 신축하여
│
├ 4층 건물의 교사(校舍)
│→ 4층으로 된 학교
│→ 4층짜리 학교 건물
└ …
“4층 건물의 교사”라고만 적으면 “4층 건물에 있는 선생님”을 가리킨다고 잘못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보기글처럼 묶음표를 치고 한자를 넣어야 헷갈리지 않는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교사’가 ‘학교 건물’임을 생각한다면, “4층 건물의 교사”처럼 적을 때 겹치기가 됩니다.
┌ 우리 학교는 4층이야
├ 우리 학교는 4층 건물이야
├ 우리 학교는 4층짜리 건물이야
└ 우리 학교 건물은 4층이야
‘교사(校舍)’라고 적어도 네 글자이고 ‘학교 건물’이라고 적어도 네 글자입니다. 그런데 ‘교사(校舍)’라고 적으면 묶음표까지 들어가니 글자수가 늘어납니다. 알아보기에도 나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10.14 11:04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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