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일 구본홍 사장이 참석하고 YTN이 생중계한 '랜덱스 2008' 행사장에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과 설전을 벌이고 있는 류희림 YTN 대외협력국장(왼쪽)
PD저널
류 선배는 책 머릿말에 이렇게 썼습니다.
"지난 20여년간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오면서 뉴스 콘텐츠를 전하는 미디어가 어떤 속성을 가지고 때때로 잘못된 사실을 전달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죄책감을 느낀 적이 많았다." 제가 YTN을 취재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피곤에 찌든 얼굴이면서도 혹여 집회 시각에 늦을까 택시에서 내려 달려오고,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래며 집회에 참석했다 곧바로 취재에 나서는 YTN 후배들은, 바로 선배가 책에서 지적하던 그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우직하게 발버둥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나 역시 때로는 나 자신도 모르게 그 함정을 판 공범자로서의 역할을 한 적도 없지 않다. 그러한 역할이 크든 작든 사람들에게 잘못된 미디어의 함정에 빠지게 한 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 이런 반성 위에서 책 한권을 세상에 냈는데 지금 다시 '함정을 파고있는 공범자'가 되어 있다는 생각, 그래서 괴롭다는 생각은 안 해 보셨는지요. '자신도 모르게' 한 역할에 대해 반성하셨다는 분이, 지금처럼 YTN 사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 시기에 아예 대놓고 후배들에게 비수를 날리다니요.
미국 버지니아 공대 참사에 대한 한국 신문의 보도 흐름을 짚으면서 '모순'이란 단어를 사용했더군요. 2007년 이 명저의 지은이 류희림과 2008년 YTN 인사위원 류희림을 비교하며 가장 적확한 표현이 바로 '모순'일 것입니다.
2007년 류희림과 2008년 류희림의 '모순' 가장 핵심적인 말은 책 35쪽에 나옵니다. 1장 '함정을 팔 준비를 하는 미디어들' 중 '뉴스는 진실인가'라는 문단에 삽입된 문구입니다.
"…군사독재정권이 끝나고 민주화가 됐다고는 하지만 우리 언론들이 정치적·경제적으로 과연 독립된 보도를 하고 있는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까? 사주가 있는 언론은 사주의 이익을 위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 경제적으로 빈약한 언론은 광고주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이 다음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사주도 없고 경제적으로 튼튼한 언론이라고 해서 아무런 외풍을 받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사장 임명에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이른바 공영방송은 방송대로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한국 언론의 현실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국 언론이 최대의 언론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국민을 외면하고 정치권의 손을 들어주는 파렴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뜻밖에도 2008년 YTN에 이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오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YTN 간부들이 사원과 국민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런 우려에 대한 정답이 같은 책에 나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뉴스 콘텐츠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건전한 양식에 달린 것이다. 저널리스트로서 올바른 양식을 키우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모순'입니다. 저는 이렇게 썼던 분의 '저널리스트로서의 건전한 양식'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구본홍 사장 선임 이후 출근 과정에서, 인사위원회 개최 과정에서, 징계 발표 과정에서 저는 류 선배가 이 건전한 양식을 표출해 '노'라고 얘기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구본홍 사장설'이 나돌 땐 후배들에게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가, 구 사장 선임 이후에는 후배들과 낯붉힌 적이 많다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후배들이 얼굴에 눈물이 번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류희림은 그들을 어루만지고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칼을 잡았습니다. '저널리스트로서 올바른 양식'을 강조하고 있는 책 내용과 또 '모순'입니다.
책에 갇혀있는 류희림의 소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