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자 할머니평생 모은 전재산을 사회에 헌납한 기부천사
한현자
박춘자(80) 할머니. 그는 남한산성에서 김밥을 팔고, 공사장 식당, 횟집, 슈퍼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해서 모은 전 재산을 아무 조건 없이 지체장애우들을 위해 기부한 할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부자였습니다. 불쌍한 사람을 위한 기부와 봉사의 공로를 인정받아 박춘자 할머니는 지난 14일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으로부터 표창을 받았습니다. 표창 받은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떤 사람이기에 힘들게 모은 전재산을 기부했을까? 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16일 할머니가 머물고 계시는 성남 작은예수의 집을 찾아가 힘겹게 인터뷰를 했습니다.
박춘자 할머니는 1929년생으로 서울 왕십리에서 살며 10살이 채 안 되던 때부터 김밥과 옥수수 등을 팔면서 고생스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1951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 결혼을 했으나 아이를 갖지 못하자 남편은 새로운 여자를 만나 떠나버렸습니다. 남편 없이 사는 것도 서러운데, 홀로 후처의 자식 2명을 갓난애기로 받아 키웠지만 그 자식들마저 10여살이 되자 친엄마에게 가버려 지금까지 홀로 살아 오셨습니다.
"뭐, 대단한 일을 했다고 온다 그래요. 됐어요. 그만~~" 아름다운 미담의 주인공으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전화를 하니 한사코 거부합니다. 정 그러시면 그냥 얼굴이라도 한번 뵙고 싶다는 간청을 하고 찾아갔더니 사람이 그리웠던지 의외로 말씀도 많이 하시고, 사진촬영도 응해주시면서 취재를 허락하셨습니다.
박춘차 할머니가 기부를 선택한 이유 - 어떻게 평생 모으신 전 재산을 기부하려는 마음의 갖게 되셨는지요?"젊어서부터 불행도 겪었고, 고생도 많이 하면서 어렵게 번 돈이지만 즐겁게 쓰고 싶었지. 죽을 때가 다된 늙은이가 돈을 싸갈 것도 아닌데 욕심부리면 뭐하나? 그래서 기부한 거야."
박 할머니는 KBS '사랑의 리퀘스트'(불우이웃돕기 모금 생방송 프로그램)를 보시며 ARS를 통해 자주 기부를 해오시다, 몸도 아프고 이제 떠날 때가 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재산을 기부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옆에 있던 전예수요안나 수녀님(성남 작은예수 수녀회)이 보충 설명해 주셨습니다.
- 3억을 기부하고도 지금 지체장애우들과 함께 사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성남동 성당에 다니다가 신부님(최충렬)이 장애우 20여명의 후원을 받는다고 해서 후원금을 내왔는데, 그 장애인들이 살던 전세집이 갑자기 팔려오고 갈 데가 없어 내가 돌봐야겠다고 마음 먹게 되서 그런 거지 뭐. 옛날에는 장애우들에게 전세집도 잘 안줘 집 구하기가 힘들었지. 그래서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랬던 거야. 지금은 다 한가족 같아."
성남동성당의 신부님(최충렬)이 오갈데 없는 장애인 20여명을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전세집을 얻어 힘들게 보살펴 오다가 힘에 부치게 되자, 성당 신자인 할머니가 그때부터 지체장애우(정신연령 4~5세 수준)들을 20여년째 돌봐왔습니다. 지금은 할머니가 연로하셔서 8개월 전부터 전예수요안나 수녀님과 봉사자들이 장애우들과 함께 생활하며 보살펴 주고 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전예수요안나 수녀님은 "할머니는 가족도 있으시지만 여기가 편하시다고 안가시려 해요. 엄마처럼 따르고 있는 지체장애우들도 할머니 없으면 찾고 그러죠. 이제 가족보다 더 진한 정이 쌓인거죠" 라고 말하며 할머니의 선행도 선행이지만 이젠 가족같은 정이 더 소중하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