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욕에서 초월한 사람만 공직자로 뽑겠다?

[주장] '쌀테크' 해법은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

등록 2008.10.18 13:22수정 2008.10.1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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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부동산투기 방식인 '쌀테크'가 대한민국을 달구고 있다. 쌀테크 명단 공개를 놓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쌀테크 명단을 공개하면 이런 문제가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까? 쌀테크에 대한 분노를 넘어서 근원적인 문제를 살펴보고 사후약방문이 아닌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주홍글씨, 부동산 투기

 6일 오후 서울 계동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봉화 차관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계동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봉화 차관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권우성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 홍석현 전 주미대사, 박은경 전 환경부 장관 후보, 이춘호 전 여성부 장관 후보, 남주홍 전 통일부 장관 후보,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이들은 모두 부동산투기로 인해 고위공직에서 사퇴하거나 장관내정자에서 사퇴한 사람들이다.

여기에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이 가세할 예정이다.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거래와 같은 전통적인 부동산 투기방식이 아닌 '쌀테크'라는 신종 부동산 투기 방식으로 말이다.

쌀테크는 쌀 직불금과 같은 푼돈이 아닌 양도소득세 감면이라는 '대박'을 노리고 이루어진 또다른 부동산 투기 방식이다. 바야흐로 부동산 투기도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위에서 언급하다시피 부동산 투기는 여야를 막론한 고위 공직자들의 주홍글씨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한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경기침체에 전력을 기울여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부동산 투기는 또다시 고위 공직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작금의 한국은 미국의 부동산거품 붕괴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라는 외환(外患)과 부동산가격 거품붕괴를 걱정하는 내우(內憂)에 '쌀테크'라는 비리까지 겹쳤다. 신종 부동산투기 방식인 쌀테크는 부동산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어 불로소득의 추구를 차단하고 근로소득의 추구를 유인해야 할 정부의 노력 미비와 우리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의 합작품이다.


이처럼 내우와 외환의 원인은 동일하게 부동산 불로소득을 용인하는 제도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에 있다.

이러한 내우외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물론 물질만을 추구하는 가치를 공동체적 가치로 전환시키는 근본적인 방법이 있겠으나 다소 추상적이고 적용에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제도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문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투기의 근원인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제도를 확실하게 확립해야 한다.


해답은 토지보유세 강화와 부동산 백지신탁제

 17일 낮 서울 청계광장에 모인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총연합 소속 농민들이 쌀직불금 불법수령과 관련해서 이봉화 차관,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등 해당자 명단공개와 처벌을 촉구하며 총리실까지 벼와 쌀가마니를 지고 행진을 시도하다 경찰의 저지로 무산되자 벼를 뿌리며 항의했다. 행사를 마친 뒤 한 농민이 바닥에 뿌려진 벼를 다시 주워 담고 있다.
17일 낮 서울 청계광장에 모인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총연합 소속 농민들이 쌀직불금 불법수령과 관련해서 이봉화 차관,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등 해당자 명단공개와 처벌을 촉구하며 총리실까지 벼와 쌀가마니를 지고 행진을 시도하다 경찰의 저지로 무산되자 벼를 뿌리며 항의했다. 행사를 마친 뒤 한 농민이 바닥에 뿌려진 벼를 다시 주워 담고 있다.권우성

토지불로소득만 제대로 환수한다면 '땅을 사랑해서 땅을 산 사람'도 세간의 억울한 오해(?)를 받지 않고 장관을 할 수 있고 전매제한, 토지거래허가 및 신고제 등과 같은 부동산규제를 할 필요도 없다. 토지불로소득을 제대로 환수하면 토지불로소득을 노리는 부재지주가 생길 이유가 없으며 투기적 가수요가 제거되어 부동산가격에 거품이 낄 이유가 없다.   

경제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토지보유세강화라는 점은 경제학의 상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보유세강화, 거래세인하'의 틀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만든 것이 종합부동산세이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를 서서히 강화시켜 부동산가격에 끼어있는 거품을 서서히 제거해 나간다면 과도한 지가로 인한 고비용, 저효율 경제구조를 저비용, 고효율 경제구조로 재편할 수 있다.

즉, 내우를 제거함과 동시에 외환으로부터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경제체질을 만들 수 있다. 이는 1997년도 동아시아 전체의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토지불로소득의 환수가 잘 이루어졌던 싱가포르와 대만이 IMF의 구제금융에서 비켜갔던 사례가 반증한다.

또한 '쌀테크'와 같은 상황도 토지불로소득이 제대로 환수되지 않는 한국적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도출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 물욕에서 초월한 사람만 공직자를 뽑겠다는 것도 모순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토지보유세 강화와 함께 단기적인 대책으로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거래, 쌀테크 등과 같은 일이 공직사회에서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부동산백지신탁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부동산백지신탁제란 고위공직자가 실수요 아닌 부동산을 취임 때 백지신탁하고 퇴직 2년 후에 부동산의 시세 또는 최초 매입가의 원리금 중 적은 금액을 돌려받도록 하는 것이다.

토지정의시민연대 지도위원인 김윤상 교수는 부동산백지신탁제의 의미를 두 가지로 꼽는다. 첫째는 불로소득 환수 장치를 확실히 갖추는 디딤돌을 놓게 된다는 것이다. 부동산 매입 원가에 기간 경과에 따른 법정이자만 얹어주고 나머지는 국가에 귀속하는 백지신탁제의 도입에 따라 불로소득 환수의 당위성을 굳힐 수 있다는 것이다.

백지신탁제는 또 공직 후보의 인재풀을 보호하고 공직자들을 투기 의혹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백지신탁제를 도입하면,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게 아니다'는 해명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과거의 행위와 미래의 결정 모두에 대해 떳떳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부자 내각과 민주당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방법

 김황식 감사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 감사원에서 열린 쌀 직불금 불법수령과 관련한 법사위 추가감사에서 의원들의 자료요청에 대해 사무총장과 상의하고 있다.
김황식 감사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삼청동 감사원에서 열린 쌀 직불금 불법수령과 관련한 법사위 추가감사에서 의원들의 자료요청에 대해 사무총장과 상의하고 있다.권우성

2007년 7월 21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의 첫 TV 합동토론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부동산 백지신탁 제도에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부동산 보유세의 중심에 있는 종부세 무력화 정책 고집, 원칙 없는 감세,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현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감안하면 도무지 신뢰를 보낼 수가 없다.

이제라도 '강부자 내각'이라는 오명을 벗고 증시만큼이나 바닥을 헤매고 있는 지지율을 올리고 싶다면 당장에 토지불로소득 환수제도부터 분명히 하고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부동산백지신탁을 실시해 보길 권한다. 당장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쌀테크 정국'부터 헤쳐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이다. 쌀 직불금 명단 공개 요구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이 다시금 발생하지 않을 제도를 만드는 것이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이다. 정부여당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표면만 건드리는 정책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한다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성영 기자는 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성영 기자는 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쌀테크 #부동산백지신탁제 #보유세강화 #부동산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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