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게장.일주일 전에 담근 게장을 꺼냈다. 게딱지를 벌리는 순간 입에 침이 고였다.
전갑남
가지를 따다 나물도 무친다. 명란젓갈이 식탁에 놓인다. 말간 열무김치가 시큼하다. 거기다 시래기된장국까지. 죄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다. 소박한 상차림이지만 식욕을 돋운다.
아내가 밥을 푸다말고, 은근슬쩍 말을 꺼낸다.
"여보, 게장도 꺼내볼까?""간장게장? 담근 지 며칠 되었지?""한 일주일? 엊그제도 달여 부었는데…."간은 제대로 배였을까? 비린내는 나지 않을까? 자기가 만든 음식이지만 맛에는 장담을 못하는 법. 아내가 간장게장이 담긴 통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는다. 간장게장을 처음 담아본지라 그 맛이 궁금한 표정이다.
우선 나부터 숟가락으로 간장을 찍어 맛을 보란다. 내 얼굴을 살피며 묻는다.
"어때요? 잘 숙성되었어요? 저녁에 먹어도 될 것 같아?"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내도 맛을 본다. 게 맛은 어떨까? 아내가 간장이 적셔진 통에서 통통한 놈으로 낚시를 하듯 건져 올린다. 게딱지를 분리하는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여보, 뱃속에 알이 꽉 차있어!""그래? 아냐! 그거 수게인데 무슨 알이 차!""이거가 수게라고? 그럼 노란 부분은 뭐야? 암게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그걸 '노란장'이라고 하는 거야. 겨울을 나기 위한 영양저장고지.""그래서 가을 게는 살이 꽉 찬다는 말이 있구나!"속살과 함께 노란장이 꽉 차있다. 맛깔스럽다는 게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봄엔 암게가, 가을엔 수게가...일주일 전(12일)이다. 아내는 간장게장 담그기에 도전하였다. 꽃게무침은 수차례 담가먹었지만 게장은 처음이었다. 간장게장을 잘한다는 음식점을 함께 찾았는데 맛이 괜찮았다. 우리도 집에서 담가보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