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잘익은 사과가 누군가 다가와서 따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윤형권
잘 익은 빨간 사과를 밭에서 직접 따 먹는
재미는 어떨까?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어른주먹만한 사과를 비틀어 따는 순간의 기쁨은 농부가 아니라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사과 딸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사과 하나쯤이야”하고 주인 없는 사과밭을 기웃거리다가는 자칫 낭패를 보기 쉽다. 사과 따는 손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반가운 소식하나 전한다.
탑정호가 한눈에 보이는 논산시 가야곡면 ‘평매마을’로 가보자. 오는 26일 오전 10시부터 평매마을은 온통 축제장으로 변한다.
고구마 넝쿨을 집어 들고 활짝 웃는 아이들, 아버지 어깨를 타고 사과를 따는 여자아이의 흐뭇한 미소, 장대로 감을 따는 어른들, 과수원집 마당에서 옷감에 황토물을 들이며 장난치는 아이들 소리, 마당 저쪽에서는 숯검정으로 얼굴이 시커먼 채 군고구마를 한입 베물고 흰 이를 드러내며 깔깔거리는 아이들도 있다.
여느 농촌처럼 아이 울음소리가 그친지 오랜 평매마을이 매년 10월 하순이면 아이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한 것은 불과 수년전이다.
정태하(45·해오름 사과농장 주인)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사과농장을 경영하게 됐다. 정씨는 “그저 거름 잘 주고 보살피면 잘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사과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농사를 지으면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한 해 사과농사를 아무리 잘 지어도 비료 값도 건지기 어려웠다. 고향을 떠나는 젊은이들의 심정을 알았다.
정씨가 사과 농사를 지어 도매상에 넘기는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사과 체험행사로 전환을 한 것은 논산지역에서 인기 있는 ‘딸기체험 그린투어’를 참고로 했다.
정씨가 ‘사과따기체험행사’로 한해 사과농사 수확물의 1/3을 소비시키자 힘이 났다. 정씨가 주관한 체험행사는 그냥 사과만 따는 체험이 아니라 농작물을 추수하고 이를 즐기며 기뻐하는 추수감사절과 같은 축제다. 사물놀이가 흥을 돋우고 한국무용으로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하고 라이브 공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