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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3시경 조금 때라서 소래포구는 물이 거의 다 빠져 시커먼 속살을 통째로 들어 내놓고 있었다. 갈매기들은 먹을 것을 찾아 공중에 선회하고 있었다. 사람의 손에 길들여진 듯 빙빙 돌며 사람 곁을 떠나가지 않고 있다. 회를 먹는 사람들이 장난삼아 던져 준 먹잇감에 입맛이 든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회를 받아먹는 갈매기를 보고 좋아 활짝 웃는다. 갈매기 몇 마리는 날다 지쳤는지 잠시 날개를 접고 사람 곁에 앉아 쉬고 있는 놈도 있다.
물이 빠져 있으니 할 일이 없는 배들이 여러 채 정박해 있었다. 아마 물이 들어 올 때까지는 저렇게 잠시 고단한 몸을 쉬고 있으리라. 조금 때가 지나 사리 때가 되면 또 배들은 다시 생활 터전인 바다로 어부와 함께 나가리라. 다음날 만선이 되어 돌아오면 다시 부두는 사람들의 활력으로 북적거릴 테지. 조금과 사리는 번갈아 6시간마다 이루어진다고 한다. 조금은 서서히 물이 빠지지만 물이 빠른 속도로 들어오는 것을 사리라고 한다.
가을은 이곳 소래포구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김장 젓갈을 준비하는 아낙들의 발길로 소래포구는 평일인데도 발 들여놓을 틈조차 없었다. 싱싱한 생물을 구하기 위해 부천에서 왔다는 아저씨 아주머니는 조금 때문에 배가 들어올 수 없다는 소리에 실망하는 표정이 역역했다. 싱싱한 고기를 사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텅 비어 있는 경매장 안은 청소하는 아주머니의 손길이 분주하다.
배가 정박해 있는 부둣가에는 싱싱한 새우와 꽃게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장사하는 아주머니의 후한 인심에 손님들의 얼굴에도 활짝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다. 아주머니의 음담 섞인 듯한 말투에 손님들도 마냥 즐거워하는 표정이다. 이쯤 되면 장사수완도 일등 감. 그 바람에 부둣가에 수북하게 쌓여 있던 생새우가 눈 깜짝할 사이에 동이 나고 말았다. 대신 아주머니의 주머니에는 돈이 가득 채워지고….
전어 구이 냄새에 집을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고 했던가. 그만큼 전어 구이 맛이 좋다는 이야기겠지. 지금은 새우와 전어 철이라고 한다. 전어회도 맛이 일품. 시장 옆 회를 먹도록 만들어 놓은 자리에는 해가 저무는 데도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이곳은 회를 싸게 먹을 수 있어 대부분 가족 연인들이 많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와 함께 회를 먹는 맛에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한쪽에는 시장바구니가 놓여 있다. 김장을 담그기 위해 새우젓을 사러 왔다가 회를 먹는다며 일거양득이 아니냐며 활짝 웃었다.
새우젓을 자랑하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손님들과 흥정을 하던 아주머니가 손님들에게 음료수 한 병씩 좍 돌렸다. 이쯤 되면 손님도 새우젓을 살 수밖에 없다. 그 바람에 기자도 한 병 마시고 나니 어쩐지 미안한 생각이 들어 아주머니 사진 한 컷 찍으시면 어떨까요? 했더니, 이 못난 얼굴을 찍어서 뭣에 쓰려고, 하고 수줍어하면서도 승낙해 주었다. 이곳은 생활의 최 일선이지만 바쁜 손길에서도 흐뭇한 인심이 어디서나 묻어나고 있었다.
"어떤 새우젓이 가장 좋은 가요?"
"잘 숙성된 육젓이 가장 좋지."
"그럼 어디서 숙성을 시키는지요?"
"토굴에서 숙성시키고 있지. 새우젓은 토굴에서 숙성시킨 것이 그만이어."
이창선씨(40·선주)는 기름 값 인상으로 여전히 애로가 많다며 기름 값이 하루속히 내려가 어부들이 마음 편히 조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나마 꽃게 철이 지났다고 하지만 겨울철을 앞두고 새우들이 많이 잡히고 있어 어부들의 시름을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전어 광어들이 잡히고 있다고 한다. 소래포구는 조금이 끝나가고 서서히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008.10.22 15:4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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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에도 가을이... 김장준비에 겨울이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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