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아이 김용택> 표지
문학동네
섬진강 시인으로 우리 곁에 널리 알려진 김용택 선생님이 지난 8월 29일 자신의 모교인 덕치초등학교에서 마지막 수업과 함께 교단에서 내려왔다고 합니다. 1970년에 첫 발령을 받고 교직생활을 해 온 지 어언 38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그동안 마암분교과 덕치초등학교 아이들의 영원한 친구였고, 고향 동네의 일을 거드는 청년으로 살았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심부름 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같은 문인들 세계에서 큰 형님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어른 아이 김용택>은 선생님을 아는 49인의 벗들이 선생님의 퇴임을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해 쓴 글을 엮은 책입니다. 평소 털털하면서도 늘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는 선생님께서는 따로 퇴임식은 갖지 않으셨고, 그분을 아는 지인들이 유쾌하고 익살맞은 글로서 퇴임을 축하해 준 것입니다.
소설가 김훈은 이 책을 통해 그 분이 왜 '진메마을 촌놈'인지를 아주 자세하게 밝혀주고 있고, 시인 안도현은 그 분과 함께 전북 전주에서 '남민'이라는 시문학 동인을 만들고 살림살이한 이야기를 곁들이고 있고, 작곡가 백창우는 그 분만큼 시를 좋아하게 만드는 사람도 없으며 그 분만큼 자연과 사람을 품게 하는 시를 쓰는 분도 없음을 구구절절 이야기해 줍니다.
"김용택 형이 환갑이라니. 어찌 생각하면 참 웃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용택이 형은 절대 나이를 먹지 않을 것만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용택이 형은 늘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있어야 하고, 그래서 늘 초등학생 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인가? 아이들과 용택이 형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련을 맺고 있다. 그가 초등학교 교사이기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행동이나 생각이 늘 어린이다운 순박함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랴. 형의 머리에도 서리가 내린 것을." (283쪽)이는 최동현 시인이 쓴 글입니다. 시인의 글처럼 김용택 선생님을 아는 많은 사람들은 선생님을 언제나처럼 '어른 아이'로 생각할지 모릅니다. 때로는 머리끝까지 화가 솟구쳤다가도 금방 화가 풀려서 해맑게 웃는 모습으로 되돌아 오는 영락없는 '순진무구한 아이' 말입니다.
더욱이 선생님은 산과 들과 꽃과 짐승들의 친구로 살았으니 선생님의 시는 유식한 해몽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동심 그 자체입니다. 누구나 읽어도 즉각 알아차릴 수 있고, 누구나 읽어도 깊이 빨려드는 정감 깊은 언어입니다. 그런 그 분의 머리에도 이제는 허연 서리가 내렸다지만, 앞으로도 선생님을 아는 분들은 부디 떼 묻지 않는 착한 아이 심성 그대로를 간직하길 바랄 것입니다.
한 사람이 오랫동안 머문 자리에서 떠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쓸쓸함이 밀려 드는 일일 것입니다. 그것도 제 때에 맞게 떠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일찍 떠난다는 것은 더 많은 회한과 후회를 남기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는 선생님도 예외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용택 선생님은 다른 퇴임자들과는 달리 앞으로도 '영원한 아이'로 남을 수 있을 것을 믿기에 당신의 떠남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후에도 선생님은 이전처럼 더 밝고 빛나는 시골 마을의 새벽별처럼, 오고 오는 세대에 떼 묻지 않는 길을 안내하는 참된 길잡이가 되시리라 믿습니다.
어른아이 김용택
김훈 외 엮음,
문학동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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