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 모양을 한껏 낸 아이들이 단풍과 잘 어울린다.
김치민
아이들은 단정한 교복보다 평상복을 좋아한다. 제각기 멋을 부릴 수 있어서다. 소풍날(23일), 아이들은 아끼면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예쁜 옷을 입고, 작은 가방에 과자와 해맑은 웃음까지 가득 담아 왔다. 지각생은 어디에나 있는 법. 250여 명이 애타게 기다리고 담임선생님 손전화가 부지런을 떨고 나서야 한 녀석이 허겁지겁 나타났다. 이제 출발이다.
아이들은 자유롭다. 버스 좌석의 안전띠마저도 속박이다. 앞뒤로 오가며 두어 번의 실랑이가 끝나고 나서야 의자에 몸을 묶는다. 입과 귀는 따로 논다. 귀에서는 음악이 쟁쟁거리고 입으로는 옆자리 친구와 수다를 떤다. 모니터에 보이는 영화는 잠시 눈을 쉬어가는 간식거리쯤으로 여긴다. 고속도로를 지나 지방도와 한참 공사 중인 구불거리는 국도를 지나니 보이는 것이라곤 산등성이 사이로 뱀처럼 구불거리는 개천과 개천을 따라 흐르는 길이다.
섬진 댐은 협곡을 이룬 산 사이를 가로질러 물을 멈춰 세웠다. 극심한 가뭄이지만 가을을 물리치진 못했다. 가파른 산봉우리 사이를 구불구불 흐르는 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갔다. 켜켜이 가뭄의 흔적을 기록한 댐 가장자리 언덕과 붉은 빛으로 변해가는 산등성이가 화려하다. 오랜 가뭄을 해갈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어제는 비가 내렸다. 아이들의 설렘 때문인지 한두 방울 흩뿌리는 빗방울이 그리 밉지는 않다.
이번 소풍 장소는 전북 임실 치즈피자마을이다. 체험 프로그램은 피자와 스파게티 만들기, 경운기 타고 섬진 댐 일주하기, 소달구지 타기, 송아지 우유 먹이기, 풀썰매 타기, 그네 타기 등으로 다양하다. 일곱 학급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없다. 두 세 학급씩으로 모둠을 나누어 순환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