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배후는 아고라가 아니다?

[서평] MP4/13, 김용민 공저 <블로그, 명박을 쏘다>

등록 2008.10.25 16:11수정 2008.10.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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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2.0 시대를 대표한다는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 활용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나 시민운동하는 사람도 블로그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충고를 여러 번 들은 끝에 한 달 전쯤 시민운동가를 위한 인터넷 활용 교육을 받고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다.

 

막상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니 관심이 점점 더해져서 최근에는 블로그 관련 강의에도 참석하였다. 최근 ‘다음 블로그 뉴스’가 발표한 대한민국 100대 파워블로그 중에서 스무 번째 안에 이름을 올린 분이 이날 자신의 블로그 활동 경험을 들려주었다.

 

강의 중에 자연스럽게 촛불정국에 관한 이야기와 아고라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강사는 “촛불의 진원지는 아고라가 아니었다”고 주장하였다. 아고라는 블로그 글이 모이는 광장의 역할을 하였을 뿐이고, 진짜 이명박 정부를 압박한 배후는 블로그였다는 것이다.

 

블로그를 통해 생산된 촌철살인의 풍자와 날카로운 지적, 정부 주장에 대한 정확하고 근거 있는 반박자료들이 블로그를 통해 생산되었고, 이런 글들이 다음 아고라에 퍼 날라지면서 베스트 글이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하고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아고라의 배후는 ‘블로그’라는 것이다.

 

 MP4/13, 김용민이 쓴 <블로그, 명박을 쏘다> 겉 표지
MP4/13, 김용민이 쓴 <블로그, 명박을 쏘다> 겉 표지별난책
MP4/13, 김용민이 쓴 <블로그, 명박을 쏘다> 겉 표지 ⓒ 별난책

처음엔 이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1인 미디어 채널로 조중동에 맞서는 대한민국 블로그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리고 전천후 파워 블로그 중 한 명인 MP4/13이 쓴 <블로거, 명박을 쏘다>를 보면서 그 힘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블로그, 명박을 쏘다>를 쓴 MP4/13는 2008년 2월 15일 ‘이명박 정부 고소영 라인이 뜬다’는 제목의 글로 하루 22만명의 방문을 기록하면서, 대한민국 파워 블로그가 되었다고 한다.

 

<블로그, 명박을 쏘다>는 같은 시점에 일어난 시사뉴스에 대하여 MP4/13가 블로그에 올린 글과 그 후일담, 그리고 시사평론가이자 방송인인 김용민씨가 썼던 글을 함께 엮은 책이다.

 

김용민씨는 ‘시사평론계의 홍금보’ 또는 ‘뉴스의 김구라’로 불리는 정치전문 시사평론가이자 방송인이라고 한다. 그의 눈과 입을 거치면 뉴스가 맛있어진다고 한다.

 

여러 방송매체를 통해 매일 그날 뉴스를 분석 종합하여 전하고 있는데, 알기 쉽고 속 시원한 멘트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김용민씨도 ‘김용민의 뉴스 브리핑’이라는 블로그를 통해 ‘명박’을 쏘고 있다.

 

이 책에는 2007년 연말 즈음에 올라온 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부터 촛불 정국이 절정을 치닫는 6월 무렵까지 해당 블로그와 뉴스브리핑을 통해서 네티즌과 방송청취자들을 만났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블로그와 뉴스를 통해서 알려진 내용을 굳이 책으로 읽을 필요가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책을 폈지만, 조중동 뉴스와 청와대 주장에 대한 두 논객의 탁월한 반박과 증거제시 그리고 속이 후련하게 하는 재치 있는 풍자를 만날 수 있었다.

 

고소영 라인, 강부자 라인이 뜬다.

 

고소영 라인과 강부자 내각은 MP4/13가 블로그를 통해서 처음 사용한 이후에 여러 언론을 통해서 확대 재생산되어 이제는 ‘실용’정부 시대를 잘 나타내는 요긴한 신조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MP4/13가 고소영 라인을 처음 밝힌 글은 다음과 같다.

 

“우리 사회에는 한 때 S라인 열풍이 불었고, 그 다음에는 V라인 열풍이 불었습니다. 연예계에는 규라인, 용라인이 한참 화제가 됐습니다. 이제 이명박 시대에는 ‘고소영 라인’이 뜰 것 같습니다. 고소영 라인, 한마디로 고려대 - 소망교회 - 영남 라인이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와대 비서실도 고소영 라인이 주름잡더니, 이번 내각 유력 후보들도 상당수가 고소영 라인 입니다.”(본문 중에서)

 

그의 후일담을 보면, 하루에 잘 해야 1천 명 남짓 드나드는 블로그였었는데, 이 글이 포스팅 되어 다음 블로그뉴스 메인이 걸리면서 그날 하루 방문자만 22만 명 이었다고 한다. 그냥 하루 이틀 그러고 말줄 알았는데, 다음날 <경향신문>에는 고소영 라인을 주제로 만평이 실리고, 그뒤로는 정치권에서도 고소영 라인이 언급되고 신문 방송에까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고소영 라인에 대하여 김용민은 특히, 소망교회 인맥에 주목하는 뉴스 브리핑을 내놨다. 그는 고소영 라인 중심은 역시 허리에 해당되는 ‘소망교회’라는 것이다.

 

“이 교회에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형제 모두 장로로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었던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이 권사로 있다. 이경숙 총장은 같은 교회 신자인 박미석 교수를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으로 추천했다. 이 외에 정몽준의원, 강만수 장관, 곽성준 청와대 수석이 출석하고 있다.”(본문 중에서)

 

이 밖에도 이명박과 부시 면담을 추진했던 강영우 백악관 정책위원도 소망교회 인맥이며, 전 현직 장관 60여명, 예비역 현역 장성 30여명, 대학총장 10여명이 출석하고 있는 파워인맥을 자랑하는 교회라는 것이다.

 

고소영 라인에 이어 뜬 강부자 라인은 또 뭔가? 지금이야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연기자 강부자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남에 집이 있고

동산 갑부에다가

녀 명의 부동산까지 있는 사람

 

이런 강부자 라인이 이명박 내각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당시 블로그에 처음 올린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명박 당선인이 내정한 장관들을 보니, 고소영 라인에 이어서 이번에는 ‘강부자 라인’이 뜰 것 같습니다. 새 정부 장관들의 평균 재산이 40억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참여정부 평균의 세 배가 넘는 대단한 재산가들입니다.”(본문 중에서)

 

장관들 중 다수가 강남에 집을 가지고 있거나 여러 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다섯 채나 가지고 있는 자도 있고, 전국 각지에 부동산을 가지 자도 있었으며, 자녀명의로도 상당한 부동산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간부들 평균 재산도 35억원 이었다고 한다. 하기야, 대통령이 소유한 빌딩만 해도 300억이 넘으니 ‘강부자’ 내각이라는 말이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 결코 거리낄 일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다보니, 참여정부 내각은 13억, 이명박 정부 내각은 39억 그렇다면 이 나라에서 정권교체라고 하는 것은 노무현 때 정부 10억 재산 가진자 들과 40억 재산 가진자들 간의 권력 다툼일 뿐이라는 허탈한 생각이 들었다.

 

촌철살인의 풍자 몇 가지를 더 소개해보자.

 

이명박 정부의 새로운 BBK 의혹 : 부동산 투기, 병역의혹, 국적문제

DYNAMIC KOREA => DYNAMITE KOREA

박 미석 => 靡(쓰러질 미) 石(돌석) = 걸림 돌

이명박 정부 => (신용카드처럼) 돌려막기 정부 : 영어몰입교육->고소영 라인->강부자 내각 -> 친이 친박 충돌 -> 뉴타운 사기공약시비 -> 공직자 재산공개 -> 미국산 쇠고기

 

최고의 돌려막기 카드는 미국 발 경제위기 카드가 되었다. '미친소' 고기도, 고소영 강부자 라인도, 일제고사, 사교육 확대문제도 모두 ‘경제 폭탄’에 묻혀버렸다. 이명박 공약 747이 종합주가 지수라는 풍자를 블로그들이 쏟아내고 있다.

 

청와대 전산망 : 이지원(e지원) => 겉으로는 위민(爲民) => 실제로는 위민(僞民), 국민을 속인다는 뜻

친박연대 로고 ‘허’ = 1회용 렌터카 정당

국민과의 소통 => 국민과의 消統(촛불이나 꺼트리고 통치하겠다)

광우병보다 무서운 병 => 이뭐병(?)

미국산 쇠고기 홍보 => 행운의 쇠고기 편지

이명박 정부 => 낙장불입

맞춤법 => 대통령조차 잘 안 지키는 법

재산헌납 => ‘늑대와 양치기 소년’을 네 글자로 줄인 말.

 

책에 나오는 풍자를 모두 소개해버리면 책을 직접 볼 일이 없어지니 여기까지만.

 

책 끝머리에는 제목만 들어도 알 만한 동화와 시를 통해 명박을 쏘는 기발한 풍자가 포함되어 있다. ‘쇠고기 먹은 임금님’, ‘엄마 양과 일곱 마리 아기양’, ‘토끼와 거북이’, ‘소감도’, ‘물대포꽃’, ‘지지율의 침묵’, ‘땅 헤는 밤’, ‘너에게 묻는다’, ‘남으로 운하를 내겠소’와 같은 작품들이다. 이미 잘 알려진 원작들이기 때문에 원래 제목을 소개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땅 헤는 밤’ 일부를 ‘맛배기’로 소개 한다.

 

땅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한반도에는

내 땅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절대농지 속이 내 땅들을 다 헬 듯합니다.

 

등기부등본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내 땅들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공직자 재산 공개가 오는 까닭이요,

9시 뉴스 탐사 보도가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재산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땅 하나에 의혹과

땅 하나에 변명과

땅 하나에 구라와

땅 하나에 위장전입과

땅 하나에 서류조작과

땅 하나에 버티기, 버티기,

 

국민 여러분, 나는 땅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던 박은경과, 유방암이 아니라는 진단에 남편이 선물로 오피스텔을 사줬다는 이춘호와, 정말로 억울하지만 사표를 쓰겠다던 박미선과, 벌써 사퇴 압박이 장난이 아닌 비서관들의 이름과 땅박이, 2MB, ‘마닐린 맨슨’, ‘어륀지’, ‘비즈니스 후렌들리’, 이런 제대로 된 영어 표기법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중략)

 

참 아름다운 윤동주시가 이렇게 쓰인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다. <블로그 명박을 쏘다>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재미있는 풍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MP4/13와 김용민이 읽어내는 탁월한 뉴스 분석이 탄탄한 뒷받침을 하고 있다.

 

2008년 봄에 블로그에서 이들의 ‘날카로운 뉴스 분석과 기발한 풍자’를 놓친 독자들은 약간의 책값을 투자하면, 블로그를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은 컴퓨터 모니터 보다는 눈에 피로도 훨씬 덜 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명박을 쏘다> MP4/13, 김용민 공저 - 별난 책/ 367쪽, 11,900원

2008.10.25 16:11ⓒ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명박을 쏘다> MP4/13, 김용민 공저 - 별난 책/ 367쪽, 11,900원

블로거, 명박을 쏘다 - 고소영 라인을 최초로 들춰낸 바로 그 블로그

김용민.MP4/13 지음,
별난책, 2008


#이명박 #블로그 #촛불 #아고라 #미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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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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