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의 적립식 펀드 통장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투자 책임은 결국 개인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 누구도 등을 떠밀어 빚까지 내서 주식투자에 나서게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평범한 직장인이 가족의 미래를 걸고 잘못된 학습효과로 도박을 하게 된 것은 비단 개인의 책임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평범한 사람이 성실히 사는 것만으로는 평범한 일상도 유지하기 어렵다는 공포심이 유령 같이 떠돌고 있다.
점점 수명은 늘어나는데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경제 수명은 자꾸 단축되고 있다. 거기에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생각해 보자. 연간 8% 이상씩 고공행진하는 등록금은 이미 연 1000만 원 시대를 연 지 오래다. 지독한 경쟁 사회를 살다보니 대학생들마저 감당하기 어려운 등록금에 저항할 여유가 없다. 결국 제어장치를 상실한 대학들의 시커먼 등록금 장삿속은 저축만으로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없다는 공포심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심지어 고용시장의 축소로 대학을 졸업하고도 사회진출은 만만치 않다. 사회진출이 늦어지니 자연히 결혼과 출산이 늦어진다. 경제수명은 자꾸 단축되어서 40대 후반부터 가장의 어깨를 늘어뜨리게 하는데 늦은 출산으로 사회에서 퇴출당한 이후에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는 지독한 현실을 감당해야 한다.
심지어 한창 소득이 집중되는 시기조차 사교육비 때문에 저축은커녕 빚없이 살기도 어렵다. 결국 상당히 많은 보통 사람들은 '대박 재테크'가 아니면 안된다는 미래에 대한 유령 같은 공포심에 갇혀 버리는 것이다.
집을 담보로 빚까지 내서 주식투자를 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성적인 판단력을 상실한 광기로 볼 수 있다. 광기로 인해 가족들을 극도의 위험으로 내모는 무책임하고 무모한 가장이라고 손가락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지난 몇 년간 이보다 더한 광기가 보편적이었다. 20년, 30년 돈 벌기도 어려운데 20년, 30년 장기 대출로 집을 샀다. 그것도 자기 연소득의 몇 배에 달하는 주택을 미래의 가처분 소득을 끌어다 사는 것이 보편화됐다.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인 PIR(Price Income Ratio)은 전국 평균 6.6배, 서울은 11.6배, 강남은 12.3배에 달한다고 한다. 즉, 서울 강남에서 집을 사려면 12년 이상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만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빚을 내서라도 그렇게 엄청나게 비싼 집에 투자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집은 반드시 오른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확신은 사례자가 1400포인트가 바닥이라는 확신으로 빚까지 내서 주식투자에 나선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지나친 확신으로 비이성적 판단을 하는 '광기'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에 나섰거나 그러지 않았거나 부동산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광기' 상태였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런 광기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는 미래의 평범한 꿈을 이루며 살 수 없을 것이란 공포심이 유령처럼 떠도는 지독한 경쟁사회가 만들어낸 필연인지도 모른다.
'내 탓'이라는 극단적 좌절 털어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