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 세심사로 떠난 반야. 제일 '뚱띠'면서 일곱 마리 중 제일 순한 놈입니다.
조명자
들며날며 꼭 손자 챙기듯 정성을 다 해 돌봤던 강아지 두 마리를 드디어 출가시켰습니다. 매일 한 마리씩 방출했는데 내 보낼 때마다 가슴 한 귀퉁이가 시려집니다. 첫 번째로 나간 놈은 '세심사'라는 절집으로 입양됐으니 말 그대로 '세간'에서 '출세간'으로 터전을 옮긴 격입니다.
절집 강아지답게 미리 '반야'라는 이름까지 지어주고 애지중지 키웠는데 반야는 형제중 제일 '뚱띠'면서 제일 순하기도 합니다. 새끼들 대부분 하얀 어미 털 색깔을 무늬삼아 섞었건만 이놈은 제 아비 쏙 빼 속속들이 누렁이입니다.
개 팔자나 사람팔자나 어디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팔자가 엇갈린다만, 반야 이놈이 7형제 중 그래도 가장 팔자가 좋은 놈일 것 같습니다. 이웃 할머니 댁에 분양되는 다른 놈들은 십중팔구 보신탕용으로 팔려갈 것이 뻔하지만 설마 절집에서 그럴 리 있겠습니까.
생각 같아선 우리처럼 개라면 사족을 못 쓰는 주인만 골라 분양하고 싶었지만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반야까지 두 마리 외 다섯 놈은 몽땅 마을 어른들께 분양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일곱 마리 모두 황구만 튀어나왔다는 소문을 듣고 마을 할머니들이 서로 가져가겠다고 난리를 치셨습니다. 할머니들이 왜 그렇게 강아지를 탐내실까 의아했는데 다 까닭이 있더라고요.
나중에 개장수한테 팔 때 황구 값이 백구 값보다 훨씬 더 나간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만정이 떨어져 한 마리도 주기 싫어졌습니다. 남편한테 얘기를 전하며 투덜댔더니 뭐라고 한 마디를 합디다. 이야긴즉슨 죽는 날까지 가족처럼 키우겠다는 사람들을 무슨 수로 만나냐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