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특별시립 청소년 수련관에서 열린 '대학생 북한 전문가 아카데미'에 파란 눈의 '키다리 아저씨'가 연사로 초청됐다.
피터 벡(Peter M Beck) 연세대 초빙교수.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생으로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 조사 및 학술담당 실장, 국제위기감시기구(ICG) 동북아시아사무소 소장,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국장, 통일부 정책평가위원을 역임한 '북한전문가'이다.
'미 대선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이라는 주제 아래,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강연을 진행했다. 피터 벡은 "생활총화(자아비판), 보위부(북한 국가주석 직속비밀경찰기구), 수용소 등이 북한 체제를 유지시켜주는 주요한 요소"라 주장했다. 또한 "엄마, 아빠라는 말보다 '김정일'을 먼저 배우는 아기들이 있다"며 북한의 인권 상황을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이 대통령과 면담을 한 적이 있기도 한 피터 벡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이 대통령이 조급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심사숙려(深思熟慮)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비슷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둘 다 경제 위기를 안고 출범했고 진보성향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또한, 오랜 기간 집권하지 못한 '호남'과 '흑인'이 닮은꼴이라는 것이다. 그는 "호남 사람이 갖고 있는 한(恨)을 흑인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대선 결과가 확정됐을 때 흑인과 백인의 반응은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흑인들은 오래된 한(恨)이 녹아있는 눈물을 흘렸고, 백인들은 (부시 행정부가 끝이 나서) 속이 시원하다 혹은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이어서, 오프라 윈프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오바마가 10개월 전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한 사람은 오프라 윈프리"라며 "그녀는 이름이 이상하지 않고(아프리카 이름인 '버락'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 매일 TV에 나오므로 오프라 윈프리를 보면 농담도 할 수 있을 것 같이 친근하고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오프라 윈프리가 흑인과 백인을 정서적으로 이어줬다"고 주장했다.
피터 벡은 본인도 "어렸을 때부터 흑인 친구가 얼마 없었고 지금도 손에 꼽을 정도다"라면서 "그런데도 오프라는 친근하다"고 말했다. "흑인과 백인이 오프라 윈프리라는 인물을 통해 정서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었듯이 남한과 북한도 그런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일 방송을 하고, 정서적으로 가깝고 친근한 인물이 남과 북 사이에도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김미화'가 있다면"이라는 재미있는 가정을 통해 좌중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한 관심이 남한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것에 놀랐다"는 피터 벡에게 한 학생이 질문을 던졌다. "북한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 통일을 지향하기 위해 남한에서는 어떤 노력과 움직임이 필요한가"라고 질의했다.
그는 "통일보다 먼저 민족화해, 남남갈등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탈북자 정책 문제에 대한 의견도 표명했다. "지금 약 1만5000여 명의 탈북자가 남한에 있는데 경제적·사회적으로 제대로 정착한 사람들은 극소수라며 이 1만5000명도 제대로 못 살면 통일은 요원한 것"이라 역설했다.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와 IRI(International Republican Institute)의 공동주최로 진행되고 있는 '대학생 북한 전문가 아카데미'는 11월 28일까지 총 5강의 강연이 준비돼있다. 지난 달 30일에는 이동복 전(前) 남북회담 대표(명지대 교수)가 강의를 했으며, 앞으로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김영수 교수, 노재봉 전(前) 국무총리(서울디지털대학교 총장) 등의 강연이 예정되어 있다.
2008.11.08 14:27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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