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잔에 220만 원?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부글부글'

돌아서 눈 감아도 안 잊히는 '음주단속'에 걸리다

등록 2008.11.12 16:02수정 2008.11.1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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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소도 없는데 뭐 하러 돈 들여 외양간을 고쳐. 추락하는 건 날개가 없다? 당근이지 날개가 있으면 추락하겠어? 말 같잖은 소리 고마 해라.


나 원참 무슨 소리를 하려고 사설이 이리 길어? 세상 살아가면서 말 같잖은 거 가지고 말 많은 놈이 있는데 내가 그 말을 하려고 미리 밑밥을 뿌리는 거다. 왜냐고? 해서는 안되는 일을 저질러 놓고도 입이 근질근질할 때가 있거들랑요.

어이쿠, 오늘 제대로 걸렸다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 하지만 한잔쯤이야 하는 생각은 가계에도 해롭다.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 하지만 한잔쯤이야 하는 생각은 가계에도 해롭다. 권우성

술자리에서 남자들이 모여 밤새 지지 않고 이바구 깔 수 있는 재료가 뭐게? 군대와 종교 이야기다. 거기다가 하나 더 붙인다면 바로 교통(운전) 사고일 것이다. 뭐 딱지 한두 번 안 끊겨 본 사람 드물 테고 거기다가 사람이 죽고 사는 큰 사고만 아니라면 적당히 간 맞춰 '람보'를 능가하는 무용담 한 두 개쯤은 다 가지고 있을터.

"아이구 선생님 약주 많이 하셨군요, 자, 차 세우시고 내리시죠."
'으… 이거 미치겠네. 아니 이 길은 단속 안했는데 뭐야 오늘….'
"음주측정 경험 있으시죠. 입 헹구시고 그만 할 때까지 부시면 됩니다."

그렇습니다. 걸렸습니다.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마는 그 놈의 친구가 그날(10월 24일) 호프집 개업만 안했더라면, 그리고 그 놈의 대리기사가 일찍 온다고만 그랬으면, 그것도 아니면 차라리 택시를 타고 가라고 친구들 중 한 놈만 나를 말렸더라면 걸리지는 않았을 텐데.


"자, 여기 보시고요. 0.065 면허정지 100일입니다. 그래도 선생님은 다행이네요. 선생님 앞에 일곱명은 몽땅 취소입니다."

순간 머리가 하얗게 돼버린다. 정말 다행인가. 하지만 이 일을 어쩐다. 영업하는 놈이 운전을 100일씩이나 못 하면 뭐 먹고 살지? 마누라한테는 또 무슨 말을 하고. 면허정지뿐만이 아니고 벌금도 있다는데 이거 환장하겠네.


친구놈 가게에서는 20~30분 걸려서 온다던 대리기사가 음주단속 현장에는 1분도 안 돼 왔다.

"오늘 제대로 똥 밟았군. 무슨 놈의 단속을 새벽 3시까지 하느냐 이 말이다. 언제부터 우리 공무원들이 이리 날밤 새면서 일을 열심히 했냐고. 연말 가까워 오니까 또 난리들 치는군. 에이 열여덟 열여덟…."

소주 한잔에 날아간 220만원

 음주단속 현장
음주단속 현장 경남지방경찰청

교통안전관리공단에서 실시하는 소양교육(10시~오후 3시)을 받으면 20일을 감해준다기에 비싼 기름 써가면서 일산에서 의정부에 있는 교육장까지 갔다. 구렁이 알같은 1만6000원 교육비까지 내고 강의장에 들어가 보니 아이고, 17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교육을 받으러 오셨다. 다들 말이 없다. 나 역시 창피스러워 구석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여자 분들도 10% 정도 되는 것 같다.

2005년 통계청 음주지표에 의하면 19세 이상 1인당 연간 술소비량이 소주 71.1병, 맥주 140병, 탁주는 15병이라고 한다. 한달로 치면 소주는 약 6병, 맥주는 12병, 막걸리는 1병 반정도 되는 것 같다. 양으로 보니 딱 내 평균 소비량이다. 들고는 못 가도 먹고는 가고, 오줌은 버려도 술은 버릴 수 없다. 참으로 명언(?)이다.

하지만 오줌을 누고 고성방가를 하더라도 음주 후 해서는 안 되는 게 바로 운전이다. 안 되는 줄 알면서 너는 왜 했는데? 할 말 없음.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로 겪어야 하는 손실을 재차 말해 뭐하겠나.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전치 4주의 인명피해 교통사고를 냈다면 최소 1500만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상대방은 차치하고 본인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소주 한 병이면 혈중알콜농도가 평균 0.14로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200~300만 원의 벌금, 자차 수리비, 변호사 선임비, 인사사고 면책금 200만 원, 피해자 형사합의금 1주당 70만 원씩 280만 원, 운전면허 재취득비 100만 원, 보험할증료 등 기타 비용이 들어 갑니다. 그런데도 요즘처럼 어려울 때 소주 1잔 값으로 220만 원을 들이면서 운전하실 겁니까?"

알고 먹을 사람이야 누가 있겠는가, 먹다 보니 그리 된 거고 재수없이 걸렸으니 억울한 거지. 강사의 사례 강의에 미국에서는 길만 똑바로 걸어가면 안 잡는데 우리는 뭐냐, 너무 하는 거 아니냐 소리치는 분도 계시다. 

20일을 감경받을 수 있는 4시간의 교통 소양 교육을 마치자마자 나는 집 가까운 경찰서 사이트에 접속했다. 교통현장 참여교육(교통안전캠페인 같은 거)을 받으면 30일을 더 감경해 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매주 화, 목요일 한번에 10명 정도만 신청을 할 수 있다 보니 서울 근교 가까운 경찰서는 12월 중에는 거의 예약이 끝난 상태다. 아이고, 머리야. 어떻게 해야 하나. 할 수 없이 고향에라도 몰래 내려가서 교육을 받고 와야 할 것 같다.

괜찮겠지 하고 까불다가 뒤통수 제대로 맞아

돌아서 눈 감아도 잊을 수 없는 이번 음주운전 경험. 입동이 지나 이제 서서히 날씨도 추워지는데 꼼짝없이 된서리 그냥 맞게 생겼다. 불행 중 다행이라지만 경제적, 시간적인 피해(뭐 당연한 거라지만)도 가만 생각하니 매우 크다.

날개가 없으니 추락은 했다. 술 먹고 당구 한 게임 치고 노래방에서 한 시간 정도 놀았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까불다가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하지만 정신이 어리한 가운데서도 정신을 차려야 할 것 아닌가. 소 잃고라도 외양간은 고쳐야겠다.

그렇지 않고 두번, 세번 소 잃어 먹으며 서까래가 주저앉을 것 아닌가. 두 번 세 번 음주 걸리면? 삼진아웃에 이 또한 집구석 주저앉을 것이 뻔하다. 요 며칠 난 수업료 치고 비싼 수업료 내고 안 해도 될 인생공부 톡톡히 하고 있다. 그래 잘났다 인간아!

P.S 아참, 이제 곧 연말연시 술먹을 자리 많습니다. 절대로, 절대로 음주운전은 하지 맙시다. 저야 뭐 어차피 차가 없으니 운전도 못 하겠지만요. 단속에 걸려 후회해도 그때는 소용 없습니다. 여러분, 정말 음주운전하지 마세요, 꼭이요! 아이고, 니나 잘하시지 그랬어요. 잘났다 이 인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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