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미 하원이 금융위기 타개를 위한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법안을 부결시킨데 따른 충격파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한 지난 9월 2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한 딜러가 머리를 감싸고 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본시장 중심 경제 시스템에 대한 재검토오바마 당선인의 금융정책은 이러한 구조적 위기의 진원인 금융시장 특히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로 모아진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부터 증권거래위원회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인 금융규제 시스템을 만들고 그간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파생상품과 헤지펀드, 모기지브로커 등에 대한 연방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시장 자율에만 맡겨 두었더니 문제가 발생하므로 규제를 한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앞에서 보았듯이 가계의 건전한 저축과 연기금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은 자본시장 중심의 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손질하려는 의지를 내포하는 것이다.
오바마의 이같은 금융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실물경제의 회복과 중산층 중심의 내수경기 부양이 동반되어야 한다. 지금껏 금융으로 먹고살던 시스템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당선된 지 사흘 만인 지난 7일 경제참모회의에서 발표한 '경제회생을 위한 4대 정책과제'는 이를 잘 보여준다. ▲ 실업보험 확대와 경기부양책을 통한 중산층 구제 ▲ 금융위기 진정, 특히 금융위기의 자동차산업 등 실물 부문 확산 차단 ▲ 납세자 보호, 주택 보유자 지원 등을 골자로 금융구제책 재점검 ▲ 청정에너지, 보건의료, 교육, 중산층 세금감면을 중심으로 한 장기적 경제 성장동력 확보 등이 그 내용이다.
신자유주의 금융화로 돈이 돈을 버는 '머니 워킹(money working)' 아메리카 기조가 유지된 지난 20여년간 미국경제는 미국의 자존심이라는 자동차 회사 GM이 부도설에 휩싸일 정도로 금융 이외의 실물경제 부문에서 성장 동력을 상실했고, 자본 규모에 따라 소득이 달라지는 머니 게임의 속성상 빈부 격차가 엄청나게 심화되었다. 오바마 당선인의 금융정책은 결국 이러한 구조의 시정과 패키지로 계획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이미 세계 각국에 추월당한 경제 동력을 회복하는 일도 단시일에 이루어지기 힘들 뿐만 아니라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은 미국의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더 증폭시킬 수 있다. 여기에 30년 가까운 자본시장 중심 성장 정책에 익숙해 있는 세력들의 내부 저항이 거셀 것이다. 당장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월가와 상당한 친숙성을 지니고 있다. 또 금융이 글로벌화된 까닭에 미국 혼자만의 시스템 개혁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가 없다. 국제적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제반 난제들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다수 미국인들은 강력한 시스템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바마 당선인의 금융 개혁 의지가 안팎의 도전에 직면하여 좌회전 깜박이 넣고 우회전으로 돌지, 자신에게 표를 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둘지 깊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리먼 인수하겠다는 산업은행의 만용, 근원은 MB 금융정책이명박 정부의 금융정책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산업은행 민영화다. 국내에 세계적인 투자은행이 없어 금융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 정부의 인식이다. 정부가 집권 초반부터 서둘러온 산업은행 민영화는 국가 주요산업 육성 발전을 위한 금융 지원이라는 이 은행의 설립 취지를 더 잘 수행하기 위한 계획이 아니라 처음부터 '세계적 수준의 투자은행'을 만들겠다는 황당한 계획이었다.
산업은행 민영화 시 모델로 한 세계적 수준의 투자은행들이란 다름아닌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베어스턴스 등 바로 얼마 전 천문학적 손실을 내고 파산신청을 한 투자은행들이다. 국민의 세금 수백억 달러를 쏟아부어도 모래에 물 스며들듯 부실의 끝이 안보이는 바로 그 '세계적 수준'의 금융 투기 회사들 말이다.
정부는 산업은행 민영화에 대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크자 나름대로 신중을 기한답시고 민영화를 수년간 3단계로 나누어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단계는 민영화 준비기간으로 산업은행을 투자은행 부문과 정책 기능으로 분리하여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단계이다.
그런데 이제 겨우 1단계 초입에 들어선 산업은행은 벌써부터 글로벌하게 사고를 칠 뻔했다. FRB도 골드만삭스도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과감하게 노크한 것이다. 협상이 틀어졌기에 망정이지 만일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가 이루어졌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리먼 인수 시도는 민유성 행장 개인의 모험심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현 정부의 금융산업 정책에 충실한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태평양 건너 '리먼' 브러더스와 국내의 '리·만' 브러더스는 그렇게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