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이 워래 이 (샛노란) 색깔이야? 아니면 염색한 거예요?"
"(새치 때문에) 이발소에서 50원(한화 1만원 가량) 주고 염색했어요."
"중국에 친구 많아요? 여자친구는 있어요?"
"남자 친구는 있는데, 여자친구는 아직 없어요."
"수술 잘 끝나면 직장도 구하고 여자 친구도 사귀어야지요."
"헤에~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어요?"
"운전을 배워서 트럭을 몰고 싶어요!"
재중동포 방일성(20)씨는 해맑은 웃음을 지닌 청년이었습니다. 어머니를 잃은 충격 때문에 말문을 닫다시피 했던 그는 작은 목소리이지만 자신의 꿈을 또렷이 밝히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달 20일 발생한 서울 논현동 고시원 참사로 어머니 고(故) 이월자(49)씨를 빼앗긴 일성씨를 10일 한강성심병원 입원실에서 만났습니다. 낯선 사람들에게 말문을 열지 않는 등 경계심을 풀지 않았지만 지난달 26~27일 1박2일 동안 합동장례 준비과정에서 함께 밤을 센 탓인지 마음 문을 열었습니다.
한림화상재단, 어머니 대신해 아들 무료수술 결정
어릴 적 화상으로 인해 장애를 입은 아들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지난 2006년 한국에 온 이옥자씨. 그러나 끔찍한 사고로 희생되면서 아들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 채 아들 곁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한 살도 채 되기 전, 끓는 물에 빠지는 사고로 인해 보행 장애와 통증에 시달렸던 일성씨. 중국에서 두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장애가 완전 제거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직장도 구할 수 없어 의기소침하게 지내던 그는 어머니가 돌아올 날만 손꼽아 기다렸던 것입니다.
이들 모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한림대의료원 산하 사회복지법인 '한림화상재단'이 고인을 대신해 아들의 수술을 무료로 해주기로 했습니다. 일성씨는 12일 수술받을 예정입니다.
한림화상재단 관계자는 "(일성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듣고 재단이 무료수술을 해드리기로 결정했다"면서 "환자의 경우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되고 불안정한 상태인데, 재단이 운영하는 화상캠프에 참여하면 심리치료에서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내년 1월 비자가 만료되기 때문에 화상캠프 참여는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한강성심병원 성형외과 장영철 교수는 "어릴 적에 입은 화상이 심해서 발가락이 많이 오그라진 상태"라면서 "피부 이식을 하면 보행 장애가 걷히는 등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게 예상했습니다.
한림화상재단은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 의료진과 교직원, 화상환자 및 가족들로 지난 2003년 구성돼 화상환자후원회로 활동하다가 지난 2008년 5월 사회복지법인으로 발돋음 했습니다.
경치 좋은 곳에 사시는 어머니... "감사한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동생을 수술시켜주어야 한다는 엄마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지게 되었으니 엄마도 편하게 지내실 거예요. 최근 꿈에 엄마가 나타났는데 '지내시는 그 곳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경치도 좋고 살기도 영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큰누나 해란(28)씨는 꿈에서 엄마를 자주 만난다면서 밝은 소식을 들려주었습니다. 경치 좋고 살기 좋은 곳에 계신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토록 애태우던 아들의 수술 소식을 접했기 때문에 편해지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인은 한국에 오기 전까지 아들을 끼고 살며 애지중지했다고 합니다.
삼남매의 맏이 해란씨 걱정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었습니다. 워낙 말이 없는 동생이 어머니를 잃은 충격으로 우울증 증세를 보일까봐 걱정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동포의집 도움으로 장례를 치르고, 한국교회봉사단으로부터 위로금을 받은 데 이어 한림화상재단의 도움까지 받으면서 어머니를 앗아간 한국에 대한 증오의 마음을 녹이고 있는 것입니다.
"동생이 조금씩 말도 하고 웃기도 합니다. 이런 도움을 생각지도 못했는데…. 저희들을 위해 모금해주시고 수술까지 해주시니 어떻게 보답해야 좋을지 모르겠고, 그저 고맙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11.11 19:5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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