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기도를 마친 정진우 목사권명희 조합원49제
이상경
요한계시록 21장 1-4절 말씀 들려드리겠습니다.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또 내가 보매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니 그 예비한 것이 신부가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것 같더라.
내가 들으니 보좌에서 큰 음성이 나서 가로되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저희와 함께 거하시리니 저희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저희와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씻기시매 다시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나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아닙니다. 나는 남자니까 나는 여성이 아닙니다. 나는 먼저 가신 권동지처럼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어본 적도 없잖습니까? 나는 남자니까 목사니까 그럭저럭 밥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그것, 그것! 내가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누군가를 괴롭히는 구조 속에서 혜택을 받고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까? 내가 '교회'라고 하는 권력체계 안에서 권력을 누리며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나이 오십이 넘었으니까 세상에 대해서 꾀 많은 혜택을 누리며 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사실은 권명희 동지를 추모할 자격이 없습니다.
나는 도저히 그렇게 치열하게 살다간 한 여성 노동자 앞에서 억울하게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어간 권명희 동지 앞에서 그저 죄인인 것을 고백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알고 있는 어떤 이야기 하나가 혹시 만의 하나 죽은 권명희 동지에게 그리고 살아남은 우리 벗들에게 아직도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있을 유족들에게 행여 작은 위로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란 바로 목사인 제가 알고 있는 이 세상의 마지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이 세상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자본과 노동, 사용자와 노동자, 삶의 이편과 죽음의 저편 이렇게 나뉘어져 있지만 언젠가 그날이 오면 그 모든 것이 안개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깁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비정규직의 눈물이 사라질 날이 올 것이다. 다시는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그런 억울함이 전혀 없는 세상이 올 것이다. 온갖 거짓들, 돈이면 사람을 떡 주무르듯이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그런 거짓 논리가 판치는 세상은 그런 것들이 모두 박살나고 무너지는 세상이 오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살아남은 우리의 투쟁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란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텐데 지금 죽음 이편과 저편으로 갈라져 있다고 할지라도 언젠가 그날이 오면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텐데 언젠가 우리는 비정규직 차별이 반드시 철폐된 세상에서 만나고야 말 것인데 언젠가 우리는 자본이 인간을 떡 주무르듯 하는 그런 세상이 끝나는 세상에서 만나게 될 터인데 언젠가 슬픔도 눈물도 고통도 없는 세상에 만나게 될 터인데 그 때 우리가 서로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만나기 위해서 오늘 우리가 더 뜨겁게 투쟁해야 한다.
그 만남에 그날 만나게 될 그 순간을 위해서 우리가 더 뜨겁게 싸우고 그날을 앞당기기 위한 몸부림이 있는 그곳에 우리는 더 환한 얼굴로 권명희 동지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이 약속. 제가 믿는 성경에 기록 되 있는 이 약속의 말씀 여러분들에게 전해드립니다. 이 약속을 기억하면서 함께 투쟁합시다. 고인의 영혼을 위해 그리고 모든 유독들을 위해 슬퍼하는 벗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박경선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 지회장] "부끄러움이 굉장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