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못다 부른 우리들의 노래

12일 열린 기륭전자 권명희 조합원 49제

등록 2008.11.14 08:34수정 2008.11.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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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곡을 부르는 노래일꾼 김성만 권명희 조합원49제 ⓒ 이상경


희망의 목소리가 되고 싶다며 눈물의 쟁의 현장 곳곳을 누비며 웃음을 선사하는 시인이자 노래일꾼 김성만씨가 지난 12일 기륭전자 옛 공장 정문 앞에서 49제를 맞는 고 권명희 조합원의 영전에 추모곡을 불렀다.

쟁의에 참여했던 기륭전자 조합원들이 하나 둘 씩 생활고로 다른 일 자리를 얻으러 떠나고 살기 위해 선택한 각자의 길에서 동지들조차 곁을 살피지 못하고 말았다. 권명희씨의 과묵한 성격과 남에게 짐이 되기 싫어하던 마음 씀씀이로 인하여 기륭전자 조합원 동지들 모두는 몹쓸 사람이 되고야 말았다.

쟁의 현장이라면 어디라도 뛰어다니는 김성만씨가 아주 우연히 순천향병원에서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동지들은 때늦은 문병을 하곤 하였지만 권씨는 한사코 동지들의 마음이 가라앉을까 걱정스러워 병문안을 만류하곤 하였다. 곁에서 돌보지 못한 무수한 동지들을 떠올리며 가수 김성만도, 기륭전자 분회 조합원들도 모두 빚을 진 것만 같았다고 한다.

김성만씨는 지난달 '이용석 노동자상'을 받아 쥐고 "이 것은 바로 동지들 것입니다"라고 하여 연대 속의 무수한 동지들에게 찬사를 돌려준 바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목소리에는 한과 희망이 함께 어우러져 언제나 눈물나는 웃음을 선사한다. 권명희 조합원의 영전에 울리는 그의 목소리가 망자에겐 천국으로 가는 차편의 인정이요, 희망 세상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사막 어디쯤에서 단비를 준다. 

한편 이날 민속춤 연구가 이삼헌씨의 추모굿도 펼쳐졌다. 이삼헌씨는 권씨의 영결식에서도 진혼 굿을 선보인 봐 있었다.

춤꾼 이삼헌씨는 마치 권씨의 넋을 불러 들인듯 한마리 학을 형상화한 듯한 춤을 추었다. 그 학의 발걸음이 멈춰 주저 앉은 곳이 있었다. 고인의 남편 최동철씨와 아들 기석이와 딸 수경이가 앉은 자리 앞에서 날개죽지를 접고 쉬었다가 아쉬운듯 하늘로 날아갔다.

저승의 삶도 언제나 죽은 이의 혼처럼 자유롭기를 갈망한다.
#기륭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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