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때문에 슬럼화? 단속 위한 궁색한 변명"

법무부 미등록이주노동자 단속, 군사작전 방불.... 5명 부상

등록 2008.11.14 11:28수정 2008.11.1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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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입국단속으로 부상당한 이주노동자가 병상에서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출입국단속으로 부상당한 이주노동자가 병상에서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샬롬의 집
출입국단속으로 부상당한 이주노동자가 병상에서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 샬롬의 집

법무부는 지난 12일 검찰·경찰과 합동으로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마석가구공단과 연천군의 공장 밀집지인 '청산농장' 등 불법체류 외국인 밀집지역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집중단속은 불법체류 외국인 밀집지역이 슬럼화되고, 외국인 범죄의 온상이 되는 등 치안부재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외국인 체류질서 확립 차원에서 대규모로 실시하는 것"이라며 단속과정에서 불법이나 부상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영 사무처장은 "이번 단속이 이뤄졌던 곳들은 한센병 환자들이 밀집 거주하는 지역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과거 이들 지역은 법무부 보도자료처럼, 단속 과정에서 지역주민들과 단속반원간 물리적인 충돌이 있었다"며 "그러나 법무부가 주장하듯 외국인 밀집으로 치안부재 현상이 심화된다거나 슬럼화 되고 있다는 건 온당치 않고, 보복 단속을 위한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남양주시 통계연보를 그 근거로 들었다.

 

남양주시 2007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의 남양주시 사건발생 건수는 총 6만5579건이었다. 이중 외국인에 의해 일어난 사건은 총 209건으로 전체범죄의 0.31%에 불과한 수치다.

 

이 수치가 남양주 전체의 것임을 감안하면 마석가구공단이 들어선 성생공단 내 범죄율은 더욱 떨어짐을 알 수 있다. 이곳의 주거 환경은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되기 전부터 열악했다.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의 유입으로 공단이 슬럼화 되고 있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법무부 "단속 부상자 없다" vs. 샬롬의 집 "부상자 계속늘어"

 

한편 지역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인 '샬롬의 집' 관계자에 의하면 이날 투입된 단속반은 출입국과 경찰을 포함해 총 100여명이 넘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날 확인된 차량만 해도 대형 출입국 버스 1대와 경찰버스 2대, 25인승 버스, 승합차 7대 등을 목격했다는 것. 이들은 공단의 각 입구를 버스와 경찰병력으로 둘러싸고 도망치는 이주노동자를 잡는 등 군사작전을 무색케 할 정도로 치밀하고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단속을 벌였다고.

 

또 법무부 발표와는 달리 단속 과정에서 부상자들이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샬롬의 집이 확인한 것에 따르면 총 5명이 단속과정에서 다쳤고, 이들 중 2명은 수술을 요하는 큰 부상인 상황이며 계속 환자신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카메룬인인 세시는 오전 10시 경 공장으로 들이닥친 출입국 직원의 단속을 피해 공장 담을 뛰어넘는 과정에서 발목골절을 당했지만, 3시간이나 지난 1시 경에 발견되어 수원의 모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방글라데시인 알롬 역시 출입국 직원의 단속을 피하다가 30m 아래 야산으로 굴러 떨어져 오른쪽 팔 관절의 연골이 파열됐다. 그러나 당시 알롬을 쫒던 출입국 직원들은 환자를 그대로 유기한 채 다른 장소로 이동했고, 이후 병원을 찾은 알롬은 정밀진단 결과 골절로 인한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글라데시인 일리아스는 넘어진 상황에서 출입국 단속반 여러 명이 덮쳐 발뒤꿈치에 금이 가고, 반대편 무릎 슬개골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당시 단속반에게 고통을 호소하였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출입국으로 이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노동자들 기본권, 심각한 수준"

 

이외에도 이날 단속 과정에서 단속반원들이 잠긴 숙소와 공장 문을 부수는 등의 폭력을 행사했고 자신의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단속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샬롬의 집은 이들이 이주노동자를 발견하는 즉시 곧바로 수갑을 채우는 등 폭압적인 단속을 일관했다고 전했다.

 

이날 법무부는 경기도 일원에서 110여명의 미등록이주노동자를 단속하였는데, 이는 마석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전체 이주노동자의 10%가 넘어가는 수치다.

 

이에 대해 이영 사무처장은 "이주노동자들의 기본권적인 문제가 더욱 심각한 수준에 노출되었음에도 이곳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이 지역 주민들이나 기업주들이 더 잘 알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숫자를 현재 19%에서 10%로 줄이겠다고 공언해 이와 같은 폭압적인 단속은 계속 이어질 것이며 피해자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지난해 법무부장관이 약속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약속했던 미등록이주노동자 사면합법화 방안에 대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덧붙이는 글 |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1월 14일 오전 11시 법무부 단속과 관련한 규탄집회와 기자회견을 서울출입국 앞에서 연다.

2008.11.14 11:28ⓒ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1월 14일 오전 11시 법무부 단속과 관련한 규탄집회와 기자회견을 서울출입국 앞에서 연다.
#미등록이주노동자 #부상 #단속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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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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