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지음, 리더스북
신현정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너무나 유명한 박경철씨의 주식투자기법에 관한 책이 나왔다. 난 지금 주문한 책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입장이고, 몇 개월 전에는 시골의사의 주식책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손 꼽아 판매개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워낙 유명한 분이라 예약판매할 정도니, 이정도면 투자서분야에서 타블로의 책만큼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책이 곧 도착한다는 문자를 받고 좋아라하고 있던 내가 책을 꽂아놓을 자리를 마련하려다 책장에서 발견한 뻘건 표지의 낯익은 책,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이다. 작년에 수없이 많이 읽었던 책이라서 다시 꺼내 대강 훝어보다가 결국에는 거실에 나와서 다시 정독을 했다.
이번엔 시골의사의 문장뿐 아니라, 내가 써 놓은 글귀와 줄쳐놓은 문장, 작년 주식으로 대박날 것 같아 설레던 그 때의 꿈들을 읽어나갔다.
사실 이책은 2006년 베스트셀러다. 아마 지금도 스테디셀러일 거라 생각된다. 그러나, 경제서나 투자서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난 작년 봄 이 책을 구입했을 때, 2006년도 베스트셀러였다는 문구에 조금 놀랐다.
내가 '시골의사'를 알게 된 건, 2007년 작년 봄, 나와 띠동갑인 40대 중반의 막내 작은아버지를 통해서였다. 작은아버지라지만 띠동갑(12살차이)이라 가끔 주말이면 함께 놀러다니고 술 안주 만들어 서로 초대를 하는 등 그런 친구같은 사인데, 한 번은 작은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시골의사, 시골의사"하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다.
작은아버지 덕분에 시골의사 박경철을 만나다중소기업 차장인 작은 아버지는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많은 문화충격을 받는 중이었고, 미래에 대한 계획과 노후준비를 다시 수정하시느라 바쁘게 살고 계셨다. 어느날, 작은아버지댁에 초대받은 술자리에서 얼큰하게 술이 취한 작은아버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책을 가지고 나오시며, '시골의사의 책'을 추천해주셨고, 그 책이 바로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이다.
내가 신기했던 건, 천성이 깔끔해서 특히 집이나 차에 먼지 한 톨 용납않는 작은아버지가, 자기 자가용에 작은 흠집이 난 것을 '시골의사가 차에 돈 투자하지 말랬다'며 고치지 않는 것을 목격하고 난 후였다. 다른 사람들이야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흠집이지만, 매사에 깔끔이 지나친 작은아버지의 성격을 30여년동안 목격한 나는 그의 그런 변화가 놀랍지 않을 수 없었고, 또 이 책은 매일 읽고 있기 때문에 빌려줄 수도 줄 수도 없다는 작은아버지의 단호안 말에 정말 놀랐다. 작은아버지집에서 이것저것 생각없이 들고오는 것에 익숙한 내게 작은아버지의 태도는 무슨 '교주숭배하는 종교인'내지 '초등학교 선생님 말씀에 너무 세뇌된 학급 반장'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도 구입했다. 시골의사란 사람이 어떤 글을 썼기에 '데미안'에도 감동 안 할 것 같은 우리 작은 아버지의 삶을 바꿔놓았는지 알아보기위해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책은 너무 쉽게 쓰여져 있었고, 문장도 보통이상이었으며 가끔은 너무나 솔직하고 아프게 찌르는 말들이 '투자계의 성석제'정도의 느낌을 주어 즐겁게 읽었다. 그래서 순수문학이 아니면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는 내 원칙을 깨지는 게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주식투자로 유럽여행 저축을 한방에 날리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그의 책을 보고 내가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던 거다. 내가 산 삼성중공업이 2배가 되고, 다시 원금이 되고, 이제 바닥을 기는 마당에, 그간에 겪은 감정의 기복은 첫사랑의 울렁거림 이상이었다.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만 갈 때, 난 정말 고3때 이상으로 미친듯이 공부했다. 주식에 관해 서점에 나온 많은 책들을 시간과 돈을 투자해 사 모았고, 출퇴근 지하철에서도 시간을 내어 투자지침서라는 책을 읽었다(작년 여름 지하철에서 주식투자책 읽는 분들 참 많았다).
주가가 2000포인트를 넘었을 때, 시골의사가 방송에서까지 나와 경고했지만, 난 워런트(일정수의 보통주를 일정가격에 살 수 있는 권한, 또는 같거나 비슷한 표면금리를 가지는 고정금리채권을 살 수 있는 권한을 증권소유자에게 부여하는 옵션을 말한다-네이버 용어사전)에도 손을 댔던 시기였고(역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그 후 올해초 주식을 정리하기까지 나름 큰 손실을 입었다. 몇 억씩 주식하는 분들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겠지만, ' 60대 유럽여행을 위한 저축'이 한 순간에 날아가지라, 돈도 돈이지만 꿈을 날려버린 것 같아서 우울했다.
다만 낙천적인 천성탓인지, 젊은 시절 남보다 많은 일을 겪은 탓인지 한두달 우울하고는 떨쳐버렸다. 그리고 그 때 주식투자서는 다 버렸는데, 이 책은 남겨두었다. 왜냐하면 내가 주식투자에 실패하고 내 감정을 못다스렸던 이유는 다 이 책에서 하지 말라는 것들을 했기때문이다.
절대 워런트에 손대지 말라는 말, 난 듣지 않았고, 중국주식위험하다는 충고 무시했으며, 가장 좋은 투자는 현재위치에서 자신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는 말에서는 심히 분노하기까지 했다. 왜냐하면 난 주식투자를 재테크가 아닌 '경제적인 자유'를 찾는 유일한 길로 이해했었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는 경제학'이 아니라 '부자들의 경제학'<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을 나는 '부자가 되는 경제학'이라고 읽었던 거 같다. 그런데 다시보니 그렇지 않다. '부자들의' 경제학이다. 그들의 경제학논리에서 배울점을 찾아야 한다는 책이다. 1년이 지나 출렁이던 주가와 감정의 소용돌이를 헤치고 나오니 이제야 그의 문장이 잘 이해가 된다. 왜 그렇게 열심히 읽었던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을까?
무수히 많이 줄이 쳐지고 메모가 된 책을 보니 이제는 웃음이 난다. 그러나, 난 여전히 '경제적 자유인'을 꿈꾸기 때문에 다시 책장에 꽂아두련다. 그만큼 원칙적으로 정직하게 조언을 해주는 책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한 번은 인터뷰에서 자신은 '의사'라는 직업이 있기 때문에 전업투자자나 데이트레이너들보다 혹은 투기로 주식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 여유있게, 계획한 대로 투자할 수 있는 거라는 그의 '얄미울만큼' 솔직한 말과 태도에 감동하기도 했다) 내 조카나 주변사람이 주식투자서 추천을 혹시라도 원한다면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술이 취하면 누군가에게 '시골의사'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의 주식 실패담을 안주삼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