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불멸 1 : 영생불멸
.. 가지고 있는 자만이 법 앞에서 영생불멸 안전을 누린다 .. 《오봉옥-난 월급받는 시인을 꿈꾼다》(두리,1992) 129쪽
‘자(者)’는 ‘사람’이나 ‘이’로 손봅니다. ‘안전(安全)’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뒷말과 묶어서 “느긋하게 지낸다”나 “넉넉함을 누린다”나 “걱정없이 산다”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 영생불멸(永生不滅) : 영원히 살고 죽지 아니함
│ - 영생불멸의 존재 / 인간이면 누구나 영생불멸을 원한다
│
├ 영생불멸 안전을 누린다
│→ 언제까지나 걱정없이 산다
│→ 죽도록 떵떵거리며 산다
│→ 오래오래 느긋하게 산다
└ …
말뜻 그대로 “죽지 않는다”라고 적거나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적으면 됩니다. 두 말뜻을 더해서 “죽지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다”나 “사라지지 않고 죽지 않다”로 적어도 됩니다.
“그치지 않는 목숨”이라고 하는 ‘永生’이란 “죽지 않는” 일입니다. “사라지지 않음”이라고 하는 ‘不滅’도 “죽지 않는” 일입니다. “언제까지나 살아남는” 일입니다.
┌ 영생불멸의 존재 → 죽지 않는 목숨
└ 영생불멸을 원한다 → 죽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습니다. 꾸밈없이 글을 쓰지 못합니다. 있는 그대로 생각을 못하고, 꾸밈없이 마음을 나타내지 못합니다. 있는 그대로 나누지 못하고, 꾸밈없이 어깨동무하지 못합니다. 있는 그대로 서로 어울리거나 만나지 못하고, 꾸밈없이 일손을 붙잡거나 놀이감을 찾지 못합니다. 있는 그대로 고개를 숙이지 못하고, 꾸밈없이 손을 맞잡지 못합니다. 있는 그대로 배우지 못하고, 꾸밈없이 가르치지 못합니다.
삶이 제자리를 못 잡고 허우적거립니다. 세상이 제자리를 못 찾고 헤맵니다. 말도 허우적거립니다. 글도 헤맵니다. 사람이 허우적거리고, 삶터가 헤맵니다.
ㄴ. 불멸 2 : 영원불멸
.. 하지만 블레크먼은 자신의 그림체를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에, 그의 그림체는 영원불멸의 불안 요소로서 딱딱하게 응고되기는커녕 .. 《R.O.블레크먼/박중서 옮김-성모의 곡예사》(샨티,2006) 141쪽
“자신의 그림체를 완전(完全)히 장악(掌握)했기 때문에”는 무슨 소리일까 생각해 봅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마음껏 그릴 수 있었기 때문에”라는 뜻일는지, 다른 어떤 뜻일는지 궁금합니다. “자기가 그리고픈 대로 무엇이든 그릴 수 있기 때문에”라는 이야기일는지, “자기가 바라는 대로 언제나 마음껏 그릴 수 있기 때문에”라는 이야기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쉽게쉽게 풀어내어 쓰면 좋으련만.
‘그림체(-體)’는 ‘그림투’나 ‘그림결’로 고쳐씁니다. “그의 그림체”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여기에서는 ‘그의’를 덜어내도 됩니다. ‘응고(凝固)되기는’은 ‘굳기는’이나 ‘굳어지기는’으로 손봅니다.
┌ 영원불멸(永遠不滅) : 영원히 없어지지 아니하고 계속됨
│ - 영원불멸의 정신 / 영원불멸의 유산 /
│ 그는 죽었지만 그의 정신은 언제까지나 영원불멸할 것이다
│
├ 영원불멸의 불안 요소로서
│→ 언제까지나 아슬아슬
│→ 그지없이 갈팡질팡
│→ 이래저래 뒤죽박죽
└ …
보기글 흐름을 살피면, 블레크먼이라는 그림쟁이는 거침없는 그림결로 만화를 그리는 분인데, 이이처럼 거침없이 그림을 그린다고 하는 이들은 ‘말은 자유롭지만 알고 보면 자기 그림에 갇혀 있어’서 참된 자유를 선보이지 못한다고 합니다. 오로지 블레크먼이라는 사람은 다른 이들처럼 굴레를 쓰지 않고 스스럼없이 자기 뜻을 그림에 담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은 ‘자기 그림에 갇힌 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블레크먼이라는 분은 ‘자기 그림에서 홀가분하게 빠져나와 아주 신나게 그림을 즐긴다’고 하는 셈입니다.
그나저나, ‘영원 + 불멸’이라는 네 글자 한자말을 헤아려 봅니다. “영원히 불멸한다”는 ‘영원불멸’일 텐데, ‘영원’이란 ‘끝없이’나 ‘언제까지나’나 ‘한결같이’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언제까지나 + 사라지지 않음” 또는 “끝없이 + 죽지 않고 이어짐” 들을 뜻해요. 그런데 국어사전 보기글에 “언제까지나 영원불멸할 것이다”가 실려 있습니다. 낱말뜻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집어넣은 보기글입니다.
┌ 영원불멸의 정신 → 사그라들지 않는 넋
├ 영원불멸의 유산 → 사라지지 않고 남는 재산(보배)
└ 언제까지나 영원불멸할 것이다 → 언제까지나 남으리라 / 언제까지나 이어가리라
앞으로 우리 말이 얼마나 오래 이어갈는지는 잘 모릅니다. 지금이야 이렇게 쓰고 있는 말이지만, 어느 때부터 영어한테 잡아먹혀서 사라질는지 모를 노릇입니다. 다만, 오래오래 이어갈 토박이말이든, 오래 잇지 못하고 그예 숨을 거두게 될 토박이말이든, 쓰고 있는 동안에는 알맞춤하게 잘 써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말뜻을 찬찬히 살피고 쓰임새를 가만히 가누면서, 올바른 자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넣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2008.11.17 14:06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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