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은 대주단 협약에 가입하면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아닌지, 경영권 간섭 등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 하고 있다.
유성호
대주단 협약에 가입 신청을 해도 주채권은행의 심사에서 가입이 거절되면 사실상 '퇴출' 결정과 다름없다는 것이 건설사들의 인식이다.
이미 일부 언론에서는 건설사에 자금을 대출해 준 채권 은행들이 국내 100대 건설사 중 7곳을 자금 지원이 힘든 C등급 이하로 분류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이다. 협약에 들면 1년 동안 채무상환이 유예되고 신규 대출도 받지만 자금난이 심한 업체가 협약에 가입하지 못하면 워크아웃으로 가거나(C등급) 어음 만기 연장이 안 돼 시장에서 퇴출될(D등급) 수도 있다.
하지만 장덕생 은행연합회 부장은 "대주단 협약은 건설사를 살리기 위한 협약이지, 건설사를 죽이기 위한 협약이 아니다"며 "기한에 관계없이 언제든 가입할 수 있다"고 거듭 건설사들의 협약 가입을 독려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건설사들의 협약 가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주채권 은행들의 경영권 간섭이나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장덕생 부장이 "은행은 돈을 빌려주면 최소한 어떤 명목으로 빌려가는지, 제대로 사용했는지 정도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정도의 확인을 하는 것이지 경영권 간섭 등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말로는 경영권 간섭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 자구책을 내놔라, 서류를 내놓으라 하면서 경영권을 침해할 것"이라며 "대주단 가입 전에 구체적으로 경영권 통제의 한계를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설명회가 끝난 뒤에도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는 사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날 설명회가 대주단 가입에 대한 우려와 불신을 더욱 키웠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건설사 재무 담당자는 "은형연합회측의 설명을 들었지만, 의문이 깨끗이 해소가 되지는 않았다"며 "아직 대다수 업체는 눈치보기를 할 것 같다. 잘못하면 퇴출된다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어떤 업체가 섣불리 가입하겠느냐"고 말했다. "업체 입장에서는 대주단에 가입해도 걱정이고 안해도 걱정인데 설명회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협약에 가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협약에 가입을 해야 할 정도라면 이미 정상기업이라고 할 수 없고, 또 정상기업이라면 굳이 협약에 가입 할 필요없이 채권은행과 맨투맨으로 채무유예 문제를 논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