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청주 제3공장 입구에 세워진 조형물. 반도체의 주원료가 되는 둥근 모양의 웨이퍼를 상징하는 모형과 '세계최고의 반도체전문회사 하이닉스'라고 씌여져 있다.
김종철
하이닉스는 결국 더 이상의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공장 매각(중국), 폐쇄(미국), 가동 중단 등을 선언했다. 주로 200㎜ 크기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공장들이다. 청주의 경우 제2공장(M9 라인)이 대상이었다.
김영삼 하이닉스 노동조합 홍보실장은 웃으면서 "뭐하러 여기까지 내려오셨나"라며 난감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김 실장은 "전 세계 전자기기와 반도체 업종이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고,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면서 "요즘 회사부터 조합원에 이르기까지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3공장 주변에서 만난 하이닉스 직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옷깃을 한껏 세우고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일부 직원들은 회사 상황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를 꺼리거나 조심스러워 했다.
"입사 6년차"라는 정아무개(32)씨는 "(반도체)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금융위기까지 터지고, (가동이 중단된) 인력을 재배치하면서 좀 어수선한 분위기"라며 "전보다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옆에 있던 동료 김아무개(31)씨도 "전보다 힘들어진 것은 분명한데 우리만 힘든 것도 아니고…"라며 "주변에서 요즘은 회사든 사람이든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말하는 것 자체를 꺼렸지만 대체로 수긍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들은 대체로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 좋아진다고 하지 않느냐"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크게 기대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제2공장에서 일하던 700여 명은 어디로?그렇다면 가동이 중단된 제2공장(M9라인)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어떻게 됐을까. 이곳에서 일하던 직원은 모두 700여명. 지난 9월 공장 가동 중단과 함께 이들 대부분은 기존 제1공장을 비롯해 3공장 등으로 재배치됐다.
류복곤 청주사업장 업무팀 대리는 "노조와 협의를 거쳐 가동이 중단된 직원은 모두 다른 공장에서 기존 업무를 대신하거나 새로운 일을 맡아 하고 있다"면서 "이는 이천 공장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공장 가동 중단에 따라 생기는 여유 인력에 대해선 구조조정보다는 새로운 라인에 재배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고용을 보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국모 하이닉스 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은 "최근 들어 회사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고, 노조도 회사와 함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공장 가동 중단 등 불가피한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해고 등 인력 구조조정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노조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로부터 고용을 보장받는 대신, 그동안 조합원 등에게 지급됐던 문화상품권(매월 1만원 상당)이나 가을 야유회비(1인당 5만원) 삭감 등 각종 복지 부문 축소로 고통을 분담하기로 했다.
김영삼 홍보실장도 "워낙 경기 여건이 좋지 않고 불투명하다 보니, 대부분 조합원들도 노조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면서 "M9라인 조합원들이 새로운 부서와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4주간에 걸친 직무 재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강 실장이 거들었다. 그는 "인력 재배치 이후 새로운 업무의 적응 여부 등을 노조 차원에서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새 업무를 받은 직원이 회사를 그만둔 경우는 15건인데, 이는 업무조정과 상관없이 자연적 퇴사 인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아직까지 큰 부작용은 없다는 것이다.
13년차 김 과장의 불투명한 미래와 하이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