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올 겨울 들어 첫 눈이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 동네(광주) 적설량이 7.5㎝를 기록했다. 기온도 뚝 떨어져 하루 종일 영하권을 맴돌았다. 엊그제만 해도 늦가을이었는데, 밤사이 내린 눈으로 인해 계절이 겨울로 옮겨진 것만 같다.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기분까지 금세 하얗게 색칠된다. 그러나 햇살이 강해지면 하얀 풍경이 금방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순간 욕심이 생긴다. 첫눈 내린 풍경을 제대로 마음속에 담고 싶은….
집을 나섰다. 거리는 온통 노란 세상이다. 은행나무 가로수들이 강한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란 잎을 수북하게 떨쳤다. 나무 아래가 눈이 부실 지경이다.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그 사이를 헤집고 떨어진 은행을 줍는 손길도 분주하다.
은행잎 위로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출근길을 서두르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출근길 차량들도 조심스럽기만 하다.
무등산 방면이다. 길가 가로수들이 전부 하얀 솜옷을 입은 것 같다. 첫눈이 짧은 시간에 그린 솜씨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풍광이 멋스럽다. 하얀 눈에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차량들도 첫눈을 구경하느라 해찰을 하는지 늑장을 부린다.
눈길을 따라 무등산 고개를 넘어 닿은 곳은 가사문학의 산실이 된 담양의 식영정 앞. 부용당과 서하당 풍경이 시선을 이끈다. 그 곳에 가을과 겨울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기와지붕과 돌담길이 어우러진 풍경이 압권이다.
한쪽으로 눈을 돌리면 늦가을 단풍이 매혹적이다. 다른 한 쪽에는 하얀 눈과 빨갛고 노란 단풍이 뒤섞여 한 폭의 그림 같다. 벤치 위에 쌓인 눈 위로 내려앉은 단풍잎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시보다도 더 시적인 풍경이다.
산도, 들도 온통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다. 담양의 상징이 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도 멋스럽다. 내친 김에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 길로 널리 알려진 담양읍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찾아간다.
이 길에도 눈이 내렸다.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설경을 감상하는데 부족함은 없다. 추억을 만들려는 발길들이 하나 둘씩 보인다. 가끔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에 기대고 있던 눈이 떨어져 흩날릴 땐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모두들 동화 속 풍경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 것만 같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담양의 경물이 된 관방제림도 겨울로 바뀌었다. 잎을 다 떨쳐 앙상한 나뭇가지가 흰 솜옷을 입었다. 황량한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고 있다. 나무를 따라 걷는 산책로는 여전히 아름답다. 벤치와 파고라도 운치 있어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국립 5·18민주묘지도 흰 옷을 입고 있다. 하얀 눈이 민주 혼들의 넋을 위로해주는 것만 같다. 드물게 참배객들의 발길도 보인다. 묘지 관리소장의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펼침막은 계절이 겨울임을 실감케 한다.
2008.11.19 21:1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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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내린 눈... "가을이야? 겨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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