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전 총리가 조정래 작가와 정종해 군수와 나란히 앉아 문학관 외벽에 설치된 이종상 화백의 초대형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이주빈
박 전 총리는 "60년 전 벌교는 혼란과 비극의 땅이었다"면서 "그때 순박한 벌교사람들은 숨죽이고 살아야 했다"고 해방과 분단 전후의 아픈 시대를 회고했다. 박 전 총리는 "바로 그런 벌교에서 소설 태백산맥은 태어나 과거의 고통을 현재와 미래의 교훈으로 깨닫게 하는 기념관으로 탄생했다"며 "(조 작가와) 오래 친교를 해온 이로서 기쁘다"고 축하했다.
그는 또 "세월은 무엇이고, 역사는 무엇이며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서 해방 이후 혹독한 공간을 헤쳐 온 저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면서 "태백산맥 문학관이 사색의 공간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 전 총리는 개관식이 끝난 후 조 작가의 소개를 받으며 문학관을 둘러보았다. 특히 박 전 총리는 조 작가가 94년부터 일부 극우보수 인사들과 군 출신 인사들로부터 소설 <태백산맥>이 이적성 시비를 받아 고발당했다가 11년 만에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조 작가가 "94년 저를 고발했던 인사들"이라며 극우보수 인사들이 작성한 120쪽 짜리 고발장의 첫 쪽을 보여주자 한문으로 된 고발자들의 이름과 고향 등을 거론하며 "다 아는 사람들이야"라고 하며 고개를 절래 저었다.
박 전 총리는 태백산맥 문학관의 마지막 전시품으로 진열된, 2005년 검찰이 조 작가에게 보낸 '소설 태백산맥 이적성 무혐의 결정 통지서' 앞에서 "이건 똑똑히 봐둬야 돼" 하며 품 안에 있던 돋보기를 꺼내 "찬양·고무…" 등 혐의사항을 읽으며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기도 했다.
그는 검찰이 조 작가에게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는 통지문을 한참 바라보며 "이렇게 간단한 '증거 불충분' 말 한마디 얻어내려고 11년 동안 이렇게(살해 협박받고, 그 충격과 위협으로부터 유서를 두 통이나 쓰는 등 - 기자 주) 세상을 산 억울한 사람들이 더러 있어, 더러 있어" 하고선 "국민들은 다 알아"하며 조 작가를 위로했다.
한편 조 작가는 박 전 총리에 대해서 "극우 인사들이 나에 대해 모함할 때 박 전 총리가 '그 사람은 민족주의자야, 그것도 투철한 민족주의자야'하며 버럭 화를 냈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조 작가는 또 "나 고발한 사람들 모두 저분 후배들인데 나와 저분과 관계가 있으니 그 사람들이 주저하기도 했을 것"이라면서 "아무 말씀도 않으셨지만 (나와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글로 쓰지 않은 신원보증인"이라고 각별한 정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