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러스>의 한 장면.
MBC
악기를 잡은 손은 떨리기만 하고 나오라는 소리는 나지 않는다. 아름다운 선율은 나오지 않고 오히려 '삑사리(?)'만 나 한숨만 "후~"하고 내쉬는 사람들. 한숨을 내쉰 다음에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뭔가 잘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지난 21일 오후 6시경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예술단 건물 1층 '세종나눔앙상블' 공개 오디션 대기실. 그곳은 오디션 시작 1시간 전부터 악기를 매만지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날 오디션은 저녁 7시부터였지만, 많은 지원자들은 일찌감치 대기실을 찾아 연습에 열중했고 참가자들의 뜨거운 열기에 대기실은 오디션장에서나 나올 법한 긴장감으로 가득찼다.
'세종나눔앙상블'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창단하는 아마추어 연주단으로 생활 속의 '나눔 예술'을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학생·전문예술가·특기강사·악기학원 강사 등을 제외한 직장인을 대상으로 10월 27일부터 11월 7일까지 단원을 모집했다. 당초 서류심사로만 단원을 선발할 예정이었으나, 30여명 모집에 286명이 지원해 계획에 없던 오디션을 실시하게 된 것.
베테랑도 초짜도, 오디션장에선 "떨려요~"오디션을 보게 된 지원자는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한 131명으로 세종문화회관측은 20일과 21일 이틀에 나눠 오디션을 진행했다. 20일은 비올라와 바이올린에 지원한 65명이 오디션을 봤고 21일에는 클라리넷, 플루트, 첼로, 색소폰, 트럼펫, 더블 베이스, 오보에, 타악기(스네어) 등에 지원한 66명이 오디션을 치렀다.
7시가 다가오자 대기실 안 연주 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그들 중 클라리넷을 몇 번이나 매만지며 연습에 열중하는 지원자가 있었다. 사실 그는 어느 누구보다 떨렸을 듯하다. 이날 오디션의 1번 타자였기 때문. 1번 타자 백종필(56·남)씨는 현재 모발이식 의사지만 10살 때부터 클라리넷을 연주했고 대학교 때 전공까지 했었다.
현재 인터넷 동호회 '베네스토 오케스트라' 단원이기도 한 백씨는 베테랑이지만, 떨리는 건 당연한가 보다. 백씨는 "떨리지만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될 것 같다"고 자신있게 말하면서도 가방에 넣었던 클라리넷과 악보를 꺼내 마지막 연습을 시작했다.
백씨에게 응원의 "파이팅"을 건네며 다시 바라본 대기실. 한 구석에 자리 잡아 악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이승안(27·남)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굴 표정으로 이미 '나 떨려 죽겠어요'라고 말하고 있는 이씨는 "난 초보자 수준"이라며 "다른 지원자들이 연주하는 것을 들었는데 너무 잘한다"고 의기소침해 있었다.
"<베바> 보고 '찌릿'... 10년만에 악기 잡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