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7에 중독된 이명박정부, 미련 못 버리나

[주장] 이 대통령의 호언장담, 참모들의 자화자찬

등록 2008.11.24 15:32수정 2008.11.2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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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한민국이 13대 경제대국이지만 머지않아 7대 경제대국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7대 경제대국이 되면 한국말을 알아야 한국과 거래도 하고 살 수 있을 것(이다.)"

'7대 경제대국'이라고 하면 이명박정부 선거공약인 747 중에서 뒤의 '7'을 가리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것은 이명박 후보가 작년 선거운동 때 했던 발언이 아니다. 불과 며칠 전인 20일(페루 동포 리셉션)에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아직도 747을 단념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선거운동 때 요긴하게 써먹었던 747효과의 향수를 못내 잊지 못하고 있든지.

747 항목 세 개는 순서대로 인과적 관계를 갖는다. 7% 성장이 이루어져야 4만달러 소득이 되고, 이 둘이 이루어져야 세계 7대강국 진입도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앞의 두 개, 즉 '7% 성장 4만달러 달성'은 지금으로서는 누가 보아도 부도난 상태다. 그럼에도 우리 대통령은 앞의 두 개는 생략한 채 마지막 '세계 7대강국' 진입을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허장성세처럼 비친다. 호언장담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냉소와 불신만 키우는 대통령과 참모들

a  지난 10월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첫 라디오 정례연설을 녹음하고 있다.

지난 10월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첫 라디오 정례연설을 녹음하고 있다. ⓒ 청와대


지난번 대통령이 라디오연설을 했을 때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아날로그 화법으로 IT 시대의 감성을 어루만졌다"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한 술 더떠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하자마자 주가가 오르고 환율은 떨어졌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추켜세웠다. 사실 이날(10월 13일) 주가가 오른 것은 유로 존 15개국이 금융위기 공동 대응책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였다.

그들은 한미통화교환협정이 체결되자 '부시의 네번째 선물'이라느니, '굳건한 한미동맹의 결과'라느니 하며, 이제 외환위기는 없다는 듯 생색을 냈다. 하지만 지금 주가와 환율은 오히려 한미통화교환협정 이전보다 악화되어 있다. 불온도서 <나쁜 사마리아인>이 내린 진단처럼 한미통화교환협정은 '폭풍 속의 우산'에 불과했음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주가와 환율이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는데도 자화자찬은 멈추지 않는다.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특위원장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뉴욕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재정 상황이 OECD 국가 중 가장 좋은 편에 속하고 통화정책 면에서도 여유가 있으며 외환보유고도 세계 6위"라고 말했다. 재정 상황이 가장 좋고 통화 정책도 여유있다면 뭐 하러 한미통화교환협정을 화급히 맺었는지, 그는 말하지 않는다.

이런 일련의 일들로 볼 때, 대통령 참모들의 말은 혹세무민 수준이다. 순진하게 보아 자화자찬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대통령의 호언장담과 참모들의 자화자찬, 이것이 가뜩이나 어려운 이 나라를 더욱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많은 국민들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건 믿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 불신과 냉소가 들어차있는 것이다.

새 정부 들어 국민들의 마음은 피폐해졌다. 이 대통령을 반대했던 국민은 아예 냉소적으로 바뀌었고 지지했던 국민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과 참모들에게 불안감을 표시하는 기사가 이제는 권위있는(?) 조중동에까지 실리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혹세무민 혹은 자화자찬... 국민들은 안 믿는데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벌써 6개월째 20% 선에 머물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당선 1년도 안된 기간에 지지자를 절반 이상이나 떠나보냈다. 건강한 보수층이 먼저 등을 돌렸으리라고 본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큰 표차로 당선된 민선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첫해부터 이렇게 처참하게 추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새로이 경험하게 되었다. 아무튼 다섯 명 중 네 명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사회는 행복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왜 지지층을 대거 상실해 버렸는가? 그리고 한 번 떨어진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아주 복합적인 원인이 있을 터이다. 이명박 정부는 정책과 인사 그리고 외교와 대북 문제 등에서 전반적으로 미숙하거나 편향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지지율이 처참한 상태인 이유는 한 마디로 말해 '신뢰 상실'이다. 계속해서 쏟아낸 호언장담이 신뢰 상실의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내가 대통령에 당선된 순간부터 주가가 상승할 것(인데), 이것이 소위 이명박 효과일 것(이다.)"(이 대통령 후보 시절의 말,  2007년 10월 14일 연합뉴스 보도, 민주당 논평)

우리는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증권거래소를 방문해 "주가가 3천까지는 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아마 증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말이 적잖이 반가웠을 것이다. 하지만 근거 없는 호언장담이었다.

주가는 지금 2조 6천억 원에 달하는 연기금을 쏟아 붓고도 반토막 나버렸으며, 환율은 수백억 달러 이상의 외환을 쏟아 붓고도 외환위기 이래 최고치로 앙등한 것을 보면, 이 대통령은 주가나 환율과 관계없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에 악영향을 미치는 장본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그들에게 꿀이었지만, 이제는 독이 된 747의 추억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오바마의 한미FTA 자동차 재협상 주장에 대해 "선거 때 무슨 말을  못 하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상대에 대한 예의나 외교적 실리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런 말은 명백한 실언이다. 이 대통령의 진짜 속을 들여다보이는 말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 말에는 "나는 선거 때 무슨 말이든지 했다"는 경험적 사실이 전제되어 있다. 또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비단 선거 때가 아니더라도 무슨 말이든지 할 수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아마 747 비전이 없었다면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는지도 모른다. 이명박 부는 가히 '747 정부'라고 명명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747이야말로 이명박 정권을 만든 1등 공신이자 본질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747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선거 때는 그들에게 꿀이었지만 이제는 독이 되고 있다.

'한번 거짓말을 한 사람은 그 첫번 거짓말 때문에 수없이 많은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난 대선 이명박 대통령은 BBK.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그는 마지막까지 BBK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다가 막판에 궁지에 몰리자 아주 알쏭달쏭한 말로 얼버무렸다.

지금 경제가 엉망이 되자 이명박 대통령과 참모들은 747을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은 채 알쏭달쏭한 말로 얼버무리고 있다.

경제성장률 예측을 놓고 이명박 대통령은 '3~4%'라고 하고, 사공일 경쟁력강화특위위원장은 4%라고 하며, 강만수 재정기획부 장관은 '2% 후반'이라고 한다.

경제성장률의 변동은 작은 수치라도 물가와 국가 예산 등에 직결된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률을 거의 같은 시기에 예측하면서 어떻게 대통령 다르고 국가특위위원장 다르며 주무장관이 다를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결코 747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는다.

진실은 고정되어 있지만 거짓은 가변적인 속성을 띤다. 이것이 그들의 생리이자 본질이라고 본다면, 지나친 평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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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 김갑수는 소설가로서 오마이뉴스에 역사팩션 <제국과 인간>을 연재 중입니다.


덧붙이는 글 필자 김갑수는 소설가로서 오마이뉴스에 역사팩션 <제국과 인간>을 연재 중입니다.
#747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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