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GM대우18일 저녁, 잔업이 사라진 인천 부평구 청천동 GM대우 부평공장을 인근 아파트에서 바라본 모습. 공장의 모습이 불빛을 내뿜고 있는 주변 아파트와 달리 매우 어두운 모습이다.
선대식
GM대우 모 회사인 GM이 미 정부에 요청한 구제금융이 거절당하며 디폴트(공·사채나 은행융자 등에 대한 이자지불이나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해진 상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경제 불황으로 국내외 자동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지면서 GM대우 역시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외환위기 이후 GM이 인수하면서 지난 2005년 흑자전환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
이를 반영하듯 GM대우는 최근 부평공장 뿐 아니라 군산·창원공장의 조업을 내년 3월까지 부분 중단키로 했다. 여기에 산업은행 등 옛 대우자동차 채권단은 GM대우와 체결하려던 1조5000억원 규모의 협조융자 계획을 포기하면서 자금지원여건 또한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은 최근 부평공장에서 열린 내부직원 대상 설명회에서 "재고물량을 줄이기 위해 부평1공장(8일)과 2공장(22일)의 가동을 부분적으로 중단할 계획"이라며 "휴업기간 중 사무관리직은 연월차 휴가를 사용토록 하고, 생산직은 평균 임금의 70%수준에 휴업급여를 지급하겠다"면서 협조를 당부했다.
GM대우의 이 같은 위기는 곧바로 협력업체로 이어져 GM대우 발 '줄도산' 공포를 낳는다. GM대우가 조업을 중단하면 이는 곧 바로 1차 부품업체의 조업중단을 낳고, 이는 다시 2차, 3차 협력업체의 납품중단 사태를 초래한다. GM대우 협력업체들이 공포에 떠는 이유다.
200억 규모 견실한 중소기업 부도, 줄도산 시작?이른바 '연쇄부도'에 대한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GM대우에 주물제품을 공급해온 2차 협력업체인 대영금속은 지난 18일 돌아온 3억9400만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처리됐다. 연 매출 200억원 규모의 견실한 중소기업이 쓰러졌다는 점에서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GM대우의 1․2․3차 하청업체가 집중돼 있는 인천에서도 심각하게 나타난다. 인천에는 1차 협력업체만 무려 60여 군데에 달한다. 이에 속해 있는 2․3차 협력업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인데, 이들 업체들 역시 위기에 직면하면서 심각한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GM대우에 모터케이스를 납품하는 2차 협력업체 H주식회사의 Y이사는 "일감이 없어 11월 셋째 주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12월까지는 일이 없을 거라고 한다. 내년 3월이 돼서도 공장 가동률이 50%에 이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발주 됐던 물품도 취소되고 있다. 이 사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오게 된다. 우리도 지금 모든 임직원이 70%임금을 받고 휴업을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H사는 사무관리직 직원을 제외한 모든 생산직 노동자들이 휴업상태다. 이 회사의 직원은 약 40여명에 달한다. 이들이 휴업에 들어가면서 H사에 식사를 댔던 식당 역시 폐업위기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납품이 중단된 또 다른 2차 엔진부품 협력업체 D정밀, 이 회사가 납품하고 있는 1차 협력업체의 매출 중 GM대우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35%인데 D사가 이를 거의 책임지고 있다. D사는 두 달 전부터 매출이 줄기 시작해 지금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20여명이 일하던 이곳도 현재 6명이 휴가 중이며, 그나마 있는 직원들도 주야2교대 근무를 50% 줄여 일하고 있다.
이곳 사장 O씨는 "자동차시장은 괜찮다 싶었는데 지금은 절망적이다. 일감을 찾아 나서고 있지만 일이 없다. 그나마 다행히 1차 협력업체가 재고를 안고 조금씩 받아주고 있긴 한데, 그 1차 협력업체도 계속 재고를 떠안을 수는 없지 않겠냐?"며 "우리도 지금 외상거래 업체한테 돈을 못주고 있다. 납품했던 곳에는 대금을 받기 위해 내용증명까지 쓰고 있는 상황이다. 돈을 못 받을까봐 납품도 꺼린다"고 전했다.
막대한 개발비용과 영업비용 들어갔는데 모두 중단현재 부평에서는 협력업체 사이에 돈을 못 받고, 돈도 못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내부자금이 남아 있는 업체라든가, 자가 공장의 경우는 현 위기를 버틸 수 있는 기간이 다소 길겠지만, 중기청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돈을 가져다 쓴 곳은 다르다. 정책자금의 만기가 도래해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을 더욱 옥죄고 있다.
이를 갚기 위해 시중은행으로 대출을 갈아탄 업체의 경우 정책자금에 비해 3%이상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보통 10억원 내외 규모의 대출이 많은데, 1년 이자만 3000만원 더 늘어났으니 심각한 상황이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업체도 지금 같아선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GM대우 1차 협력업체에 시트부품을 생산하는 3차 협력업체 K사는 기막힌 상황에 빠졌다. 1차 협력업체에 납품하기로 하고 공동으로 부품을 개발해 납품하려던 찰나 모든 것이 중단됐다. 막대한 개발비용과 영업비용이 들어갔는데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 간 셈이다.
이곳 사장 G씨는 "3차 협력업체는 사람이 많아서 구조조정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세한 사업장인데 다 죽게 될 판"이라며 "준 공황 상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은 1차 협력업체도 마찬가지다. GM대우가 위기에 빠지면서 원청업체와 2차 납품업체 사이엔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조업은 중단됐고, 2차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대금 결재요구는 올라오고 있는데 해결의 실마리가 안 보이는 것.
1차 협력업체 J사는 공장가동률이 60%이하로 떨어졌다. GM대우의 매출실적 감소와 조업중단에 따라 1차 협력업체 역시 타격을 받고 있다. 더구나 GM대우가 내년 출시 예정이었던 중대형 세단과 GM대우 간판 LPG차량 '레조' 후속 모델을 내후년으로 연기하는 바람에 이 악몽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
GM대우에 따르면 1차 협력업체가 400여개, 2․3차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약 1만 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하도급이 더 내려가면 파악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많고 미등록 협력업체도 상당수에 달해 GM대우의 위기는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협력업체들은 줄도산 방지를 위해 정치권과 금융권이 적극 나서 금융지원을 늘려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금융권에 요청하고 있으나 금융권에서는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칫 자금지원을 늘렸다가 유동성 위기를 더욱 확대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 입장이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GM대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인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래서 진행되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썬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만일의 사태(부도처리 등)가 발생하면 상의 차원에서 관계기관에 협조를 구하겠지만 현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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