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9)

― ‘단 한 번의 실험’, ‘한 번의 실수’ 다듬기

등록 2008.11.24 21:11수정 2008.11.2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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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단 한 번의 실험

 

.. 그러나 단 한 번의 이런 실험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  《알도 레오폴드/송명규 옮김-모래군의 열두 달》(따님,2000) 58쪽

 

 ‘단(單)’이라는 말을 쓰는 우리들은 ‘딱’이나 ‘오직’이나 ‘오로지’, 또는 ‘다만’이나 ‘어느’라는 우리 말을 잊습니다. 언젠가 다른 분이 쓴 글에서 ‘단’이라는 말을 ‘딱’으로 고쳐 놓았더니 다시 ‘단’으로 돌려놓은 모습을 보고, 아하 그렇구나 싶었고, 제가 ‘딱’이라고 쓴 말을 어느 매체에서 ‘단’으로 고쳐서 싣는 모습을 보며, 그렇게 이 한자말이 좋은가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 단 한 번의 이런 실험으로

 │

 │→ 한 번 이런 실험을 했다고

 │→ 한 번 했던 이런 실험으로

 │→ 이런 실험 딱 한 번으로

 │→ 이런 실험을 한 번 했다고

 └ …

 

 보기글에서는 ‘단’을 아예 덜어도 됩니다. “한 번 이런 실험을 했다고”로만 적어도 됩니다. ‘딱’을 앞에 붙여도 좋습니다. 다만, “한 번의 실험으로”가 아니라 “한 번 한(했던) 실험으로”입니다. ‘하다’라는 움직씨를 넣어야 알맞고, 토씨 ‘-의’를 붙이는 일은 알맞지 않습니다.

 

 

ㄴ. 한 번의 실수

 

.. 나는 한 번의 실수로 나를 믿던 친구를 잃고 말았다 ..  《벤슨 뎅,알폰시온 뎅,벤자민 아작/조유진 옮김-잃어버린 소년들》(현암사,2008) 336쪽

 

 ‘실수(失手)’는 ‘잘못’으로 손질합니다. ‘신뢰(信賴)하던’이라 하지 않고 ‘믿던’으로 적은 대목은 반갑습니다.

 

 ┌ 한 번의 실수로

 │

 │→ 한 번 잘못해서

 │→ 한 번 잘못하는 바람에

 │→ 한 번 삐끗해서

 └ …

 

 한자말 ‘실수’를 토박이말 ‘잘못’으로 고쳐 주었어도 “한 번의 잘못으로”처럼 적는 분이 있습니다. “한 잔의 차”나 “한 대의 차”처럼 적는 꼴인데, 이와 같이 얄궂게 쓸까 걱정된다면 ‘잘못’을 앞으로 돌려서 “잘못 한 번”처럼 적어 봅니다.

 

 ┌ 잘못 한 번으로

 ├ 잘못 한 번 때문에

 └ 잘못 한 번 하면서

 

 가만히 보면, 잘못 쓰거나 말거나 그냥저냥 말하고 글쓰는 분이 많아서, 토씨 ‘-의’를 얄궂게 붙였든 알맞게 털어냈든, 크게 마음 둘 까닭이 있느냐고 말씀하는 분이 제법 많습니다. 이런 낱말을 넣는다고 크게 어긋날 일이 없고, 저런 말투로 이야기한들 그다지 비틀어질 일 또한 없다고 느낍니다.

 

 무엇인가를 알려준다고 하는 자리에 ‘가르치다’가 아닌 ‘가리키다­’를 넣어도 모두들 잘 알아듣습니다. 국어 교사가 ‘아이들을 가리킨다’고 해도 아이들부터 잘못인 줄 깨닫지 못하는 한편, 잘못인 줄 깨달았어도 바로잡아 주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도 입에 붙고 손에 익습니다.

 

 ┌ 한 번 잘못해서

 ├ 한 번 잘못했다고

 ├ 한 번 잘못한 탓에

 ├ 한 번 잘못하는 바람에

 └ …

 

 너무 작아 보여서 대충 넘기는지 모르고, 우리 말이야 누구나 아는 말이니 아무렇게나 써도 뜻만 알아들으면 그만이라고 여기는지 모릅니다. 이러는 동안 우리 스스로 우리 말로 우리 넋을 담아내지 못하고, 우리 뜻을 우리 글로 넉넉히 실어내지 못하고 말지만.

덧붙이는 글 | 토씨 '-의'를 붙인 말씨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얄궂음이나 아쉬움보다도, 우리가 자꾸자꾸 길들면서 아무런 탈을 못 느끼는 말씀씀이가 더 큰 얄궂음이나 아쉬움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한 번의' 꼴로 잘못 쓰는 말투를 가다듬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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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4 21:11ⓒ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토씨 '-의'를 붙인 말씨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얄궂음이나 아쉬움보다도, 우리가 자꾸자꾸 길들면서 아무런 탈을 못 느끼는 말씀씀이가 더 큰 얄궂음이나 아쉬움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한 번의' 꼴로 잘못 쓰는 말투를 가다듬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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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의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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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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