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소연
4년제 국공립대의 평균 등록금은 2004년 연 290만원에서 2008년 416만원으로 지난 5년간 43.5% 인상되었습니다. 그래도 사립대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랍니다.
하지만 정부가 발을 뺄 수 있다고 말한 마당에, 눈치 볼 여유가 없을 겁니다. 올해 서울대 의학계열의 등록금이 연 963만원으로 가히 군계일학인데, 앞으로는 여기저기에서 서울대 수준이나 사립대 수준까지 인상하려 들지 않을까 합니다(경북대 인문사회계열은 연 364만원, 연세대는 연722만원). 사립대 평균 수준까지 올린다고 하더라도 77% 인상은 어쩔 수 없답니다.
아, 이번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에서는 국립대 발전기금으로 수익사업도 가능하답니다. 그래서 부족한 재정을 모두 학생들의 등록금에 전가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국립대의 수익사업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서울대라면 모를까, 다른 국립대는 수익을 얼마나 창출할까요. 고수익을 올리면 '대학이 기업이냐'는 이야기가 나올 테고, 수익이 적으면 '지금 뭐하니'라고 한소리 들을 테니, 국립대의 앞날은 파란만장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래저래 계산기를 두드리느니, 차라리 등록금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게 편합니다. 물론 경기가 나빠 등록금 인상에 대해 대학들이 눈치를 살필 겁니다. 하지만 "배고픔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눈치 살피기는 어디까지나 눈치 살피기로만 끝나지 않을까요.
그래서 말입니다. 앞으로는 국립대에 아이가 합격했다고 해서 부담이 적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마 국립대나 사립대나 비슷해질 테니까.
국립대 기성회 직원 2500명 정리해고될지도...지금 국립대에서 공무원 신분으로 일하는 직원이 9천명 정도 됩니다. 이 분들 외에도 기성회 직원 2500명이 더 재직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은 '기성회 직원의 정리해고 법안'이기도 합니다. 정부의 지원금(국고회계)과 기성회비를 교비회계로 통합하는 게 취지인데, 그러면서 현재 기성회 직원분들의 지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설마 짜르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법안의 진행 과정을 보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답니다. 5월 시안이나 9월 교과부안에는 '고용 승계' 조항이 있었는데, 11월의 이명박 정부안에서는 이게 사라졌답니다. 정부는 법적 규정이 분명하지 않은 기성회를 법에 명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인데요. 이건 존재하는 기성회와 기성회 직원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랍니다. 인정하지 않으니, 정말 자를 수도 있답니다.
물론 학생 입장에서 '기성회비'라는 납부금으로 익숙한 기성회는 법적 규정도 분명하지 않고, 국가가 부담해야 할 경비를 학생과 학부모에 전가시키는 거랍니다. 최근의 국립대 등록금 인상을 주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육정책은 기본적으로 연착률 방식을 택해야 합니다. 일거에 폐지하거나 자르는 게 화끈해보일지 모르나, 이런 폭력적인 방식은 곤란합니다. 기성회비는 국립대 등록금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2008년 예산으로 약 1조 5천억원에 달합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이 돈 만큼 국가가 재정을 부담하면서 기성회비와 기성회를 서서히 없앨 겁니다. 물론 기성회 직원의 고용은 승계하고요.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나 봅니다. 지난 10월 내놓은 '2008-2012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고등교육 예산을 2008년 4조 1천억원에서 2012년 5조 1천억원으로 향후 5년 안에 1조원 이상 늘린다고 했지만, 그 돈을 기성회비 경감하는 데 쓸 마음은 없나 봅니다.
경제도 안 좋은데, 2500명을 자르겠다니 이명박 정부는 참 대단합니다. 그 분들과 가족들은 어떻게 하라고 말입니다. 그래도 현 정부 스타일로 보아 밀고 나가겠죠. 아, 어쩌면 국립대 재정회계법은 경기가 안 좋으니 이 참에 국립대 구조조정을 하라는 계시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법안, 대체 뭐하려고 만든 거지요?